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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4 04:21:07
Name   풀잎
Subject   포스트 코로나시대 2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가 내린다. 친구는 집에 일찍 들어가봐야한다고 한다. 식구들이 저녁먹을 시간이 다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종종 발걸음을 내딛는다. 엄마가 기다리시는 집에 얼른 가야해라며 등 돌린 친구의 발자국이 가볍다. 나도 집을 향해 어서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돌려야겠다. 상쾌하다. 뺨에 맞히는 가벼운 빗물에 마음이 시원해짐을 느낀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쓸었던 이후로 사람들은 저녁이 되면 일찍 집으로 향한다. 모두들 이제야 알게되었거든 바이러스는 생활을 무질서하게 살았던 이들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것을!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손을 씻고 유흥을 멈춰야 했다. 특히나 밤이 되면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강해진다는 것을 CDC 가 알려준 이후로 모두들 저녁시간의 패턴을 바꿔야했다. 사람들은 바뀌어진 환경에 어색해했다. 면역력을 기르는것이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유일한 백신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로 사람들은 하나둘 스스로를 뒤돌아보기 시작했다.  
엄마는 멀지만 품을 들여서 농장에서 사온 야채들과 얼리지 않은 고기로 스튜를 만드셨다.

더 이상 사람들은 마트의 냉장칸에 들어있는 간편음식과 끝없이 늘어서있던 냉동식품들에 환호하지 않는다. 냉장고가 필요없어지는 날이 곧 오는듯하다. 사람들은 이제 냉장고에 음식을 두지 않는다. 유통기한이 오래된 음식에는 방부제가 많으니깐 모두들 그 날 사서 그 날 요리해먹는다. 멀리서 오는 음식보다는 로컬 동네에서 만들어지고 동네에서 생산된 음식들 물품들이 인기가 좋다. 아저씨가 금방 만든 두부를 가게앞에 내어두신다. 두부의 유통기한이 하루 밖에 되지 않는다니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국수의 면도 이틀이 지나면 곰팡이가 피고 빵도 이틀을 넘게 놔둘 수가 없다.
아침마다 빵을 굽는 냄새가 동네에  가득하다. 생과일쥬스를 파는 가게, 마을근처 농장에서 파는 과일들과 집에서 기른 과일들을 파는 시장에서 사람들이 활기가 돈다. 스미스 아저씨가 기른 장미꽃이 마을시장에 나올거라는 소식이 동네뉴스란에 실려있다. 로사네에서 기른 닭들이 낳은 달걀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 되었다. 달걀이 이렇게 다르다니 라고 어른들은 놀라워하셨다.

엄마도 아빠도 저녁에 집에 있으니 아이들이 처음에는 어색해했다. 함께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고 이야기하는것도 어색해했다. 그렇지만 곧 아이들은 식탁에서 방귀풍풍하는 아빠의 모습에 깔깔되게되었고 엄마 아빠가 요리하는 모습에 부엌이 좁다하는 엄마 말에도 아랑곳없이 요리는 일상의 큰 시간을 찾이하게 되었다. 모두들 빵을 굽고 감자를 손질하고 마늘을 껍질깐다. 꼬마들이 나도 같이 하겠다고 머리를 부엌에내밀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제까지만해도 땅속에서 줄기째 달려있었던 감자와 당근에 묻어있는 흙을 털어내고 씻는 건 꼬마의 일이다. 마늘껍질을 까는 것도 할 수 있어요 라고 이야기해 보지만 엄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하신다. 요리를 배우고 빨래를 널고 화학재료를 쓰지 않고 화학스프레이를 쓰지 않고, 물휴지를 사용하지 않고, 물걸레로 꼭 짜서 집 안팎을 청소한다.  사용했던 기름을 비누로 만든다. 만들어놓은 세탁비누로 빨래를 한다.

우리집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각자 혼자 먹는 것이 편했던 우리집도 어색했던 시간들이 잠시 멈칫했었나 이제는 다들 식탁에서 하루일과를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엄마가 내 친구들 이름을 다 아시다니 오늘도 토니 엄마는 어떠시냐고 안부를 물으신다.  아빠가 저렇게 노래를 잘 하시는 줄 최근에야 알았다. 엄마가 운동매니아시라는 것도 알게된지 얼마되지 않은듯하다.  집에서 국수를 만들고 동네 농장에서 사온 호박과 감자로 칼국수를 끓이신다. 멸치의 내장을 꺼내어 손질하는 것, 다시마에 묻어있는 소금기가 다시육수에 은근히 퍼지는 것을 보는 일들이 즐겁게 한다. 내가 국수 국물내기의 달인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사람들이 식사시간을 챙기게 되면서 드디어 지난 100년간 꿈쩍도 하지 않던 코카콜라 회사의 주식이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새까만 콜라의 거품이 부글거릴때에 환자들의 혈전증세가 보였고 위염이 증가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또한 코카콜라 회사가 당뇨와 고혈압의 상관관계가 높음을 감추기 위해서 많은 비용을 들여서 로비를 한 것이 들어난 것은 충격적이었다. 뉴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만큼 일상에서 비만과 고지혈증으로 고생하던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 또한 집밥의 열풍을 일으키게 된 원인이 아닌가 싶다. 설탕이 퇴출되는 세상이 오다니,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이 사라진 씀씀한 집밥이 사람들을 환호하게 만들다니!

그렇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가장 큰 수혜자는 나가 아닌가 싶다. 이제는 자동차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있으며 회사에서는 오전근무만을 통해서 모닝커피나 어수선함을 피해 업무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 자전거를 타고 퇴근한다. 불필요하게 회사에  있지 않게끔 오후 근무시간은 조절이 되었고 많은 이들이 자동차 매연의 심각성과 공기오염에 염증을 느낀 후,  모두들 적극적으로 공기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자전거 길이 도로마다 곧곧에 생겼으며 보도와 차도 사이에 자전거 레인이 자전거와 출근하는 시민들 사이에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게끔 보호해준다. 사람들은 얼마나 강인한 것일까?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 스스로를 보호하는지를 금방 알아차리고  이제는 모두들 집에서 자전거를 꺼내서 출근을 한다. 하루 얼마동안의 시간을 내어서 건강을 위해 운동하세요. 그것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큰 백신입니다 라는 정부 발표가 있기전 면역 열풍이 불고 있을때 먹는 것과 운동의 중요성이 미디어를 휩쓸었다. 사람들은 이제 출근길에 자전거를 탄다. 각각의 회사나 빌딩들은 건물 코너 마다 있던 남녀 화장실을 공용으로 바꾼 후에 다른 하나의 화장실은 샤워실로 개조를 진행중이다. 동전을 넣고 샤워를 한 후 출근을 한다. 앱으로 보여지는 건물샤워실의 사용유무와 웨이팅 리스트는 층마다 근무하는 직장인을 순차적으로 사용가능하게 도와준다.  불편함은 있다. 내가 원하는 시간을 위해서 일찍 나서는 수고, 미팅직전에 마지막 남은 샤워실 예약에 아스라하게 발을 동동 굴려야하는 일이 신입사원에게 흔하게 벌어지는 풍경이다.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풍경을 받아들여야 한다. 친구들과 운동을 함께 하며 낮시간에 운영하는 야외 음악시설,  자연속에 있는 미술 작업실 등에서 사람들은 좀 더 자연친화적으로 생활한다. 오후에 공원에서 달리기를 하거나 야외활동을 하는 이들을 쉽게 본다. 빌딩속이 아니라 햇볕을 쬐고 야외에서 활동할 때 면역력이 더 높아지는 것을 기분이 더 상쾌해짐을 더 우선시한다. 회사들은 업무를 야외에서 진행하고 우습게도 권위를 탈피해버렸다. 사람들은 더 많은 샐러리가 아니라 일찍 퇴근하게 해 주는 회사를 선호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린 함께해야 한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무엇이 가능한지 고민한다. 삶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행복에 가까워지는 지를 고민한다. 나의 몸을 지키는 것, 나의 가족을 지키는 것 그리고 커뮤니티를 지키는 것이 공동체가 건강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들은 안다. 그렇기 때문에 나가 아니라 내 이웃이 아프고 내 가족이 아프고 친척이 아플때 다른 이들이 내 일을 대신해 주고 손을 빌려준다.  더 이상 건강을 등한시 하지 않는다. 모두들이 건강해질때 모두들 로컬푸드를 이용하고 더 비싸다고 생각했던 동네의 작은 가게들을 이용할때에, 대기업 배달 회사가 로컬 작은 가게들에게 배달앱에 30%의 수수료를 폭리하고 크레딧 카드 회사가 수수료의 5%를 폭리할때 멈추세요 라고 하는 것은 각자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을 적으로 돌리지 않는다. 나의 편함을 위해서가 아닌, 직접 동네 피자가게에 전화를 하는 수고로움을 마다  하지 않는다. 내 부모님과 내 친구 부모님의 가게는 어려운 시절을 버텨내 줄 수 있는 그런 주위의 도움으로 가게를 지킬 수가 있으셨다. 배달회사의 수수료가 어떻게 가게의 수익구조를 나쁘게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역 상인회의 설명과 커뮤니티 어르신들의 홍보, 마을 모임에서의 이야기는 우리를 지키는 힘이 되었다.  

시골이 북적거린다. 작은 동네 가게들이  사람들로 다시 붐비게되었다. 시골마을을 찾아오는 이들이 생기고 사람들은 자연의 고마움을 표현한다. 시골길 걷기, 논두렁 걷기, 농번기 땀흘리기 체험행사에 아이들이 부모님 손을 잡고 찾아온다. 아이들의 서툰 발자국에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지만서도 농부 아저씨는 연신 아이에게 잡초를 구별하는 법을 가르쳐주신다.
노동의 소중함과 가족의 평안함이 어떤식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제 어르신들은 더 이상 양로원이나 너싱홈으로 가시지 않으신다. 가족들은 어른들의 지혜와 삶의 마지막을 편안하게 맞이하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마지막 케어가 얼마나 수고로움을 요구하는지도 안다. 그러나 누구도 그 사실을 책임을 등한시 하지 않는다. 그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태어나 빽빽울던 나를, 새벽 2-3시간마다 나를 돌봐주었던 이가 있었던 것처럼 마지막 여정을 돌봐줄 이도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또한 나도 어느날은 도움이 필요하리라는것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여 반갑다!

우리를 돌아다보게 해주고 절벽을 질주하며 뛰어들던 우리들에게 턴어라운드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을, 그리고 내 주위에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이 태어난 고아친구와 미혼모 엄마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도 더 이상 눈치보지 않고 어르신들도 모두 잔잔하게 웃으며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게 해 준것 반갑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여!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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