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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3/08 11:16:37
Name   사슴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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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필기구 원정대 : 수험생의 천로역정




1. 들어가며

 수험생이라는 불안한 지위가 갖는 소비심리의 발현은 여러가지로 표현되지만, 시험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내면의 지식을 갈고 닦기 보다는 도구에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이 책만 보면 다 정리가 될 것 같은) 새로 나온 수험서, 요약서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저는 주로 필기구에 천착했는데, 수험생시절에 점심먹고 돌아오면서 문구점에서 필기구 구경을 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사치를 위해 한두자루 사다보니, 꽤 많은 종류의 필기구를 사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았던 - 그리고 지금도 자주 사용하는 - 몇가지 제품들을 큐레이팅 해볼까 합니다.

2. 제트스트림

 지금까지도 제 손에 가장 익은 필기구는 제트스트림 시리즈인데, 처음 썼을 때의 적당히 지면을 긁으면서 글라이딩하는 손맛이 꽤 좋고, 빠른 속기가 가능하며, 발색이나 느낌이 꽤 맘에 들어서 시험장을 제외하곤 계속 이걸 썼던 것 같습니다. [습관이 되는 부드러운 필기감]이라는 광고멘트처럼 대단히 부드러워서 속기가 가능하지만, 글씨체가 망가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필압이 세다면 0.5mm 보다는 0.7mm팁이 좀 더 적합합니다.

 제트스트림 컬러는 제트스트림의 명성과는 맞지 않게 필기감이 부드럽지 않고 날카로운 느낌이 심해서, 포인트 주는 부분이 아니면 0.5mm팁은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0.7mm는 매우 양호. 

3.  시그노 dx

 힘세고 강한 중성 세필펜 시그노 dx입니다. 세필쪽에서는 개인적으로는 파이롯트의 하이테크-씨 보다 내구성도 좋고, 발색도 좋으며, 손에 감기는 맛도 좋아서 더 선호했습니다. 주로 교과서에 가필용으로 썼던 펜입니다. 필기감도 좋고, 한글의 특성상 한 글자에 초성, 중성, 종성을 욱여넣어 써야하는데, 그래서 작은 글씨를 쓸때 매우 유리합니다. 단점이 있다면 수정테이프 위에서 쓸 경우 수정테이프가 팁을 막아버려 펜을 쓸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4. 사라사

도표 등을 그리고 깔끔한 필기가 가능했던, 제트스트림 이전까지 주로 썼던 사라사입니다. (지금 써도 좋은 펜이죠. CPA쪽은 거의 이 펜을 쓴다고). 중성치고는 살짝 흐르는 듯한, 수성에 가까운 그 느낌이 참 좋았는데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리는 포인트입니다. 

5. 에너겔

 시험용펜은 빠른 필기, 잘 쓰진 못해도 시인성 좋은 색감 등이 중요해서 이거저거 써보면서마하펜이나 V볼그립 등등을 전전하다가 결국엔 왕도의 에너겔로 돌아왔습니다. 만년필과 유사한 flow를 탈 수 있는 필기감을 보여주는 펜입니다. 시험장에 리필카트리지 세개를 챙겨가서 다 쓰고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빠른 메모를 할 때 가끔씩 쓰는 펜이긴 한데, 유려한 필체를 가진 분들에게는 꽤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은 펜입니다.

6. 스라리

 Water in Oil 타입 에멀젼 잉크를 채용한 최신 잉크의 펜인데, 개인적으로는 필기감은 제트스트림보다 못하고 발색도 딱히 나았던 것 같지 않습니다. 에멀전잉크는 수성과 유성을 섞어서 만드는 잉크 타입인데  O/W방식(수중유적형 방식)과 W/O방식(유중수적형 방식)중에 W/O를 채택한 최초의 볼펜이지만, 솔직히 많이 애매했습니다.

 물론 사용습관에 따라서는 스라리가 제트스트림보다 좋다는 의견도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둘 다 써보시고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7. 하이라이터 - 옵텍스케어, 코트, 에센티

 형광 하이라이터는 톰보우 코트나, 옵텍스캐어를 썼었는데 발색 좋고 쓰기 편하지만 비쌉니다. 나중에는 마일드라이너의 카피인(그땐 카피인줄 몰랐음) 에센티를 싸게 사서 잘 썼네요. 지금도 에센티는 꽤 좋아하는 하이라이터입니다. 파스텔톤의 발색이 맘에 들어요.

8. 파인라이너

 스테들러 파인라이너는 솔리드한 색감으로 언더라인치기 딱 좋은 모델이지만 닙의 내구성이 플러스펜 수준인게 단점입니다.

9. 샤프 몇 종

  샤프는 펜텔 그래프1000, 스테틀러 triplus, 펜텔 120 A3 dx, 드라픽스 300정도가 손에 맞았던 듯. 현재도 꽤 구하기 쉽고 그래프1000(10,000원 전후)을 제외하면 그렇게 비싼 가격도 아니라서 좋습니다.

 펜텔 그래프 1000은 지금까지 써본 샤프중에 가장 맘에 들고, 왜 비싼지 알게 되는 샤프였는데, 단점이 있다면 사면 꼭 잃어버린다는 것 입니다 ㅠㅠ

 스테틀러 triplus는 무게중심이 밑으로 가 있어서 꽤 기분 좋은 필기감을 내주는 것이 장점입니다.

 드라픽스1000도 좋긴 했지만 내구가 유리몸이고, 현재는 단종되서 개당 4-5만원에 거래되는 현실이라, 드라픽스 300정도로 타협을 봐서 사용했었는데, 그래프 1000을 잠시 잃어버렸을 때 영입해서 사용했던 것임에도, 충분히 그래프1000을 대체해서 한동안 사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파리 샤프는 여러모로 훌륭하지만 편마모가 너무 심해서 비추천합니다(이쁜쓰레기!!)

10. 노트

 노트는 왠지 모르지만 리갈패드를 많이 썼습니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굳이 꼽으라면 3공 바인더에 루즈리프식으로 편철하기 좋아서였던 것 같습니다. (3공이 있는 리걸패드 모델을 사용했네요)

11. 마치며

 여러분의 인생 필기구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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