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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7/03 12:23:36
Name   세계구조
Subject   8년이 걸렸습니다.
2000년대 중반 즈음에 저는 이베이로 이것저것 사는 것을 즐기곤 했습니다. 그 때는 해외직구라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모를 때여서 참 꿀이었더랬습니다. 백화점 가서 청바지 하나를 리바이스, 캘빈 클라인 같은거 17만원씩 주고 살 때 그 돈으로 한 단계 더 위 브랜드를 사입어도 더 쌀 때가 있었고요. 조그만 가전제품 같은 것도 사고 그랬지요. 그렇게 꿀 빨던 것을 안 친구가 자기도 해보자며 제 계정을 빌려갔습니다.

사실 비딩하고 제가 결제해주고 돈만 제대로 내놓는다면 구매이력이 남고 손해볼 건 없었어요. 좋은 구매이력이 남으면 간혹 셀러랑 협상할 때 "내 구매이력을 봐라. 확실한 바이어다." 하면서 어필할 수 있었고요. 흔쾌히 빌려줬습니다. 한동안 다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물건을 제대로 못 보고도 입찰하거나 비딩을 높은 가격에 하는 바람에 낙찰 받고도 구매를 안 하더군요? 야, 다신 이러면 안돼 했는데 한 번 정도 더 그랬을겁니다. 그러더니 어떤 셀러가 Unpaid Item으로 리포트를 먹였습니다. 계정이 블럭 당하더군요. 한동안 스트레스를 좀 받았지만 포기하고 계정을 새로 파기로 했습니다. 근데 그때는 20대라 세상의 치밀함을 잘 몰랐나봐요. 이베이 계정을 파고 페이팔 계정을 새로 만들든 뭘 어떻게 하든 이베이는 그 계정이 내 계정이라는 것을 감쪽같이 알아냈습니다. 셀러랑 이야기 잘 해서 풀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군요. 그렇게 이베이를 떠났습니다.

그렇게 살던 어제 그냥 생각이 나 이베이 접속을 해봤습니다. 여전히 Suspended 상태더군요. 메일을 보냈습니다. 왜 내 계정이 막혀있니? 뭔가 정책위반을 했던걸 어렴풋이 기억하고는 있지만 사실 상세히는 기억을 못하던 상태였거든요. 오늘 담당자의 메일을 받고서야 위 사실들이 기억이 났습니다. 그리고 담당자는 오래 참아줘서 고맙다며 계정을 복귀시켜주었습니다. 8년만에! 예전처럼 한달에 100만원 이상을 이베이에 쓸까봐 두렵군요. 요즘은 10년 전처럼 직구 메리트가 있지는 않겠죠?

친절한 이베이 담당자는 아래와 같이 메시지를 추가로 남겨주더군요.

Have a good day in your wonderful country South Korea! I hope I can visit your counrey someday and witness the majestic beauty the War Memorial of Korea in Seoul! Enjoy the rest of your day Sung-hyun!

착한 양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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