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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2/29 14:37:49
Name   흑두견
Subject   나의 연극이야기3
https://redtea.kr/pb/pb.php?id=free&no=402&page=54
-1편입니다.

https://redtea.kr/pb/pb.php?id=free&no=1807&page=3
-2편입니다.



‘내가 장선생님이랑 공연을 할 때, 무대 뒤에서 보니까 손을 이렇게 떨고 있더라고. 그렇게 연극을 오래했고 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그렇게 떨고 있다고. 로렌스 올리비에도 그런거 아냐. 그래서 맨날 무대 구석에서 대본보고 있다고. 왜 그렇겠어.

두렵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대해야 되는데 당연히 두렵지. 하지만 그 두려운 걸 이기고 척추에 힘주고 배에 힘주고 버티는 거지. 땀이 온몸을 적실 때쯤 관객이 나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것 같다, 호의가 있는 것 같다 이럴때 방방 뛸 수 있는 거야. 그런데 통성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방 뛰어버리면 관객은 거기서 벌써 멀어지지.’



이제 20분 뒤면 공연이다. 약간의 떨림. 두려움은 아니다. 가슴 속에서 미약한 진동이 느껴진다. 항상 바쁘게 움직이고 정신없게 보내는 나날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다들 조용하다. 교수님은 공연시작 30분전까지 맘에 안드는 것을 바꿨다.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장인의 눈엔 부족한 것이 계속 보인다. 그것은 그야말로 광기였다고 할까. 누구에게 화났는지 모를 교수님의 고함소리는 하우스매니저가 관객 입장시간을 재차 알릴 때까지 계속 되었다.


“들어가 준비해!”


교수님의 말이 떨어지자 다들 분장실로 서둘러 들어갔다. 공연을 코앞에 두고 대사를 받은 배우들은 의상을 갈아입으며 중얼중얼 대사를 되뇌인다. 욕지거리와 함께. 그들에겐 고통이겠지만 나로선 부러운 일이다. 여기서 버티다보면 나도 어느샌가 저런 모습이 되어있을까. 공연 전의 분장실 풍경은 한창 때의 북적거리는 시장통 같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괜찮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기에.


“야, 영수야. 나 이 자리 영 마음에 안 드는데.”


남자 중의 최고참 태인선배. 나이는 마흔이 넘었고, 키는 183cm 정도에 몸무게는 120kg 정도 되는 거구다. 인상이 험악했고, 뭐든 자기 맘대로 하는 독불장군. 놀부가 실제로 있었다면 저렇게 생겼을까.


“여기 화장실이 가깝잖아. 냄새나. 나 바꿔줘.”
“예? 아.. 저번에는 바깥쪽이어서 춥다고 하셔서..”


난감한 표정의 영수선배. 이 바쁜 와중에 자리를 바꾸자고 하면 어떤 선배든지 싫어할 것이었다.


“저랑 바꾸세요.”


그 때 옆에서 듣고 있던 주현선배가 무심하게 말했다.


“그래. 땡큐~”


기분이 좋아진 태인선배는 담배를 물고 나가고, 주현선배는 영수선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승질 모르냐. 뻔히 안좋아하게 생겼구만 자리를 그렇게 하냐.”


무대 셋업이 끝나면 차막내급인 영수선배와 승영선배가 분장실 거울 앞에 선배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테이프를 순서대로 붙여 놓는다. 선배들은 느즈막히 들어와 거기에 자신들의 짐을 폈다. 태인선배 같이 자리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깟 자리가 뭐라고.


“아, 이 자리가 제일 안쪽이라.. 저번에는 춥다고 하셨거든요.”


영수 선배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됐어. 얼른 준비해.”


저 사람은 참 무심하게 말하는 재주가 있다. 나도 얼른 준비해야겠다. 가장 구석진 책상 하나에 내 동기들이 모여서 옷을 갈아 입고 있다. 우리의 자리는 없다. 분장실 안에서 막내들이 앉아 있는 것이 선배들 눈에 띄면 뒤로 불려가 혼이 나곤 했기에 막내들은 분장실에서 항상 서 있었다. 공연 시작 전에는 구석에서 의상을 최대한 빨리 갈아입고 선배들의 소품을 미리 챙기고, 잔심부름을 하다가 정신없이 공연이 시작되곤 했다.


어느 정도 심부름거리가 줄어들고 준비를 마친 선배들이 잡담을 하기 시작했을 즈음, 혼자 무대 뒤편으로 와서 쭈그리고 앉았다. 객석에서는 관객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리고 천장에는 어둠 속에서 조명들이 빛난다. 나름 낭만적인 순간이랄까. 난 항상 공연 시작 전에 이렇게 무대 뒤에 혼자 와 있는 것을 좋아했다. 한 두달의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다가 처음으로 느껴지는 말로 표현 못할 고요함 속의 설레임. 이제 곧 나는 저들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천장에 달려 있는 가지 색색의 조명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벅차오르곤 했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반대편에 철수선배가 보였다. 경력 9년차, 나이는 서른 중반을 향해 가는 극단 주연급 배우. 스마일맨이라고 할까. 항상 웃는 얼굴의 그는 188cm로 키가 컸지만 많이 말라서인지 덩치가 커보이지는 않았다. 공연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뭔가를 열심히 만지고 있다. 슬쩍 보니 공연 중에 걸치고 나오는 소품이 망가졌는지 테이프로 칭칭 감고 있었다.


“선배님, 도와드릴까요?”
“응, 두견아 됐다. 나 혼자 할게.”


내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 빙그레 웃으며 쳐다보지도 않고 말한다.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


“그래도 시간 얼마 안남았는데, 도와드릴게요.”
“이 썪을놈. 도와주고 싶냐.”


씨익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여전히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예, 좀 잡아드릴까요?”
“첫 공연인데 가서 니꺼 준비해. 난 괜찮아.”


낮은 목소리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그는 전라도 토박이였다. 항상 썪을 놈, 썪을 년, 미친 년, 미친 놈, 개같은 년놈 등등의 욕을 달고 살았지만 이런 화법을 구사해도 전혀 욕처럼 들리지 않는 신기한 사람. 그의 대사는 굉장히 단단하고 묵직했고, 목소리는 저음에 허스키했다. 매력적인 소리였지만 단점이라면 고음불가라는 것. 성대에 약간의 결절이 있는 듯 했다. 목 때문에 담배 끊어야 하는데 라는 말을 달고 살면서도 항상 담배를 피웠다. 평상시엔 항상 웃고 실실거리며 누구에게나 장난을 쳤지만, 낯을 가리는 편이어서 그런지 막내들에겐 잘 다가오지 않는다. 극단에서 근 10년을 보냈지만, 자신의 일은 남에게 미루는 법이 없었고 교수님이 말하면 항상 가장 먼저 크게 대답하고 가장 먼저 움직였다. 그와 친해지고 싶었지만 아직은 나와의 갭이 너무 컸고, 함께한 시간이 부족했다.


“알겠습니다. 도와 드릴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그래 가서 쉬어 얼른.”


가서 쉬기에는 시간이 없다. 문득 내 동기들은 다들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잘하려나. 나도 실수하지 않고 잘해야 할텐데.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 누구도 실수하지 않고 공연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하긴 하루에 10시간 이상 두 달을 연습했는데, 실수하는게 이상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수님 앞에서 하는 것보다 관객 앞에서 하는 것이 더 편했다.


“연습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교수님이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었는데, 그건 부정할 수 없을 듯.
공연 중에 교수님은 항상 객석 맨 뒤에 있는 공간에서 공연을 보며 노트에 메모를 했다. 가끔 타이밍이 중요한 순간엔 교수님이 손짓 발짓으로 신호 하는 것이 배우들의 눈에 보였다. 본인이 좋아하는 장면이 나오면 짧은 단말마처럼 혼자서 빵 터지시기도 했는데 그 소리가 워낙 크고 특이해서 배우들에게도 다 들렸다. 더구나 교수님의 코드는 특이해서 그가 빵 터질땐 관객들은 대부분 조용했다. 무대 위의 누군가가 실수하면 분노한 그의 몸짓이 다 보였기에 실수한 사람은 분장실에서 자책하곤 했다.

공연이 별 탈 없이 잘 흘러가고, 무대 오른편에서 나와 세환이형이 다음 등장까지 대기하고 있는데, 주인공인 태인 선배가 퇴장하자마자 내 앞에 있는 세환이형의 멱살을 잡으며 주먹을 치켜올렸다.


“너 이 개새끼야. 왜 안 돌려.”


속삭이듯 욕을 하니 더 무섭다. 세환이형의 뒤에 있어서인지 태인선배의 표정이 잘 보였다 .무대 조명을 뒤에서 받고 있는 일그러진 그의 얼굴은 마치 악마처럼 보인다. 그가 주먹을 치켜올린 것이 단순히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공연 중이 아니었다면 그는 망설임없이 주먹을 휘둘렀을 것이다. 어안이 벙벙해 있는 세환이형을 거칠게 밀치고 그는 성큼성큼 사라져 버렸다. 뒤늦게 헐레벌떡 승영선배가 나타났다. 태인선배가 퇴장한 것을 안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분장실로 들어갔다.


후에 알게 된 바로는 무대 오른편에서 승영선배가 큰 호스를 돌리며 바람소리를 내야했고, 그것을 신호로 태인선배가 움직이는 큐가 있었고, 승영선배는 그것을 잊어버린 것이고, 세환이형은 무대 오른편에서 대기 중이었던 것이고, 태인선배는 무대 오른편으로 퇴장하자마자 보인 세환이형이 그 신호를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고. 승영선배는 태인선배에게 범인은 자신이라며 고개를 숙였고, 태인선배는 이미 화가 풀린 탓인지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세환이형에겐 한마디도 없었다. 그에게 우리는 극단에 있으나마나 상관없는 존재였기에.


세환이형은 엉겹결에 욕을 먹었지만, 공연은 무리없이 잘 해냈다. 첫 공연이었지만 동기들 중 유일하게 대사가 있었다. 그것도 꽤 의미가 있는.
철수선배와 주고 받는 대사였기에 둘이서 따로 연습하는 것도 보였다. 부러웠다.


“사실입니까... 우리 모두 돌아가야 하는 것입니까...”


이런 대사였는데, 전에 했던 공연을 비디오로 봤을때 이 역을 연기한 사람은 체념하듯 대사를 했었지만 세환이형은 자신의 감정을 살려 분노하듯 내뱉었다.


“사실입니까! 우리 모두 돌아가야 하는 것입니끄으으!!!”


배우가 어떤 시도를 했을때, 연출가는 두 종류로 나뉜다. 바로 피드백을 해주는 부류와, 그냥 내버려 둬 보는 부류. 교수님은 후자였는데, 그는 배우들의 새로운 시도를 매우 좋아했다. 일단 뭔가 연구를 해 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오기도 했고. 일단 내버려 두면 배우는 새로운 시도에서 그치지 않고 또 확장해 나간다. 그러면 그것의 나비효과로 그 장면의 전체적인 느낌이 달라지기도 했다. 달라진 대사를 받은 사람의 감정이 또 달라지고, 그럼 그 사람의 대사가 또 달라지고, 그럼 그것을 받는 사람의 대사가 또 달라지고.


아무튼 세환이형은 저 대사로 ‘설세환’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설경구의 성인‘설’자를 따온 것이다. 설경구가 지르는 연기를 인상적으로 보여준 적이 많았기에. 설세환이라는 별명은 부르다 보니 점점 설세환에서 설세로, 그리고 설사로 변해갔다.


그렇게 첫 공연은 끝났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나가는 동안 배우들은 옷을 갈아 입었고, 관객들이 모두 나가면 객석으로 나와 교수님을 기다렸다. 교수님은 무대에 나와 공연을 보며 메모한 사항들을 말했고, 내일 고칠 것에 대해 얘기했다. 물론 실수한 사람들에게 엄한 꾸지람과 함께. 공연은 고정되는 일 없이 하루하루 잘못된 것을 보완하고 고쳐나갔다. 그래서 첫공연과 마지막 공연은 느낌이 많이 달랐다.


“세환이는 괜찮은데 소리가 너무 커. 좀 낮추라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안맞아.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래, 내일 해보자고.”


와.. 선배들에게 하는 주문사항 같다. 세환이형은 이번 공연동안 확실히 교수님께 각인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에도 대사있는 역할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것을 잘해내고, 그 다음 것을 또 잘 해낸다면 그 사람은 점점 올라갈 것이다.


시간은 정말 빨랐고, 한달은 금방 지나갔다. 연습에 두 달, 공연에 한 달. 일년 중 석 달이 금새 지나가 버렸다. 마지막 공연이 끝나자, 배우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망치를 들고 나와 무대를 부수기 시작했다. 감상에 빠질 틈도 없다. 뚝딱거리며 각재를 뜯어내고, 뜯어낸 각재 중 다시 쓸 수 있는 것을 골라내고 버릴 것은 트럭을 불러 실어 보냈다. 남은 각재와 각종 소품, 의상을 모으니 2.5톤 트럭이 가득찬다. 극단 창고로 실어서 나르고 다시 창고정리를 한다. 원래도 가득 차 있던 창고인데, 공연을 한 번 하면 새로 추가되는 소품들이 많아서 항상 창고의 자리가 부족했다.


모든 일이 정리되니 밤 12시가 다 되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보통 남자들이 창고를 정리하는 동안 여자들은 연습실에서 의상과 소품들을 정리하고 먼저 뒷풀이장소로 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고기집에 도착하니 세팅되어 있는 빈자리들이 보였다.


“거 뭐 이렇게 오래걸려! 다들 오래 기다렸잖아.”


교수님의 호통을 뒤로한 채 다들 자리에 앉았다. 다들 자리에 앉자 교수님이 일어섰다.


“다들 고생했어. 이번 작품은 새로온 친구들까지 함께 했는데, 큰 문제 없이 마무리 되어 다행이야. 다들 많이 배웠을 거야. 많이 먹고 집에 가서 푹 쉬자고.”


뒷풀이자리는 조용했다.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서로 목소리를 낮추고 소근거렸고, 누구하나 크게 웃는 사람이 없었다. 취기가 오른 교수님은 시시때때로 갑자기 일어나서 말씀을 시작했고, 그러면 다들 하던 일과 말을 멈추고 경청해야했기에 고기를 굽다가도 고기를 뒤집을 수가 없었다. 기분 좋게 취한 노인의 한마디는 길었고, 고기 타는 소리가 배경음처럼 깔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또 한번 자리에서 일어나신 교수님의 일장 연설이 끝난 뒤에 “공식 회식 끝” 이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떨어지자 회식자리는 끝이 났다.


극단에서 나간 선배들 중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성공한 선배들이 많았는데, 그들 중 한 선배가 마지막 공연을 관람했고 뒷풀이 자리에도 참석했다. 그는 극단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 자주 찾아오곤 했는데 그가 좋아하는 것은 단원들과 단체로 가는 노래방이었다. 교수님의 회식 종료 선언 후엔 일단 공식적으로는 다들 집에 갈 수 있었지만, 노래방을 좋아하는 선배 덕에 아무도 집에 갈 수가 없었다.


“새로 온 후배들도 있는데 한 번 보셔야죠.”


낄낄거리는 태인선배의 말에 못이기는 척 그는 노래방을 가자며 앞장섰다. 영수선배가 우리들을 불러 조용히 속삭였다.


“노래방 가서 자리에 앉으면 안되구요, 가서 슬픈 노래 같은 거 하지 말고 무조건 분위기 띄우는 거. 아마 한 사람씩 시킬거에요. 그러니까 다들 뭐할지 하나씩 생각해봐요. 빼면 안되요. 무조건 놀아야되요. 두견아 뭐 개인기 같은 거 없어?”
“개인기요..”


있을 턱이 없다. 재미없기로 소문난 나인데.


“일단 가서 눈 딱 감고 재밌게 놀자. 별거 없어.”


옆에서 승영선배도 한마디 거들었다. 노래방 입구가 무슨 지옥문처럼 느껴진다. 평소에도 노래방가면 발라드나 부르던 나인데. 걱정된다. 노래방 주인은 이미 익숙한 모양인지 큰 방을 하나 열어주고 옆에 작은방도 하나 열어준다. 작은 방에 저마다 가방을 갖다놓으니 산더미처럼 쌓인다. 큰 방에 모두 모여서 선배들은 자리에 앉고 차막내인 영수, 승영선배와 우리 동기들은 엉거주춤 서 있었다. 조용한 가운데 태인선배가 한마디했다.


“영수야, 뭐해. 조용하잖아!”
“예, 좀만 기다리십쇼~”


영수선배는 호들갑을 떨며 노래방 책을 펼치고 곧 번호를 눌렀다. 처음 들어보는 요상한 노래. 아마 이런 장기자랑용으로 많이 해본 노래인듯. 전주가 나오는 동안 영수선배가 우리에게 얼른 예약을 찍어놓으라며 눈짓을 한다. 영수선배의 원맨 공연이 펼쳐진다. 선배들은 깔깔거리며 웃고, 그 사이에 승영선배가 예약을 했다. 우리 동기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노래방 책을 연신 넘겨댔지만 누구하나 예약하는 사람이 없었다. 곧 승영선배 차례가 시작되고, 평소 뮤지컬을 좋아하던 사람답게 뮤지컬 노래를 하며 화려하게 춤을 춘다. 앞으로 킥을 하고 턴을 할 때마다 선배들의 떠들썩한 환호. 그러나 아직 예약을 아무도 찍지 못했다. 모르겠다. 그냥 내가 하자. 싸이의 환희.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노래 중에 신난 노래. 춤추면서 해본 적은 없지만 그냥 흔들어보지 뭐.


“오늘의 뉴스~패싸움..끝 One Two 얘들아 뛰어라! 서로 편가르지 않는것이 숙제 오늘부로 합세 하나로 합체 우리는 제도권 킬러 동서로 갈라 여야로 갈라 싸움은 똑같고 사람만 달라 이러지 말라는 모두의 바램은 말짱 꽝 빛바랜지 오래야~ 코리아~이게 무슨 꼴이야~ 아이구 골이야“


되도않는 춤을 추며 소리를 빽빽 지르고 있는데 갑자기 노래가 툭 꺼진다. 의아하게 바라보니 노래방을 좋아하는 그 선배가 리모컨을 들고 한마디 한다.


“야, 우리는 배우야. 소리만 지른다고 다가 아냐. 잘 들리게 전달을 해줘야지. 넌 탈락.”


아 그런거였어? 어쨌든 거기서 멈추게 해줘서 고마웠다. 진심으로. 그 뒤로 내 동기들은 차례로 노래를 불렀다. 숫기 없는 여자 동기들이 조용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아무도 뭐라하지 않았다. 나도 발라드나 부를걸. 나처럼 중간에 꺼진 사람 없이 무사히 동기들 차례는 끝이 났고, 선배들도 함께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했다. 우리는 탬버린을 흔들며 환호해주고, 난 가끔 눈치껏 적당히 템포있는 노래들을 부르며 분위기를 맞췄다. 온 몸을 땀으로 적시고 노래방 기계에서 표시되는 시간이 5시간을 넘어갈 때 쯤‘오늘 잘 놀았다. 재밌었어요.’하는 선배들의 말을 뒤에서 들으며 노래방 문을 나설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 7시를 넘어가고 있다.


“자, 이제 흩어지자. 다음 콜시간 나오면 보자고.”


태인선배가 먼저 자리를 뜨자, 다들 저마다 흩어지는데 우리 동기들만 엉거주춤 남아있다. 세환이형이 슬쩍 우리 동기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도 첫 공연인데, 우리들끼리 한잔 할까?”


세환이형은 술을 엄청 좋아했다. 아침 7시에 또 술이라니.


“오빠, 술은 좀 그렇고 어디 카페라도 가요.”


나보다 한 살어린 연수가 제안했다. 다들 피곤한 듯 내키지는 않아했지만 그래도 이 힘든 석달간의 여정 끝을 우리끼리 위로하고 싶었는지 터덜터덜 앞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대체 카페 같은 곳은 왜 가는지 모르겠다며 툴툴거리는 세환이형을 끌고.
카페에 자리를 잡고 각자 마실 커피가 나왔지만 다들 멍하니 말이 없다. 대체 그간 뭔 일이 일어났던 건지 꿈결같기도 하고. 그 때 누군가 불쑥 선배 얘기를 꺼내고 갑자기 불같은 뒷담화로 번진다. 멍하니 있던 사람들의 눈이 반짝거린다. 그래, 이럴땐 역시 남 욕이 제일이지. 여자동기들의 선배얘기를 한참 듣고 있는데, 갑자기 내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성희선배네. 뭔 일이지.”


성희선배라는 말에 여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성희선배. 여자들의 군기반장. 술먹으면 개가 된다는 그녀. 나이는 서른 초반이지만 애석하게도 배우에 대한 가능성은 없어보였다. 목소리가 어눌하고 발음이 너무 안좋았다. 그래서 인지 극단 7년차임에도 주연은 못하고 조연이나 단역만 소화했다. 그것도 어눌한 발성과 발음이 어울리는 역으로만. 하지만 자존심은 엄청나게 강했다. 그것이 본인의 재능이라고 생각했던 듯. 사람을 볼 때 항상 눈을 치켜뜨고 쳐다보았는데, 눈에 초점이 희미하고 마른 몸에 피부가 검은 편이어서 그런지 섬뜩하게 보일 때가 있었다. 누가 쳐다보는 것 같아서 주변을 돌아보면 그 선배가 관찰하듯 빤히 보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보통 상대가 그것을 의식하면 시선을 거두기 마련이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을 굉장히 불쾌하게 만들었다. 마치‘너 따위가 의식해도 난 상관안해.’라며 자신의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에. 이 사람이 바로 지금 여자동기들이 한참 욕하던 그 사람. 내가 전화를 받자 모두들 숨을 죽였다.


“예, 선배님. 예? 아 지금... 여자동기들이요?”


내가 동기들을 바라보자 모두들 고래를 휘졌고, 손으로 엑스자를 그리고 난리가 났다.


“예... 지금 다들 집에 갔어요. 저 혼자 있습니다. 네 순대국집이요. 알겠습니다.”
“오빠, 뭐래요. 지금 오래요?”


내가 전화를 끊자마자 연수가 걱정스러운듯 물어온다. 한숨이 나왔다.


“아 모르겠다. 일단 오라니까 가봐야지. 다들 얼른 집에가. 눈에 띄기전에.”
“나랑 같이 가자. 오다가 길에서 만났다고 하지 뭐.”


세환이형이 함께 일어섰다. 그 호의가 고맙게 느껴졌다. 나머지 동기들을 보내고 세환이형과 순대국집에 들어서니 선배들이 꽤 많이 있다. 태인선배, 주현선배. 그리고 전화로 날 불렀던 성희선배와 극단 남자 중 2번째인 도성 선배. 그리고 그 외에도 몇 명 더. 순대국집 테이블을 2~3개 정도 차지하고서 각자 떠들고 있었는데, 태인선배 앞에는 영수선배와 승영선배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채 혼나고 있었다.


“왔어? 여기 앉아. 니네 온다고 자리 비워놨어.”


혀 꼬부라진 소리로 성희선배가 우리를 불렀다. 우린 그 앞에 앉아서 주는 대로 소주를 마셨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세환이형은 태인선배 쪽 테이블로 불려가서 같이 혼나고 있었고, 난 날 빤히 바라보고 있는 성희선배와 선비처럼 혼자 술만 홀짝거리는 도성선배와 한 테이블에서 불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넘게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건 성희선배였다.


“너 그때 말야. 선생님이 거기 서 있으라고 그랬잖아.”
“예? 아, 그 나무 앞에서요.”
“그래, 거기.”


앞에서 주인공들이 연기하는 동안 뒤에서 내가 약초를 캐고, 성희선배는 옆에서 그걸 보며 리액션을 하고 있었던 장면을 얘기하는 듯 했다. 그러니까 그냥 마을사람 1,2다.


“근데 너 그렇게 밖에 못해? 약초를 캐더라도 이렇게 캘 수도 있고, 요렇게 캘수도 있고 막 여러 가지로 할 수 있는거 아냐?”


성희선배는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말하며 연신 약초 캐는 시늉을 했다.  


“난 한 달 동안 공연하면서 너처럼 그렇게 똑같이만 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해 봐야지. 난 니가 연기하는 걸 보면서 내가 리액션 하는게 너무 아깝고 챙피했어.”
“죄송합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건 맞으니까.


“내가 죄송하다는 얘기를 듣고 싶은게 아냐. 문제 있는 거 같지 않냐? 학교에서 연극하는게 재밌어서 여기까지 온거야? 그런 맘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애?”


성희선배의 쏘아보는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간다. 이 사람의 분노는 누구를 향해 있는 걸까.


“내가 널 한 달 동안 지켜봤어. 내가 볼 땐 넌 아니야. 넌 가망이 없어. 니가 볼 때 우리 되게 별 거 아닌 거 같지. 그래도 너보단 아니야. 넌 그냥 아마추어야. 알겠어? 우린 프로고. 넌 아마추어. 근데 이게 시간이 흐른다고 되는 게 아니야. 넌 잘해봤자 잘하는 아마추어야. 영원히.”


슬슬..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난 별거 아니라고, 배울게 많은 사람이라고 항상 되새기며 살았는데 아직도 마음 속은 그렇지 않은 모양인지.


“나, 여기 있으면서 진짜 많은 사람들을 봤어. 너보다 잘나고 너보다 잘하는 사람들 많았어. 근데 다 포기하고 나갔어. 그 사람들보다 재능 없고 잘나지 않은 너가 여기 있어봐야 뭐하냐? 시간 낭비야. 그냥 나가. 더 있어봐야 소용없어. 알겠어? 니 인생을 위해서 하는 소리야. 우린 너랑은 피가 달라. 배우의 피는 타고 나는 거야.”


모욕이다. 하지만 견뎌야 했다. 공연 한 번하고 그만둘 거라면 애초에 여기 오지도 않았다. 성희선배의 모욕은 계속 되었지만 난 귀를 닫았다. 군대를 갔다온 것이 이럴때는 도움이 되는구나. 쓸데없는 말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자.


“성희야 그만해.”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옆에서 들으며 피식피식 웃기만 하던 도성선배다.


“넌 반바지 입지마. 바보야.”


뭔 소리지.


“노래방에서 템버린도 들지말고. 너 답게 하라고. 그냥 발라드나 불러. 노래 잘하더만. 남들이 다 한다고 너도 그렇게 하냐. 어울리지도 않으면서.”


도성선배는 계속 피식피식 웃으며 말했다.


“새로온 애들 리딩할 때 내가 너 차례에서만 누구지 하고 쳐다 봤어. 쟤 목소리 좋다고. 발성도 좋고. 다 좋은데 자기 걸 지켜야 되는거야. 자기 멋을 찾아. 남들 한다고 노래방에서 춤추고 템버린 돌리고 하지 말고. 누가 지루하다고 욕하던 말던 니가 잘하는 발라드 부르고 니 갈 길을 가라고. 멋도 좀 부리고. 너 반바지 앞으로 입지마. 다리에 털도 많은게. 멋있는 사람이 되라고.”
“예.”
“이거봐. 좀 웃어. 농담이야. 진짜로 반바지 입지 말라는 거겠냐? 왜 이렇게 굳어있어.”


지옥다음엔 천국인가. 아니면 채찍 다음에 당근?


“넌 어딜가도 주연을 할거야. 작은 곳을 가든 큰 곳을 가든. 착각하지마. 니가 잘해서 그렇다는게 아냐. 니 케릭터가 그렇다는 거야. 근데 넌 많이 풀려야 해. 너무 진지하고 굳어 있어. 넌 진짜 많이 풀려야 해. 그리고 넌 앞으로 많이 웃어. 너 나랑 눈 마주치면 무조건 웃어. 알겠어?”
“예, 알겠습니다.”
“이거봐. 또 얼굴 굳어가지고.”


도성선배는 그 말을 끝으로 또 혼자 술만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날 빤히 바라보고 있던 성희선배.


“널 사랑하나봐. 이런 소리 하는 거 처음봤어. 널 진짜 사랑하나봐. 선배 그런거에요?”


성희선배의 관심이 옮겨갔다. 도성선배와 성희선배가 둘이서 떠들떠들하는데, 옆을 보니 태인선배 앞에 세환이형과, 영수, 승영선배가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다. 저기보단 여기가 나아보인다. 땡그렁, 뒤에서 국밥집 문여는 소리가 들렸다.


“선배님.”


차가운 목소리. 총무 유희선배였다. 태인선배가 반갑게 맞았다.


“어, 유희야 여기와서 앉어. 보고 싶었잖아.”


유희선배는 테이블 앞에 서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애들 집에 보내셔야죠. 이런거 안하기로 하셨잖아요.”


차가운 유희선배의 말에 태인선배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뭐, 내가 후배들 데리고 술도 못먹어? 먹으려면 내가 너한테 허락받아야 하는거야?”
“그런게 아니라, 지금 아침 9시에요. 이러면 애들 다 질려서 힘들어해요.”
“질리면 나가면 되지. 나갈 놈들은 어차피 나가게 되있어.”
“선배님. 이제 저희도 막내 애들 잘 가르쳐서 뒤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연극 만들어야 해요. 애들 얼른 보내주세요.”


유희선배는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순간 차가운 공기가 흘렀다. 침묵을 깨고 태인선배가 벌컥 화를 냈다.


“야! 내가 그렇게 잘못한거냐? 어? 진짜 니네 다 나가! 집에 가라고! 드러워서 술도 같이 못 먹겠네.”
“얘들아 다 나와. 집에 가. 얼른.”
“그래, 얼른 꺼져 이 새끼들아.”


나와 세환이형, 영수, 승영선배는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국밥집에서 나왔다. 따라나온 유희선배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영수랑 승영이 어디 맞았니?”
“아닙니다.”
“그래, 다행이다. 얼른 들어가. 피곤하겠네.”


영수, 승영선배는 유희선배에게 꾸벅 인사하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그들을 보던 유희선배가 고개를 돌려 우리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니네, 다음 콜 시간부터 안나타는거 아니지?”
“선배님 걱정 마십쇼. 저흰 괜찮습니다.”


세환이형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손사레를 쳤다.


“두견이는? 잠수 타는거 아냐?”


나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닙니다. 선배님. 첫 공연인데요 뭐.”
“그래. 내가 역까지 데려다 줄게. 가자.”


유희선배와 지하철 역으로 함께 걸었다. 처음 들어왔을때, 막내들에게 필요한 신체트레이닝을 담당한 것이 유희선배였다. 몸쓰는 법과 연극적인 움직임, 발성법 등등. 유희선배는 우리 동기들을 오래 가르쳤고,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애정이 있었다. 유일하게 관심을 보여주는 선배였기에 우리는 유희선배를 많이 따랐다.


“선배들이 저렇게 해서 첫 공연 끝나고 안나오는 애들이 많아. 연극이 중요한건데 저런걸로 사람들이 그만두면 너무 아깝잖아.”


어느새 지하철역에 가까워졌다. 난 유희선배에게 한가지 묻고 싶었다.


“선배님. 연극이 재밌어서 하면 안되는 건가요?”


유희선배가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괜찮지.”


하지만 난 웃을 수가 없었다.


“전 연극하면 즐겁고 연극하는게 재밌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 마음으로 연극하면 여기 계신분들에게 폐가 되는 건가요?”


유희선배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유희선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런 마음이면 충분해. 더 필요한 건 없어.”


유희선배의 말이 위로가 되었을까. 내 자신에게 묻고 싶다.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해 왔던 나인데, 오늘 하루 만에 산산히 부서지는 느낌이다. 지하철로 들어서니 이미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이 활보한다. 일단 집에 가자. 그리고 자자. 그 다음에 생각해 보자.


그렇게 내리 3일을 쉬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연습하고 월요일 하루를 쉬는 것이 극단스케쥴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쉬는 것이 정말 꿀 같았다. 그동안 못봤던 티비도 실컷 보고, 늦잠도 자고, 자주 만나지 못했던 여자친구의 투정도 들어주고. 하고 싶었던 것들은 다 했지만 그래도 아직 더 쉬고 싶었다. 핸드폰이 울릴 때마다 콜시간 문자가 올까봐 쳐다보기가 무서웠다. 오지마라. 오늘 하루만 더 쉬자. 하루만 더...


저녁 9시. 이제껏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오늘 하루도 넘길 모양이다. 기쁘다. 컴퓨터를 키고 게임이나 실컷..  


‘띠리링’  


문자가 왔네. 아닐거야 이 시간에. 떨리는 마음으로 누구에게 문자가 왔는지 확인했다.


...유희선배다.


‘단원 여러분. 오늘 하루 푹 쉬시라고 늦은 시간에 문자보내요. 잘 쉬셨죠? 콜시간은 내일 2시로 하겠습니다. 내일 웃는 얼굴로 만나요.’


크윽. 그런 배려는 하지 마세요. 준비할 시간을 주셔야지요. 내일 2시라니 이게 웬말입니까. 갑자기 휴가 복귀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처럼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가기 싫다. 하지만 가야한다. 그 때까지 게임이나 하자.


다음 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1시 30분에 도착했다. 캔커피를 사들고 공원 벤치에 앉았다. 마지막 30분이다. 20분만 자유를 누리다 들어가자. 멀리서 세환이형이 오는게 보였다. 세환이형과 눈이 마주치니 서로 웃음만 나온다. 세환이형은 담배를 피고, 난 옆에서 캔커피를 홀짝거리니 어느새 들어갈 시간이다.


“두견아. 들어가자.”


웬지 힘없는 세환이형의 목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터벅터벅 걷다보니 극단 연습실 문 앞이다. 처음 올 때 몇 번이고 망설였던 철문인데 이제는 낯이 익다. 이 철문처럼 익숙해지는 날이 오겠지.

  
“안녕하십니까.”


선배들에게 몇 번이고 인사를 하며 연습실에 들어섰다. 도깨비 같은 선배들이 조금은 반갑다. 정말 조금. 그래, 가보자. 까짓거 내가 하고 싶어서 온건데. 너무 짜증나게 하면 들이받고 때려치지 뭐. 이런 생각을 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야~ 여기 이것 좀 같이 옮기자. 다 와봐라.”


누군가가 부른다. 큰 소리로 대답하며 나와 세환이형이 뛰어갔다.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재미도 없는 글이 어느새 3편이 됐네요.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실명이 아닙니다. 혹시 어디서 비슷한 이름의 배우를 보시면 오해하실까 해서. 봐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꾸벅)



3
  • 재미있습니다. 비슷한 내용이 연극으로도 있겠지요?
  • 4편을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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