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9/13 21:25:26
Name   The xian
Subject   김정수 감독 사임 or 경질 건을 보고 드는 생각
- 제목이 제목이니 일단 김정수 감독 이야기부터 하면, 저는 김정수 감독이 팀의 전략 방향성 같은 디렉션을 주는 데에는 능한 사람일지 몰라도 팀원들을 다독이거나 보호하는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좋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뭐 내부적으로 선수들과의 사이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수 탓 하는 게 문제가 되었던 것도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니었으니 그것만 봐도 리스크는 있는 사람이었지요. 그게 전 T1 와서 제대로 터졌다고 봅니다.


- 김정수 감독이 서머 중반부터 페이커를 팀 구상에서 배제시킨 것에 대해, 그 일의 발단이 김정수 감독 자신의 구상이었든 페이커의 폼이 떨어졌기 때문이든 그것 자체는 감독의 고유 권한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국은 과정도 실패하고 결과를 내는데도 실패한 격이 되었습니다. 다른 선수를 보면, 테디의 폼은 서머 막바지에 갑자기 하락한 것도 아니었고 커즈의 기복과 챔프폭 문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김정수 감독이 말하는 하나가 되는 팀을 만들기 위해 페이커를 그렇게 배제시킬 거였으면 다른 선수에도 예외는 없었어야 했는데, 과정이든 결과든, 그렇게 하지 못했지요.

주전으로 붙박이했던 커즈와 테디, 그리고 페이커의 대체자로 투입된 클로저는 포스트시즌의 실패 이후 선발전에서 완전히 배제되었고, 팀의 명운을 가를 선발전에서는 칸엘페구에라는 일주일만에 급조한 조합이 나와야 했습니다. 김정수 감독이 말했던 공격적인 팀을 만들겠다느니 오더 일원화가 되었다느니 팀이 하나가 되었다느니 했던 소리는 결과 이전에 그 과정만으로도 이미 다 허튼 소리고 공염불이 된 상태지요. 또한 아프리카전 승리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베스트 멤버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입을 턴 것도 또다시 불을 지르기에 충분했습니다.


- 결국, 금요일에 그 사달이 난 감독의 거취 문제도 결국 자신이 먼저 기자에게 연락한 것이 드러나고 공식 발표문에서도 [김정수 감독님이 롤드컵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표명, 이에 구단은 고민 끝에 김정수 감독님의 의사를 받아들여 상호협의하에 계약을 해지하게 되었습니다.]가 되면서 끝까지 매끄럽지 못한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이대로라면, 김정수 감독이 실력은 있으되 말을 가리지 못하는 사람으로 굳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만, 본인이 뿌린 씨앗이니 알아서 잘 수습했으면 합니다.


- 경질 과정에서 페이커가 김정수 감독을 나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주전 기용에 불만을 표출한 것도 아닌데 마치 페이커의 영향력으로 김정수 감독이 나갔네 뭐네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페이커를 디스하고 싶나 하는 가엾고 딱한 마음마저 듭니다. T1보다 페이커 개인이 받는 관심이나 악플의 정도가 훨씬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은 게 사실인 것을 감안하면 저는 페이커가 작금의 상황에 누구에게든 '언해피'를 띄웠어도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봅니다.

선발이었든 아니든 팀에 불평 한 마디 안 하고 묵묵히 경기 준비나 하고 있는 선수를 그렇게 디스하고 싶다면 페이커가 태만했다거나 정치질했다는 합리적 의심의 근거라도 들고와야 맞는 게 아닙니까. 스포츠에서 주전기용으로 사달이 나는 일은 흔한 일이고, 심지어 메시조차도 바르셀로나의 이번 시즌 처사를 보고 팀을 떠난다 만다 이런 소리 했던 판인데. 이렇게 억까들이 창궐하는 거 보면 페이커가 망하길 바라는 사람이 참 많다 싶습니다.


- 다음 감독과 차기 시즌의 로스터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되 T1은 제발 선수들이 게임에 좀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나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뭐 예전에도 다른 팀보다 심한 면은 있었을지 모르되 T1이 비시즌은 물론 시즌 중에도 선수들 광고 찍고 방송 하고 어쩌구저쩌구 하는 꼴 보면 기둥뿌리를 뽑아서까지 착취해서 다 털어먹고 나갈 기세입니다. T1의 상품 가치도 선수들의 보호는 물론이고, 그만한 경기 준비와, 성적을 낼 환경과 여건이 가미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으실 텐데 말이지요.


- 마지막으로 저는 김정수 감독을 이렇게 내보낼 거라면 조 마쉬를 비롯한 T1의 경영진과 프런트도 그 나름대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수 감독의 말과 행동에 그만한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걸 무마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 건 경영진과 프런트의 일이기도 합니다.

- 김정수 감독과 T1이 페이커에게 한 행동 및 월즈 진출에 실패한 성적 부진이 팬들에게 모욕감을 주었던 것에서 이번 시즌 이후의 파국은 예고되었고, 이미 게임은 끝난 상황이었지만 그런 상황을 만든 것이 오롯이 김정수 감독의 책임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막판에 자기가 천명한 선수 기용까지 내다버리고 인터뷰로 입을 털고 어쩌고 해서 팬들의 분노를 산 건 당연히 감독이 원인제공 한 것이겠으나, 그게 리스크로 번지지 않게끔 하는 것은 구단의 기술이기도 하지요. 모든 사람이 퍼거슨처럼 선수들을 아작내고 나서 얼마나 아작냈는지 새나가지 않게 하는 데 천재적인 건 아니기도 하고요.


- 조 마쉬는 트위터로 지 기분 내키는 대로 입을 털거나 트롤짓을 한 것들 외에 과연 한 게 뭐가 있나 싶습니다. 적어도 김정수 감독이 페이커를 혼냈다 뭐다 하는 기사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반박을 하든 말든 했어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실질적으로 게임단의 팬덤이 붕괴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만든 책임을 조 마쉬 본인도 프런트도 져야 합니다. 게임단의 경영진이라면 지금처럼 김정수 감독의 행동이 해외 팬덤의 붕괴 조짐으로 불거지기 전에 진화를 하셨든지 해야 했고, 국내 기자 트위터에서까지 선동렬-양준혁 이야기가 나오게 만들 정도면 누가 봐도 경영진과 프런트의 관리 실패인 것이지요.

- 저는 김정수 감독이 경질이든 사임이든 물러났으니 이참에 조 마쉬도 2선으로 후퇴하고 선수와 팬들 앞에 나서는 사람은 내년 시즌에 다른 사람이 오게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조 마쉬가 트윗질이나 하는 꼬라지를 다음 시즌에도 또 봐야 한다고 생각하면 T1에 '오너 리스크'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듯 합니다.


- The xian -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09 6
    1460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편 8 + kogang2001 24/04/19 112 3
    14606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4 + kogang2001 24/04/19 132 5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3 kaestro 24/04/19 354 2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725 11
    14603 정치정치는 다들 비슷해서 재미있지만, 그게 내이야기가 되면... 8 닭장군 24/04/16 1087 6
    14602 오프모임5월 1일 난지도벙 재공지 8 치킨마요 24/04/14 719 2
    14601 꿀팁/강좌전국 아파트 관리비 조회 및 비교 사이트 11 무미니 24/04/13 837 6
    14600 도서/문학떡볶이는 좋지만 더덕구이는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13 kaestro 24/04/13 1052 5
    14599 일상/생각가챠 등 확률성 아이템이 있는 도박성 게임에 안 지는 방법 20 골든햄스 24/04/12 1075 0
    14598 음악[팝송] 코난 그레이 새 앨범 "Found Heaven" 김치찌개 24/04/12 169 0
    14597 스포츠앞으로 다시는 오지않을 한국야구 최전성기 12 danielbard 24/04/12 981 0
    14596 정치이준석이 동탄에서 어떤 과정으로 역전을 했나 56 Leeka 24/04/11 2472 6
    14595 정치방송 3사 출구조사와 최종 결과 비교 4 Leeka 24/04/11 758 0
    14594 정치절반의 성공을 안고 몰락한 정의당을 바라보며 10 카르스 24/04/11 1318 18
    14593 정치홍차넷 선거결과 예측시스템 후기 11 괄하이드 24/04/11 900 6
    14592 정치2024 - 22대 국회의원 선거 불판. 197 코리몬테아스 24/04/10 5325 2
    14591 정치선거일 직전 끄적이는 당별관련 뻘글 23 the hive 24/04/09 1258 0
    14590 오프모임[5월1일 난지도 벙] 근로자 대 환영! 13 치킨마요 24/04/09 597 1
    14589 일상/생각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 물방울이 흐르고 모여서 시냇물을 만든 이야기 6 kaestro 24/04/09 383 3
    14588 일상/생각다정한 봄의 새싹들처럼 1 골든햄스 24/04/09 275 8
    14587 일상/생각탕후루 기사를 읽다가, 4 풀잎 24/04/09 419 0
    14586 음악VIRGINIA (퍼렐 윌리엄스) 신보 카라멜마끼아또 24/04/08 270 2
    14585 오프모임4월 9일 선릉역에 족발 드시러 가실분. 29 비오는압구정 24/04/08 792 4
    14583 정치총선 결과 맞추기 한번 해볼까요? 52 괄하이드 24/04/07 144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