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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11/21 21:17:41
Name   사조참치
Subject   내 마음은 (4)
내 마음은 (1) https://redtea.kr/?b=3&n=11797
내 마음은 (2) https://redtea.kr/?b=3&n=11810
내 마음은 (3) https://redtea.kr/?b=3&n=11829

https://youtu.be/nuAiFzEkFZM

“와 그걸 아직도 기억해요? 진짜 기억력 좋네.”

이십대였다면 아마도 정말 깜짝 놀라서 아무 말도 못했겠지만 아쉽게도 나도 이제는 나이를 먹고, 그만큼 연륜이 쌓였다.

“아 이제 놀라지도 않네요 선배. 옛날엔 진짜 놀리기 좋은 사람이었는데.”
“늙어서 이제 그 정도에는 놀라지도 않게 되더라고요.”
“늙었다니요. 선배 퇴사할 때 그때 그대로인 거 같은데. 늙은 건 오히려 내가 늙었는데?”
“대리님도 변한 거 하나 없어 보이는데. 안 늙었어요 대리님.”
“그럼 저 그때만큼 예쁜 가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검지로 스스로를 가리켜 보이는 한치의 얼굴 위로 삼 년 전 그녀의 얼굴이 오버랩 되었다.
‘대리님, 저 대리님한테 예쁨 받을 정도로 일 잘 했나요?’

“요즘 함부로 예쁘다, 매력 있다, 이런 이야기하면 안 되는 세상인 거 알죠? 저는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 진짜 능글맞아졌다 대리님. 옛날엔 안 이랬잖아요. 정말 늙다리 다 되셨어.”
“이게 다 연륜이라는 거죠. 저도 많이 늙었어요”

점잖게 받아치면서 금태와 방어가 언제 오는지 슬쩍 눈길을 돌렸고, 한치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웃으면서 이야기를 걸어왔다.

“선배, 근데 저번에 고등어 선배하고 꽁치 결혼할 때, 여자친구랑 같이 오지 않았나? 오늘은 왜 같이 안 오셨어요?”
“와, 생각해 보니까 오늘 고등어 안 왔어요? 못 본지 한참 됐는데. 결혼하더니 얼굴 한 번 비추질 않네.”
“아기가 아프다고 해서 오늘 못 오신다고 했어요. 안부 전해달라고 하셨는데. 연락 못 받으셨어요?”

고등어는 내 입사동기고, 꽁치는 한치의 입사동기인데, 나와 한치가 술을 마시면서 회사사람들과 어울릴 때 데려왔던 동기들이었다. 성격이 활달하던 꽁치와 나는 금방 친해졌고, 그걸 본 한치가 적극적으로 우리 둘을 밀어주었지만, 나는 꽁치에게는 친한 후배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였고, 그 사이에 고등어가 잽싸게 꽁치와 연애 후 결혼까지 골인한 그런 사이였다.

“대리님이 고등어랑 같은 동네 산다고 했던가요? 고등어가 결혼하고서는 너무 먼 동네로 이사 가서 만나기도 힘드네요.”
“맞아요. 가끔 넷이서 만나서 저녁 먹고 그러는데. 아쉽겠네요 선배.”
“왜 넷이예요? 아, 한치씨 남자친구랑?”

그 말을 하고서 스스로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그쪽이 먼저 여자친구 유무를 물어봤으니, 나도 남자친구를 유무를 물어보겠다_ 라는 치기어린 마음 아닌가. 어른답지 않네. 하고 말이다.

“왠 남자친구? 고등어 선배랑 꽁치 아들래미도 이제 밥을 1인분씩 먹더라고요. 그래서 넷이죠. 보통 넷이 만나면 꽁치랑 나랑 밥 먹으면서 술 한잔씩 하고, 고등어 선배가 아들이랑 밥 먹고. 가만 보면 꽁치 걔도 술 먹고 싶을 때만 나 찾는 거 같아요.”
“아아, 맞네. 거기는 식구가 셋이지.”
“왜요? 대리님. 나 남자친구 있는지 신경 쓰여요? 나도 누구라도 데려왔어야 했나?”
“생각해보니까, 연애 안 해요? 이제 나이 적지도 않은데, 친구들 대부분 결혼하지 않았어요?”

이럴 때 예전 이야기는 도움이 되지 않는지라 얼른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돌린 화제도 그다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화제였다.

“그럼 선배는 연애하세요? 선배야말로 저보다 나이 많잖아요. 이제 뭐 사회적으로 위치도 괜찮고, 돈도 좀 모았을꺼고, 왜 안 하시지? 설마,”
“미안한데, 나 여자 좋아하는데.”
“아하하하하…”

한치의 시원스러운 웃음소리에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았고, 나는 조금 가벼운 마음이 되어 그녀를 응시했다. 한때, 참 좋아했던 사람. 아니, 사랑했던 사람. 여전히 그때와 같은 얼굴과 그때와 같은 성격. 참 변함이 없었다.
나도 이 사람에게 변함없는 사람으로 비춰질까? 김동률의 노래처럼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부질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천천히 입을 열어 느릿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도 계속...)

---

글을 안 써놓은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늦었습니다. 기다려주셨던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다음편은 좀 빠르게... 올릴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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