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10/24 22:24:17수정됨
Name   명절은추석
Subject   설거지론에 대한 단상

똥을 보면 참을 수가 없는 제 성격상 펨코 포텐/디씨(주로 출산율 갤러리,  국내 야구 갤러리) 개념글 탐독에 대강 서너 시간을 투자해 버리고만 것입니다.

대충 현재 최신 메타의 설거지론은 남성판 비혼주의 이론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싶습니다.  

"현대사회의 자유연애 시장에서는 알파메일의 N명의 여성에게 행하는 독점적인 씨뿌리기 행위가 유리하게끔 조성되어 있는데 이게 한국에서는 인싸 존잘 키큰남인거고, 디씨질하는 너 찐따 베타메일은 학업성취/자기계발/노력을 아무리 해봤자 알파메일이랑 사귀다 남은 여자들을 '설거지'나 할 인생이고, 학생시절 널 거들떠도 안봤던 그 여자가 널 진심으로 '사랑'할거라고 생각함? 한국사회에서 결혼하면 ATM기계 될 예정이니 '무조건' 비혼해라 ㅋㅋㅋㅋ 니가 이미 결혼한 디붕이라면? 엌ㅋㅋㅋ넌 이미 퐁퐁이야ㅋㅋㅋㅋ"  

뭐 대충 그들의 세계관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결국 처녀성과 경제적인 부양의 교환을 전제로한 가부장제가 붕괴되었지만 가부장제 결합되어 있던 일부일처 결혼제도는 그대로이기에 현대의 결혼제도 하에서는 알파메일을 제외한 모든 남성은 영원히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는 비장한 비혼주의 선언인 셈이에요.

그 근거는 경제적인 부양을 담보로 본인과 결혼한 여성은 본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않을 것이다/않는다라는 자학적 의심에서 비롯되고 이 의심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설거지론의 핵심이라는 인식이죠.  



자유연애와 페미니즘의 대두와 현대 사회에서의 일부일처제 결혼제도의 위기의 복잡 미묘한 상관관계에 대해서 진화심리학 좀 섞어가면서 심각하게 평하는 글도 여럿 봤긴 한데 사실 이런 얘기가 비단 한국에서만 관찰되는 얘기도 아니고 새로울 것도 아니라는 거죠.  

홍차넷 탐라에서도 언급되다시피 인셀 서브레딧의 베타메일 조롱짤 같은 게 디시 념글에 퍼 올라 가는 것을 보면 말이에요.

그런데 눈팅하다 보면 놀랍게도 한국에서나 우리 이대남이 숭상하는 서구 선진국에서나 알파메일이 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해결방법이 없어 보이는 이 괴로운 문제에 대해서 몇 가지 해결법이 제시되고 있더라구요.

다채롭게 관찰되는 이 해결법들에 대해서 어떤 부분은 조금, 굉장히 혐오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꽤 흥미로운 부분이 있기에 옮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갓본 숭상형
한 때 한국처럼 페미우대 국가였던 일본에서 남자들이 들고 일어나서 (갈!) 비혼 초식남 선언하고 사보타지 참교육 선언하니까 
그때서야 스시녀들은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면서 후회 피폐하며 페미를 스스로 손절치고 출산율이 극적으로 반등했다는 얘기입니다.
팩트는 저도 모릅니다만 해당 이론을 따르는 남성 인터넷 유저는 꽤 광범위하게 관찰되는 편입니다.  

2. 자학적 오타쿠형
갓본 숭상형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보다 냉소적이고 수동적인 형태입니다.
일본은 스시녀들이 남자들의 비혼 선언에 화들짝! 놀라서 후회피폐 테크를 탔지만 페미들과 페미를 수호하는 정치권이 지배하는 한국은 그렇게 되기가 힘들 정도로 이미 글러먹었다는 인식입니다.
흔히들 자기계발/향상심/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 등을 자극하는 동기 중에 가장 강력한 요소 중 하나가 좋은 배우자/ 좋은 연인을 만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하죠. 그런 욕구를 포기하는 겁니다. 
어차피 노력해봤자 설거지라는데 그냥 덕질하면서 내 알아 살겠다는 형태입니다. 
물론 인터넷에서만 그렇게 떠드는 것일 수도 있고 현실에서도 그렇게 체념 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3. 이슬람 귀의형  
모던 결혼 제도 하에서는 대다수 남성들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고, 남성들이 비혼을 선택함으로 인해서 저출산 코리아의 멸망은 더욱 더 가속화되었으며 설거지론은 소멸 예정인 한국이라는 국가의 마지막 방점을 찍은 역사적인 이론이라는 것이 마찬가지의 기본 골자구요,
근데 이제 여기에 레딧 인셀들의 염세적 세계관을 곁들인 거죠. 아직까지 자기 파괴적 행동/테러리즘을 주 양분으로 삼는 인셀 커뮤니티의 극단성까지는 가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의 염세적인 세계관은 비슷하게 답습합니다.  
페미니즘, 보다 더 나아가서 자유연애, 여성의 권리 신장과 같은 허울 좋은 가치들과 출산율은 음의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 틀림 없으니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선 여성 참정권 박탈, 대다수 남성의 평등한 성관계를 위한 제도의 도입, 조혼의 합법화 등의 현대사회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극단적인 대책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이런 식의 접근은 사실 너무나 급진적이고 걍 드립처럼 갓슬람 하는 식으로 밈화에 머무른 수준이긴 합니다만 
보다 건전하고 점잖은 버전이 다양한 남성 커뮤니티를 통해 유통되는 것이 관찰된 바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의 결혼제도는 이미 붕괴과정에 들어갔다고 보면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해결책이라도 내놓겠죠. 국가가 출산율로 존폐의 위기에 처했는데 무슨 극단적인 제도든 간에 도입 못할까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기대되는군요]
라는 식으로 은근하고 우회적으로 자기현시적인 협박을 하는 경우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고요, 
또 한편으로 [설거지론은 연애/결혼시장의 모순과 양극화로 인한 불만의 폭발로 보는게 더 합당합니다. 연애/결혼시장도 시장이라고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인데 평소에 복지 타령하는 사람들은 연애시장에서의 패자들에 대해선 아무 말도 없더군요.]
라는 식으로 자유연애 하에서의 섹스의 불평등함과 같은 불편한 진실을 거리낌 없이 성토하는 
나는야 코리안 우엘벡 빙의형의 경우도 꽤 많이 보입니다.


위 세가지 해결책에 대해서 저는 지나치게 장기적인 전망이라 보고 있고 가타부타 할 말은 없습니다만 
한 두달 내의 단기적인 예측은 어느 정도 해볼 수 있겠다 싶습니다. 
예컨대 설거지론에 따르면 설거지론을 접한 남성들의 절망과 열패감과 피해의식은 기존에 한국 남성이 문화적으로 체득한 성공의 방법론을 좌절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10분 더 공부하면 마누라 얼굴 바뀐다는 얘기처럼 자기계발/향상심/경제적성공과 같은 노력을 통해 더 좋은 연인/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예측 모델을 파괴하는 형태의 담론이라고 하니까요. 
이러한 담론이 얼마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냐 사실에 가깝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고 그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게 중요한 사실이죠. 조금 어처구니 없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대다수가 되면 그게 사실이 되겠죠.


근데 그렇게 우리 남성동지들이 단일대오로 각성해서 비혼 사보타지 하는 현실이 정말로 현실화 될까 싶기도 해요. 
문화적으로 체득한 성공에 대한 방법론은 잠깐이나마 좌절시킬 수 있을지 언정 유전적으로 내재된 성욕/관계욕/번식욕을 
‘그깟’ 설거지론으로 좌절시킬 수 있겠냐는 말이에요. 
예전에 티타임에 쓰려다가 말았던 내용도 비슷한 내용인데, 
연애 결혼시장은 남성집단과 여성집단의 대립적 관계에서 형성되는 게 아니고 동성 간 경쟁이 그 근본이라는 거죠. 
남성집단이 페미니즘처럼 이익집단화하고 
당신은 여기에 투신하여 열띤 토론과 논쟁과 시위와 로비를 통해서 남성집단의 이권을 보장시키면 당신은 연애할 수 있을까요? 

말도 안되는 얘기라는 건 모두 아시겠지만 인터넷 남녀갈등 담론은 이 부분이 생략된 것처럼 얘기가 되죠. 
누군가 남성의 이권 보장을 위해 인터넷에서 투사활동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그런 거 신경 안쓰고 헬스장 끊어서 운동하고 학점관리하며 자기 인생을 챙기고 
외적 내적 매력을 서서히 갖춰 가며 연애하고 그러겠죠.
누군가는 인터넷에서 여자 편 들면 버팔로니 서윗하니 당뇨병이니 설거지니 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연애를 위해서 관심 있는 여자의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척이라고 하겠죠. 
(젠더갈등을 집단간 갈등으로 해석하는 상황에서 서윗 펨남의 배신자 전략의 유효성에 대해 게임이론에 입각한 글을 잠깐 끄적여보려 했습니다만 귀찮아서 때려쳤습니다...)




요약하자면 설거지에 감화되서 패배주의적 시각에 매몰되면 매몰될수록 당연스럽게도 매력과 자존감은 떨어지고 오히려 역설적으로 설거지에 가까운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니 멀리 하길 바란다는 이야기,

이 글을 보는 분들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자기계발 욕구와 더 나은 자신을 위한 향상심을 버리지 말고 예쁜 사랑하시길 바란다는 교훈적인 이야기입니다.  



14
  • "요약하자면 설거지에 감화되서 패배주의적 시각에 매몰되면 매몰될수록 당연스럽게도 매력과 자존감은 떨어지고 오히려 역설적으로 설거지에 가까운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니 멀리 하길 바란다는 이야기"
  • 결론:와우해서 결혼하자
이 게시판에 등록된 명절은추석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12 6
14610 기타6070 기성세대들이 집 사기 쉬웠던 이유 12 + 홍당무 24/04/20 324 0
14609 문화/예술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1 kaestro 24/04/20 328 5
14608 음악[팝송] 조니 올랜도 새 앨범 "The Ride" 김치찌개 24/04/20 49 0
1460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편 14 kogang2001 24/04/19 266 7
14606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4 kogang2001 24/04/19 260 9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4 + kaestro 24/04/19 451 2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759 11
14603 정치정치는 다들 비슷해서 재미있지만, 그게 내이야기가 되면... 9 닭장군 24/04/16 1140 6
14602 오프모임5월 1일 난지도벙 재공지 8 치킨마요 24/04/14 736 2
14601 꿀팁/강좌전국 아파트 관리비 조회 및 비교 사이트 11 무미니 24/04/13 853 6
14600 도서/문학떡볶이는 좋지만 더덕구이는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13 kaestro 24/04/13 1066 5
14599 일상/생각가챠 등 확률성 아이템이 있는 도박성 게임에 안 지는 방법 20 골든햄스 24/04/12 1092 0
14598 음악[팝송] 코난 그레이 새 앨범 "Found Heaven" 김치찌개 24/04/12 176 0
14597 스포츠앞으로 다시는 오지않을 한국야구 최전성기 12 danielbard 24/04/12 991 0
14596 정치이준석이 동탄에서 어떤 과정으로 역전을 했나 56 Leeka 24/04/11 2488 6
14595 정치방송 3사 출구조사와 최종 결과 비교 4 Leeka 24/04/11 762 0
14594 정치절반의 성공을 안고 몰락한 정의당을 바라보며 10 카르스 24/04/11 1334 18
14593 정치홍차넷 선거결과 예측시스템 후기 11 괄하이드 24/04/11 907 6
14592 정치2024 - 22대 국회의원 선거 불판. 197 코리몬테아스 24/04/10 5333 2
14591 정치선거일 직전 끄적이는 당별관련 뻘글 23 the hive 24/04/09 1261 0
14590 오프모임[5월1일 난지도 벙] 근로자 대 환영! 13 치킨마요 24/04/09 601 1
14589 일상/생각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 물방울이 흐르고 모여서 시냇물을 만든 이야기 6 kaestro 24/04/09 385 3
14588 일상/생각다정한 봄의 새싹들처럼 1 골든햄스 24/04/09 276 8
14587 일상/생각탕후루 기사를 읽다가, 4 풀잎 24/04/09 42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