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11/10 00:30:51
Name   化神
Subject   민주주의를 위한 변론
트럼프의 당선과는 별개로 오늘은 그냥 저만의 생각 깊은 곳으로 침잠하고 싶은 날이어서

공허의 유산 OST를 틀어놓고 불 꺼놓고 맥주 홀짝홀짝 하면서 여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공허의 유산 OST는 들을 수록 띵작입니다.)

그러던 중 페이스북 친구가 좋아한 글을 보고 이건 아닌데 싶어서 글을 씁니다. (아는 핵님의 그 짤이 생각난다면 공안신고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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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인 추세는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확연히 타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일정 정도 이상의 민주주의와 정치,시민의식을 가졌다고 증명된 사람들만 정치에 참여하게끔 하는 그런 기존의 무조건적인 1인1표제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한 획기적인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일에서 은퇴하고 연금이나 받아먹으며 죽을 날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나라의 정치를 좌지우지하며 젊은 세대들의 앞길을 막는 작금의 이 민주주의의 부작용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지금의 민주주의 또한 인류가 진화하면서 거쳐가는 최선의 체제를 목표로 하는 과정에 불과하지 지고지선이라는 보장은 그 누구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 시험쳐서 통과한 사람들만 투표할 수 있게 하자. 운전면허처럼 정기적으로 투표적성검사 시행하자. 저학력층 저소득층 노년층이 소외된다고해도 어쩔수없다. 그들은 '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시민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에 포함시켜선 안된다.
이런 내 의견이 반민주적으로 보이는가? 50년에서 100년후쯤엔 내 생각이 선구적이고 진보적인 생각이었다고 평가받을 날이 올거라 난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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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그 범위와 영향력을 규정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시험을 치러서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건지, 모든 조건을 통제하여 이상적인 경제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사회주의 이론만큼이나 오만한 생각이죠.



민주주의와 중우정치는 동전의 양면같은 관계입니다. 모든 유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자각하고 올바른 선택을 한다의 역은 어떤 유권자는 자신의 권리를 자각하지 못한다겠죠. 그런데 어떤이라는 서술어는 그 범위가 모호합니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의 원칙은 과반을 넘기는 의견을 따른다이고 그렇다면 관례적으로 표현할 때 51% 이상의 의견은 채택됩니다. 그리고 51%는 충분히 어떤 사람들이라고 칭해질 수 있고, 그들은 자신의 권리를 자각하지 못할 수도 있죠. 하지만 과연 그들이 자신의 권리를 자각하지 못했다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올까요? 과연 그들이 어리석다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당신은 정치적으로 우월하고 완전무결합니까. 동시에 시험을 출제하는 사람에 의해 정치적 성향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근본적인 위험성을 간과한 발상입니다.

민주주의가 성립되기 위한 기본 조건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의견이 다른 상대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한다는 것 입니다. 공동체의 중요성은 사회계약론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득이 첨언하자면

'너는 나와 생각이 다르겠지. 그리고 나도 그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아. 하지만 너와 나는 같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이니 너의 의견은 존중해 줄게'

이것이 민주사회의 가장 기반에 깔려있는 것입니다. 너와 나는 공동체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민주사회의 위기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절대권력이 절대 부패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전횡을 일삼을 때 우리가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근거는 너는 공동체를 이끌 자격이 되지 못한다. 너는 너 자신만을 위해 권력을 행사할 뿐이다라는 것입니다. 이를 제도화 한 것이 모든 이들이 주권을 가지고 있고 나로부터 이 권리를 위임받아 나의 뜻을 대행할 대변인을 선출하는 대의 민주주의 체제인 것입니다. 그렇기때문에 부정부패한 권력자들이 단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공동체의 일원이 아닌 공동체의 배신자니까요.


우리는 87년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내고도 노태우의 집권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누군가는 그랬죠. 군부세력과 피 흘리도록 싸워서 투표권 찾아왔더니 국민들은 그 투표권으로 노태우를 뽑더라.

누군가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원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나섰고 변화는 찾아왔습니다. 변화한 그 정도가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해서 안타까웠겠지만 그것도 진보이고 진정으로 더 많은 변화를 원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공감하고 같이 행동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완장찬 진보들은, 과연 그렇게까지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나요? 어쩌면 본인들이 만들어놓은 선민의식에 갇혀 우매한 대중들은 이래서 안돼 하고 조소하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 것은 아닌가요?


분명 현재의 우리는 지금 우리가 갖는 유권자로서의 가치를 공감하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고령층 대비 낮은 청년층의 투표율이 이를 증명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떠올렸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국가가 멸망하는 것은 세습군주의 부족함에 기인한다고 주장합니다. 세습군주가 창업군주에 비해 위대하지 못한 점은 창업군주가 온갖 고난을 딛고 일어나 비로소 자신의 국가를 건설하고 권력을 움켜쥐었기 때문에 자신의 권력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반면 세습군주는 이미 권력이 주어졌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 위한 의식과 능력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죠. 이것은 현대의 유권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저만해도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태어났고, 저에게 투표권이란 만 20세가 되면 자동으로 부여되는 것이었죠. 그리고 제 또래 친구들은 이 권리가 어떻게 해서 자기에게 주어졌는지 그 역사와 배경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로부터 투표권을 박탈해야한다는 주장이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분명 불완전한 존재이고 불분명한 현대사회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이끌어나갈 만큼 인간의 지성이 완벽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토론과 논쟁을 통해서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선택한 것,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를 경험하고 난 이후에 비로소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되돌아 보겠죠. 매 순간순간이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과 경험이 쌓여서 우리는 정치적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일견 부족해보이는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것에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이 자조와 조소로 이어져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하는것이 자기의 마음에 편하다면 붙잡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최소한 저는 그들에게 '너 생각 잘못해도 한참 잘못했어' 하고 비웃어주고 싶습니다. 과연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떨어지는 것일까, 트럼프의 지지자는 생각이 없는 것일까.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반면교사가 될 것이고 역할을 해낸다면 사람들의 편견을 깨낸 사례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트럼프의 공약이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감출수 없지만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제도와 절차를 따라야 하고 다음 대선을 기다려야 합니다.

민주주의가 문제인 것이 아닙니다. 공동체를 인정하지 않는,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 생각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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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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