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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7/09 11:06:44
Name   Picard
Subject   이게 연재물이 될거라고는 나도 생각치 못했지
안녕하세요. 정치 이야기 좋아하지만, 요즘은 사내 정치 얘기 쓰게 된 아재입니다.

어제 안철수 대표와 윤석열 총장 만나는 장면 보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몇페이지인데... 하....
이게 연재물이 될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지난 글에 다음 인사발령 기대된다고 하고 말았는데.

1.
어제, 드디어 부사장이 발령난지 8일만에 유배지로 내려오셨습니다.
솔직히 본사보다 여기가 근무인원이 더 많은데 여기가 왜 유배지인지는.. ㅠ.ㅠ

다른 회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 회사는 직원급은 사업장 이동해야 하는 발령이 뜨면 일단 발령지에 와서 인사하고 인수인계 및 정리를 위해 1~2주 정도 저쪽에서 근무하다 오겠다고 팀장이랑 면담을 하고 옮깁니다.

그리고, 저희는 사업장이 복수라서 총괄부사장급이 공장에만 방이 있었던적이 없습니다.
옛날 본부체제일때도 생산본부장, 기술본부장 모두 서울 본사와 지방에 자기 방이 있었죠.
제가 이 회사 십수년을 다니는 동안 부사장급이 본사에 방이 없는건 처음 봅니다.
썰에는 사장 지시다. 아니다 회장 지시다. 누구 생각이든 회장 컨펌 아니면 저렇게 못 보낸다...


부사장이 8일만에 내려왔더니.. 자기가 생산총괄일때 쓰던 방은 후임 생산총괄이 차지하고 있고.. (당연한거지)  자기 방이 없는 겁니다. 공장에서는 '본사 인사팀에서 지침도 없고, 우리 상사도 아니니까.. ' 하고 손놓고 있었고, 연구소에서는 '본사 인사팀이나 공장 관리팀에서 알아서 하겠지' 하고 손 놓고 있었더군요. 그럼 본사 인사팀에서는 뭐했냐? 글쎄요..

신입이 와도 바로 자리 마련해주는데, 부사장이 내려오는데 다들 손 놓고 있었다고?
이분이 이렇게 좌천된게 아니었어도 인사팀이 손놓고 있고, 공장이나 연구소가 손 놓고 있었을까요? ㅎ....


2.
하여튼 내려와서 연구소장이나 투자실장이랑 얘기하고 분이 안 풀렸는지, 오후 2시에 저한테 전화해서 3시에 업무보고 하러 오라고 합니다. (솔직히 저는 부사장 방도 없는 상황인지 모르고 있었음. 당연히 만들어놨을줄..) 가다가 연구소장이랑 마주쳤는데 연구소장이 '어? 왜 왔어. 업무보고 하러 왔다고? 어..음.. 그럼 끝나고 나 좀 보고가'

그리고 업무보고 들어가서 독대 하면서 1시간 넘게 깨졌습니다. 저희 팀의 모든 업무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정립하고 보고해!  너네 팀이 왜 필요하냐. 팀을 이렇게 밖에 리딩을 못한다면 네가 왜 팀장 자리에 앉아 있어야 겠냐 등등.. (중대장도 아니면서 뭐 그리 실망했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지..)

멘탈 나가서 나와서 일단 연구소장에게 갔더니 연구소장이 너 깨질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저 양반 원래 그래. 말만 많고, 신경쓰지마. 내가 저 양반 오래 알았는데 갈수록 변해. 나쁜쪽으로...  저 양반 하는 말의 90%는 쓰레기니까. 핵심만 파악해'
에? 아무리 디스를 해도 직속상사 하는 말이 쓰레기라고 디스를 한다고??

퇴근하는데 마주친 투자팀장이 '야, 쫄지마.. ' 라고 하고 갑니다. 연구팀장이 '그 양반 원래 그래요. 신경 쓰지 마세요' 라고 합니다. 깨지고 나온지 2시간도 안지났는데 소문은 참 빠르네요.


2-1.
저희 팀원이 옛날에 부사장이 실장이던 시절 찍혔답니다. 이 친구가 과장 승진을 물 먹었는데, 소문에는 부사장이 반대했다고 하더라고요.

1시간동안 깨지다가 막판에 '얘는 무슨 일 하나?' 하고 물어봅니다.
'땡땡땡이랑 뫄뫄뫄 업무 하는데, 저희 팀이 인원 대비 건당 업무 볼륨이 커서 하다보면 나머지 인원도 다 서포트 합니다.' 라고 대답을 했더니... '야.. 너는 팀원들 업무분장을 그렇게 운영하는게 어딨어? 얘는 무슨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책임도 지우고, 얘가 하는 일은 별거 없어서 고졸 계약직써도 됩니다. 라고 판단을 하거나 하는거지. 다같이 일하는게 어딨어?' 라고 갈굽니다.
아... 소문대로 이분이 승진 막은거 맞구나...  짜르고 싶어 하는거구나..

뭐 돌아가는 꼴 보니 얘는 올해도 승진 물건너갔고, 우리팀 평가도 물건너갔네~~ ㅠ.ㅠ



3.
아침에 연구소에서 연락 받았는데, 부사장이 자기 휘하 팀들 다 연구소로 모으라고 본사에 있는 TFT 랑 투자실이랑 다 연구소에 자리 마련하라고 했는데, 저희는 제외랍니다. ㅋㅋㅋㅋㅋ 일단 '공간'이 부족하대요.
야.. 17명 자리는 만드는데 3명 자리가 없어서 제외라고? ㅋㅋㅋㅋ
우리가 꼴보기 싫은거겠지. (아니 그런데, 승진 물먹은 팀원은 그렇다 치고, 왜 팀이 통째로 꼴보기 싫을까?)

생각해보니.. 어차피 사장이 '어디 줄설 생각 하지 말고 일 열심히 해라' 라고까지 했는데..
차라리 1,2년 평가 망하더라도 부사장이 우릴 싫어하는게 나은건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Always look at the bright side of life~ 따란..따란)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또 다른 이야기가 들리는데...
연구소장이 '이렇게 다닥다닥 좁게 앉으면 연구원들 창의성이 안난다. 회장님도 연구원들 창의성 중시하셔서 연구소 새로 지으신거 아니냐' 라면서 사람들 모으는거 반대했대요. ?????

거기다가 부사장 방은 연구소 3층에 만든다는데, 원래 연구소 3층이 창의성을 위해(?) 카페처럼 꾸며놓고 오픈된 회의실로 꾸며놓고 절반은 연구용 시설들이 있는데, 그거 건들지 말랬다고..
부사장이 아무리 유배왔다지만, 3층에 혼자 덜렁 있으면... (....)

이거 너무 대놓고 무시하는거 아닙니까?
그래도 공식적으로는 회사 의전 서열 3위인 분인데.. 너무하네...


P.S)
저번에 주말 워크샵 끌려간다고 했었는데, 코로나 확산세 때문에 행사도 당일치기로 축소하고 참석인원도 줄인답니다.
그래서 인사팀장에게 '어, 피팀장. 이러저러해서 인원을 줄이기로 했어.' 라고 연락 받았는데.
잉? 공장에서 짤린 사람은 나밖에 없네?
가기 싫었지만 막상 나만 짤리니 기분이 거시기 합니다. ㅋㅋㅋ 아니 그냥 첨부터 넣지 말지!

사장이 짤랐을까요, 부사장이 짤랐을까요.
애초에 생산총괄부사장 소속도 아닌데 생산총괄이 저를 넣으라고 한것도 이상했지만...
아마 짜른건 기술총괄부사장이었을 것도 같습니다. 어디 끕 안맞게 얘가 이런데 참석해! 가 아니었을지.


다음 글은 정말 6개월뒤에 썼으면... 무소식이 희소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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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고 선생님... 힘내셔요....
  • ㅠㅠ..
  • 주르르륵..ㅜㅜ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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