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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21 21:28:06
Name   Edge
Subject   슬픔예찬
나에게 사람과의 관계를 끊는건 누워서 물먹는 것보다 쉬웠다. 왜냐면 나의 가장 가까운 관계였던 엄마와 너무나 허무하게 서로를 끊어냈기 때문이었다. 학창시절 나는 가장 엄마가 필요했던 시기에 엄마는 나를 버렸고, 나는 엄마 앞에서 "오늘부로 엄마를 죽은 것으로 알겠다."고 하며 서로 이별했다. 그렇게 십 년을 서로 얼굴도 보지않고 연락도 않으며 살았다. 엄마와의 관계도 하루아침에 없는 존재가 될 수 있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어떠랴.

그래서 나의 인간관계는 언제나 비극, 아니 정확히는 상대방에게 비극을 안기며 끝이났다. 정말 좋았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어느 날, 갑자기 밥을 먹다가, 아니 그냥 심심해서 나는 내 SNS계정을 지우고 다른 사람의 번호를 차단하기까지 했다. 중요한건 서로 트러블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일방적으로 그 사람을 지운다는 것에 있었다. 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그러나 나는 이러한 나의 행위가 잔인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거니와 그저 습관처럼 이어지는 행위일 뿐이었던 것 같다.

주위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기며 살아왔는데 어찌 사람들이 남아있겠는가. 나는 철저하게 혼자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사실 이런 모습은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자기밖에 모르고 자기 감정이 힘들면 주위 사람을 기억속에 지우곤 했다. 엄마의 친구에게, 주변 이웃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그리고 또 자식되는 나에게까지.

아마 엄마는 무척 외로웠을 것이다.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기위해 서로의 관계가 좋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숨어버리는 것을 넘어 능동적으로 차단해버린다. 그래서 언제나 홀로 외로움을 이겨내야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현재의 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나도 이렇게 살다가 삶을 마감하지는 않을까.

참 슬프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내 지난날들은 슬픈 날들이 적지 않았나? 내가 슬픔을 느끼는 때에는 최소한 누군가에게 슬픔을 안긴적은 없었다. 내가 다른이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을 때는 언제나 내가 승승장구하고 있었을 때지. 나의 평안을 위해 다른사람을 힘들게 했으니 말이다. 당분간은 슬프게 살아야겠다. 최소한 나의 슬픔이 누군가에게 눈물흘리는 일은 만들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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