-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7/30 18:05:44
Name   아침커피
Link #1   https://crmn.tistory.com/39
Subject   더하기와 플러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올라갔을 때 가장 낯설었던 일은 수학 선생님이 +를 더하기가 아니라 플러스라고 읽었던 일이었습니다. 선생님 뿐만 아니라 학원에서 속칭 "선행학습"을 해 온 아이들은 다들 더하기 대신 플러스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빼기도 마이너스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색했고 이상했습니다. 그렇게 일 더하기 일도 아니고 원 플러스 원도 아닌 일 플러스 일이라는 이상한 언어로 수학을 배웠습니다. 더하기는 초등학생이나 쓰는 용어이니 중학생이 되었으면 플러스 정도는 써 주어야 한다는 이상한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곱하기와 나누기는 타임즈, 디바이디드 바이라고 안 읽었나 싶습니다.

안 중요한 학문이 어디 있겠냐마는 수학은 정말 중요한 학문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학문일수록 어휘의 우리말화가 중요합니다. 잘 만들어진, 혹은 잘 번역된 전공 용어는 개념을 쉽게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다행히 고등학교 수준 까지의 수학 용어는 우리말로 대부분 잘 옮겨진 편입니다. 경우의 수, 제곱, 사다리꼴, 꼭짓점, 원뿔곡선 등 좋은 우리말 용어가 많습니다.

의아한 점은 대학교에 가면 다시 사람들이 영어 용어를 쓰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마치 중학교에 가자 더하기를 플러스라고 했던 것 처럼 대학에 가면 행렬을 매트릭스라고 하게 됩니다. 왜 그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합니다. 새로운 개념을 원서를 통해서 배우다 보니 우리말 용어를 쓰고 싶어도 우리말 용어가 없다고요. 그렇게 따지면 자연수, 실수, 정수도 원래는 없던 말이었습니다. 아니, 인류 전체에게 그런 개념 자체가 없던 적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 그에 맞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서 붙여주면 될 일입니다. 김춘수 시인도 이름을 제대로 불러줘야 나에게 와서 꽃이 된다고 하지 않았나요.

수학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이공계 전공 과목이 그렇습니다. "이콜라이에서 진 뿔려서 젤러닝 한 다음에 마말리안 쎌에 넣었습니다" 같은 말이 나옵니다. 대장균에서 유전자 증폭시켜서 전기영동 한 후에 포유류 세포에 넣었다고 하면 될 것을요.

각 전문 분야에서 우리말 용어가 더 많이 사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작은 변화라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예전에 중고등학생 수학 과외를 할 때면 꼭 더하기, 빼기라는 말을 썼습니다. 헷갈릴 일이 없는 상황이면 세모, 네모도 썼습니다. 단 한 번도 학부모들에게 그에 대한 불만을 들은 적이 없고 그렇게 일 년 이상 과외를 했던 학생도 있는 걸 보면 적어도 더하기 빼기 세모 네모를 썼다고 해서 학생들 수학 실력이 떨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8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15 6
    14611 요리/음식잡담)중국집 앞의 오토바이들은 왜 사라졌을까? 1 + joel 24/04/20 115 6
    14610 기타6070 기성세대들이 집 사기 쉬웠던 이유 19 + 홍당무 24/04/20 765 0
    14609 문화/예술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3 kaestro 24/04/20 436 6
    14608 음악[팝송] 조니 올랜도 새 앨범 "The Ride" 김치찌개 24/04/20 63 0
    1460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편 14 kogang2001 24/04/19 286 7
    14606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4 kogang2001 24/04/19 275 9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4 kaestro 24/04/19 463 2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763 11
    14603 정치정치는 다들 비슷해서 재미있지만, 그게 내이야기가 되면... 9 닭장군 24/04/16 1158 6
    14602 오프모임5월 1일 난지도벙 재공지 8 치킨마요 24/04/14 743 2
    14601 꿀팁/강좌전국 아파트 관리비 조회 및 비교 사이트 11 무미니 24/04/13 858 6
    14600 도서/문학떡볶이는 좋지만 더덕구이는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13 kaestro 24/04/13 1067 5
    14599 일상/생각가챠 등 확률성 아이템이 있는 도박성 게임에 안 지는 방법 20 골든햄스 24/04/12 1092 0
    14598 음악[팝송] 코난 그레이 새 앨범 "Found Heaven" 김치찌개 24/04/12 177 0
    14597 스포츠앞으로 다시는 오지않을 한국야구 최전성기 12 danielbard 24/04/12 996 0
    14596 정치이준석이 동탄에서 어떤 과정으로 역전을 했나 56 Leeka 24/04/11 2502 6
    14595 정치방송 3사 출구조사와 최종 결과 비교 4 Leeka 24/04/11 764 0
    14594 정치절반의 성공을 안고 몰락한 정의당을 바라보며 10 카르스 24/04/11 1341 18
    14593 정치홍차넷 선거결과 예측시스템 후기 11 괄하이드 24/04/11 910 6
    14592 정치2024 - 22대 국회의원 선거 불판. 197 코리몬테아스 24/04/10 5338 2
    14591 정치선거일 직전 끄적이는 당별관련 뻘글 23 the hive 24/04/09 1263 0
    14590 오프모임[5월1일 난지도 벙] 근로자 대 환영! 13 치킨마요 24/04/09 602 1
    14589 일상/생각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 물방울이 흐르고 모여서 시냇물을 만든 이야기 6 kaestro 24/04/09 386 3
    14588 일상/생각다정한 봄의 새싹들처럼 1 골든햄스 24/04/09 277 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