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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5/02 16:16:04수정됨
Name   최우엉
File #1   2030년_감축목표.jpg (50.2 KB), Download : 24
File #2   oecd_1.jpg (29.4 KB), Download : 26
Subject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할 책임




뉴스 게시판에 올라온 조선일보 뉴스(https://redtea.kr/pb/pb.php?id=news&no=24111)를 보고 생각이 많아져서, 기후변화에 대한 기초적인 자료들을 조사해서 글을 써 봅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지금과 같은 추세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2030년에서 2052년 사이에 1.5℃ 상승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합니다. 지구온난화가 자연계와 인간계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관측되고 있으며, 육상 및 해양 생태계 대부분과 ‘그들이 제공하는 일부 서비스’들은 지구온난화에 의해 이미 변화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평균온도가 1.5℃ 상승할 경우, 70~90%의 산호가 멸종하게 되고 2℃ 상승의 경우 99%의 산호가 멸종한다는 것이 IPCC의 예측입니다. 육상동물들도 다량이 멸종 위기에 처하고 식물들도 기후변화에 따른 재적응에 실패하여 여러 종들이 멸종위기로 내몰릴 것이라고 IPCC는 예측합니다. 기후변화는 특정 기상현상에 취약한 여러 개발도상국에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해서 빈곤과 대규모 이주를 만들어내고 이미 사회에 존재하는 불안정 요소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입니다. 1.5℃ 이하로 기후변화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5% 이상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배출량이 제로인 net zero에 도달해야 합니다.


IPCC 1.5도 특별보고서에 포함된 이런 내용들은 국제적으로 합의되었고, 한국에서도 채택된 내용입니다.


한국의 탄소배출량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기사들이 나와 있어요. 한국의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1.7%에 불과하지만, 인구대비 배출량으로 계산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KBS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세계 6위에 해당합니다. Our World in Data의 자료를 통해 봐도, 소규모 산유국을 제외할 경우, 1인당 탄소배출량 최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한국인의 책임은 세계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한국인의 GDP 순위나 1인당 국민소득 순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가 더 높다는 점도 주목할만 합니다.


KBS가 소개한 Enerdata yearbook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년간 탄소배출량 증가속도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릅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수립되었던 온실가스 총배출량 증감률 하향 목표는 2010년 대비 2017-2019의 총배출량이 오히려 늘어나면서 무산됐습니다. 재생에너지 전환율 역시 2.64%에 불과하고 중국(8.7%), OECD 평균(11.8%)과 비교해도 낮습니다. 독일(29%), 영국(24%)에 비교하기 무색합니다.


매경이 2019년 UNEP 보고서를 소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전망치와 2030년 목표치의 차이가 현저합니다. 2010년 대비 20%를 감축해야 하는 목표치에 반해, 전망에 따르면 2010 대비 배출량이 10%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20% 감축이라는 것도 국내에서 설정한 자체 목표일 뿐 IPCC가 제시한 목표 감축량에 비할 수 없습니다.


여러 언론이 탈원전 정책의 실패를 한국의 탄소배출량 과다의 주요 원인으로 꼽습니다. 2019년 자유한국당 한 의원이 주장하는 대로라면 원전 발전량은 2016년 대비 17.6%정도 줄었고 화석연료 발전량이 14.1% 늘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에는 2018년 발전량과 비교해 발전량이 20% 증가했고, 원자력 발전비중도 25%에서 29%로 증가했습니다(한겨레 보도). 그러므로 한국의 원전 발전량 변동이 현재의 탄소배출량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고, 앞으로의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UNEP 2019년 보고서에서의 지적 역시 GHG 배출량 로드맵에서 문재인 정부의 원자력 정책에 기인한 전력 부문의 배출 감축량 목표 수정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64.5MtCO2e per year에서 23.7MtCO2e per year로, 8.8GW 규모의 신규 원전건축 프로젝트 취소에서 기인). 그러나 추가할 수 있는 감축량이 40MtCO2e이든, 그 이상이든, 2030년까지 45%를 감축해야 한다는 IPCC 목표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랍니다.


2050년 탄소중립 전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총배출량의 24.4%만을 감축하겠다고 말합니다. 이는 IPCC가 제시하는 2030년 45% 감축목표에 비하면 매우 낮습니다. 한국이 작년 말에 제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보고서에 대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목표치를 다시 작성해서 내라고 요구했습니다. UNFCCC는 현재의 여러 국가들의 목표대로라면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은 2010년 대비 0.5%밖에 감축되지 않습니다.


WHO에 따르면 현재 기후변화로 죽어가는 사람들은 매년 15만명 이상입니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당면한 현재적인 문제입니다. 1.5도씨 이내로 기후변화를 통제하기 위한 예산은 이제 7-8년치밖에 남지 않았는데, 한국 사회에서도 좀 더 본격적인 이야기들을 나눠야 합니다. 한국은 저출산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모범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농담이 돌아다니는데, 인구감소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즉각적으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2030-2050년이라는 기후위기의 중대한 변곡점에 맞춰 배출량을 감축해야 하는데, 저출산이 얼마나 즉각적으로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탄소포집기술이나 태양광 반사 에어로솔에 기대하면서 현재의 생활습관을 유지하기에는 기술발전의 개연성이 몹시 불확실합니다. 2030-2050까지 기후위기를 해결할 기술들이 출현할지 알 수 없습니다.


1인당 탄소배출량 최상위권의 국가에 사는 한국인이 다른 핑계를 대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미루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따라서 국가에게는 본격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하고, 개인 역시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에너지 사용량 절감, 저탄소 생활습관, 채식/육식저감이 모두 중요한데, 이런 대응들이 ‘긴급하지 않다’거나 ‘효과가 별로 없다’고 주장하는 보수언론들의 보도가 나오고 있어서 유감입니다. 어딘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실패를 공격하고, 도서 서평에서는 기후변화가 긴급하지 않으며 채식이 소용 없다는 타이틀을 달아서 기사를 내고 있으니, 환경에 대한 보수언론의 시각이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채식이나 육식저감이 탄소배출량 저감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는 전과정평가(LCA) 기반의 대규모 메타분석은 J.Poore, Nemecek의 논문(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60/6392/987)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식습관에 따라 지역별로 탄소저감이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해서 살기 좋은 미래를 위한 존스 홉킨스 센터의 연구진들이 발표한 연구도 참고할만 합니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959378018306101#) 식품부문 배출량 추정치가 서로 다르게 계산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Our World In Data의 상세한 설명(https://ourworldindata.org/greenhouse-gas-emissions-food)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탄소예산이 7-8년밖에 남지 않은,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런 시기에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언론들도 더 책임있는 보도를 해야 할테고요.






출처 자료의 링크 :
IPCC 1.5도 특별보고서 - https://www.gihoo.or.kr/portal/kr/community/data_view.do?p=1&idx=18546&column=&groupname=data&groupid=&f=1&q=
‘탄소 불량국가’ 한국의 ‘내일 없는 경제’? -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65059
세계 어디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은 CO2를 배출합니까? - https://ourworldindata.org/per-capita-co2
유엔의 경고…"탈원전 한국 온실가스 줄여라" - https://www.mk.co.kr/news/it/view/2019/11/991349/
에너지소비 줄고, 원자력 비중 늘어…그래서 탈원전 정책이 모순? -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87119.html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 http://www.me.go.kr/home/web/policy_data/read.do?pagerOffset=60&maxPageItems=10&maxIndexPages=10&searchKey=&searchValue=&menuId=10276&orgCd=&condition.deleteYn=N&seq=7633
WHO climate change - https://www.who.int/heli/risks/climate/climatechange/en/
유엔 “한국 등 온실가스 감축목표 다시 내라” -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847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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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감사한 글이에요. 절.대.환.경.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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