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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8/10 17:17:35수정됨
Name   은머리
Subject   흑인 정체성정치의 피로함과 미국의 맑시스트
https://www.nytimes.com/2020/06/19/us/politics/bernie-sanders-protests.html?fbclid=IwAR21klRwe7PWa41gKsnmsQP-TS8Azy6cHv9EizBfFZSZajPrY6Oyv1Kj7BA

이건 2020년 6월 19일 뉴욕타임즈 기사입니다. 버니 샌더스의 지난 대선캠페인 얘기예요. 그는 줄기차게 보편적인 의료보험제와 부자증세를 주장해 왔지요. 물론 경찰폭력도 강력하게 규탄을 했습니다. 버니의 아젠다들에는 흑인커뮤니티의 두드러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들이 많아요. 보편적 의료보험제는 흑인의 유아 사망률, 임산부 사망률을 개선하고 마리화나 합법화와 현금보석 금지도 흑인남성의 대량 수감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죠. 그치만 버니가 흑인차별을 규탄하는 데 있어서는 다른 프로그레시브한 정치인들만큼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기사는 전해요. 그는 딱히 흑인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메세지보다는 경제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보편적인 해결의지를 더 강하게 피력했죠.

이 기사에 아래 소요님의 [상호교차성 전쟁]글에 등장하는, 이 개념의 고안자 킴벌리 크렌쇼가 나와요. 크렌쇼는 민주당의원들보다 오히려 대기업들이 흑인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이 뛰어나다며 민주당을 비판하죠. 아마존이나 페이스북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은 BLM 운동단체에 엄청난 기부를 했고 다른 많은 기업들도 문화전쟁에서 철저하게 소수자편이니까요.

아마 제가 이 기사를 2020년에 읽었더라면 그렇겠다 이해를 했을 겁니다. 지금은 피로감이 상당히 쌓였어요.

미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이슈는 의료보험과 총기문제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의료보험 문제가 제기되는 건 잦지도 않고 언급이 되는 방식도 높은 흑인 유아사망률은 인종차별 때문이다, 흑인 임산부의 조산율도 인종차별 때문이다로부터 시작해 해결책은 보편적인 의료보험이라고 해요. 고학력 흑인남성이 백인보다 평균수명이 짧은 것도 인종차별 때문이랍니다. 왜일까 들여다봐도 식습관이나 문화에 근거한 설명은 하나도 없고 정량화된 데이타도 없고 그냥 직장생활하면서 당하는 인종차별경험이 비약적으로 단명의 요인으로 제시돼요. 동의하는 내용도 있는데 기사의 바탕이 된 저런 논문을 작성한 사람들은 논문 쓰는 법도 모르나 싶고 그렇습니다. 학자금빚도 미국에서 큰 사회문제 중 하나인데 흑인들의 빚규모가 유독 큰 건 인종차별 때문이라고 안 하는군요. 그냥 힘드니까 빚을 탕감해줘야 한대요.

경찰폭력도 흑인차별이슈로 부각되어 심심풀이 땅콩으로 등장하는데 미국 폴리싱의 문제는 사회에 너무 많은 총이 바로 핵심이에요. 그런데 총기규제가 해결책으로 조명이 잘 안 되고 있어요. 흑인 괴롭히는 백인경찰서사로 문화싸움하느라 바쁘거든요.

Black Lives Matter 운동가들 다수는 보통 스스로를 네오 맑시스트라고 합니다. 계급싸움에 인종을 삽입해 사회를 해석하죠.

마르크스주의 하면 공산주의만 떠올리며 학을 떼는 사람들이 다수인 미국에서 자본가를 상대로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는 데 진지하게 천착하는 맑시스트 언론사 중 Jacobin이 있어요. 자코뱅과 BLM은 그리 친해 보이지 않아요. 자코뱅이 계급주의 타파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반면 BLM은 흑인인권이 주요 아젠다인 정체성정치를 추구하거든요.  

크렌쇼는 인종불평등이슈에 엄청 협조적인 대기업들이 오히려 민주당의원들보다 낫다고 했지만 자코뱅식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그렇게 대기업 상찬하면 최저임금을 올려주냐 노동환경을 개선시켜주냐 이런 마음이죠. 민중을 위해 싸워야할 급한 아젠다들이 많은데 정체성정치가 주의를 뺏어가서 상당히 못마땅해 합니다. 아마존은 BLM 단체에 천만불을 기부했지만 BLM 리더는 민주당 정치인들 정치후원하고 어디서 돈이 생겼는지 개인적으로는 3백만불 들여 집을 네 채나 구매해 백인동네에서 살아요. 내부적으로 같은 흑인들한테 소송 당하고 있으면서 끝까지 회계공개를 않고 있죠.

그 운동가들의 의심스러운 행위가 흑인들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 리버럴 언론에서 일체 조명이 안 되었어요. 사실 그들이 받았다고 인정한 금액만도 1조원이 넘는데 흑인커뮤니티 지원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건 상당히 문제적이죠. 엘에이에서 흑인소상공인들이 많이 모여있는 볼드윈 힐스 크렌쇼(Baldwin Hills Crenshaw) 대형 쇼핑몰을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흑인시민단체와 주민들이 1.15억달러를 모아 최고의 경매가로 비딩을 했지만 백인 소유주가 다른 건설사에 팔아버린 일이 있었어요. 1조원 넘게 자금을 모은 BLM 운동단체가 철저하게 그들편인 리버럴 언론사와 자금력을 이용했으면 결코 빼앗겼을 리가 없지요.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정체성정치를 비판하는 방식은 참신한 데가 있습니다.

https://youtu.be/aBIJK-uxmIQ

스미스 대학이란 데가 있어요. 2018년 흑인학생이 인종차별을 제기하며 학교에 소송을 겁니다. 보조 교사로 일을 하다가 캠퍼스 어디에 앉아 점심을 먹는데 학교관리인이 경찰을 부른 거예요. 학생은 이걸 공론화합니다.

학교는 공식사과를 하고 관리인은 직무정지시키고 인종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뭔가를 신설합니다.

교내 경찰에 대한 관리강화
평등 및 다양성 전문가영입
흑인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공간 마련
백인 그룹스터디를 통한 백인우월주의 타파, 반인종차별 지향
모든 피고용인은 반인종차별 교육을 의무수료해야 함.

그런데 뉴욕타임즈가 보도하길, 독립조사기관에 의하면 스미스 대학의 그 사건이 인종차별사건이라고 판단할 수 없었다고요. 학생은 여름동안 문을 닫고 있던 기숙사 라운지에서 밥을 먹고 있었어요. 60대의 관리인이 그걸 봤고 캠퍼스 치안담당관에게 보고를 합니다. 왜냐면 모든 직원들은 접근제한 지역에서 낯선 사람을 보면 보고를 하는 것이 의무거든요. 캠퍼스 경찰이 현장에 가 보니 낯익은 학생이었고 식사하는데 방해해서 미안하다며 서로 친근하게 얘기를 끝냈죠.

그러나 결국 학생은 자기 생각에 경찰을 부른 사람인 것 같다고 짐작되는 백인직원 두명의 신상과 이멜을 공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을 합니다. 실제 그 일과 상관이 없었던 두 백인직원은 SNS, 우편, 이멜을 통해 괴롭힘을 당하다가 한 명은 그만두고 다른 한 명은 팬데믹기간동안 레이오프를 당한 뒤 직장 구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고요.

이 직원들은 미국에서 중위값 아래에 속하는 연봉 4만달러의 노동자였어요. 수업료 비싼 이 사립대학은 사건의 진위와는 상관없이 값싼 노동자 몇몇을 희생타 삼은 것이고 반인종차별 교육도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했다지만 고액의 연봉을 받는 종신 교수들은 예외였어요.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직원들은 반인종차별 교육이 불편했고 심리적으로 침해당하는 느낌에 냉소적인 기분만 들게 했다고 합니다.

영상에는 백인직원 한 명이 등장해 교육받던 상황을 설명하는데요. 원래 직장에서 종교얘기하는 것도 싫어하는데 정체성 이런 거 가지고 마치 심리치료하듯 얘기나누는 거 불편하다고 상사에게 얘기했더니 그러면 수업 중에 불편하다고 의견을 말하라고 합니다. 수업에 참여하니 강사왈, 자신의 인종정체성에 대해 유년시절, 청소년시절, 대학시절의 맥락에서 설명하라고 합니다. 직원은 인종정체성은 물론 자신의 모든 사생활을 직원과 나누라고 강요하니까 기분이 더 상했죠. 다들 인종정체성에 근거한 개인경험담을 늘어 놓는데 자기 차례가 오자 주제가 불편해서 패스하겠다고 합니다. 몇 시간이 지나 강사가 말하길, 백인이 불편함을 내비치는 건 (찔려서 회피하는) '백인의 심약함'이고 파워플레이라고 합니다.

설명이 길어졌는데 자코뱅의 입장이 흥미로운 건 이 현상을 기업이나 자본가가 대중에 반인종차별에 강력대응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정신적으로 부담을 주는 교육을 강요한다고 비판하는 점이에요. 노동자 편에 서는 마르크스주의자들 답죠. 유툽 진행자는 개인적으로 고용인이 피고용인들에게 반인종차별 교육을 강요하는 건 어떤 형태건 반대한다고 해요. 모든 직원들에게 로빈 디앤젤로의 [White fragility]를 읽을 것을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 직원의 정체성에 대해 심문해선 안 되고 미국의 인종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공유하도록 강요하는 것도 옳지 않다 보죠. 피고용인의 삶과 특권에 대해 설교하는 태도도 옳지 않다고 보고요.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말이죠.

한국에서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걸 긍정적으로 봐요. 그런데 미국의 반인종차별 교육은 되게 집요하고 편집증적이고 사람을 참 피곤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여튼, 자코뱅이 마르크즈주의자 입장에서 비판하는 흑인정체성 정치는 지적으로 자극이 되고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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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바깥에선 듣기 힘든 정보라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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