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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5/02 03:38:27
Name   저퀴
Subject   워해머 40,000: 던 오브 워 3 리뷰

워해머 40,000: 던 오브 워 3를 플레이했습니다. 렐릭이 내놓은 RTS고,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와 함께 자사를 책임지고 있는 프랜차이즈이기도 하죠. RTS가 그들만의 장르가 된지 오래인데, 그나마 렐릭 정도면 그들 중에서 손 꼽힐만한 위치에 있는 개발사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2017년에 나올 RTS 중에선 장르 팬들이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었어야 했겠죠. 그런데 그렇진 않더군요.

싱글플레이 캠페인은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1부터 어디서 본 것 같은 비슷한 시나리오의 반복이고, 전개도 인상적이지 않은데다가, 결말은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다시 플레이할 가치는 전혀 없고, 길게 장점과 단점을 늘어놓기도 민망할 정도의 완성도에요. 이쯤 되면 뭐하러 만들었는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들어요. 차라리 전작에 있었던 라스트 스탠드 같은 PvE 코옵 모드가 훨씬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멀티플레이로 넘어가면 이번 작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빈곤한 상상력을 가진 개발자들의 책임이 가장 클 겁니다. 어떻게 모든 유닛의 고유 능력까지 범위의 적을 공격하는 스킬로 도배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중후반의 대규모 교전을 보면 이게 RTS인지, 그림판 가지고 색칠 놀이하는 건지 분간조차 되지 않아요. 게임을 끝날 때까지 늘 범위 안에 유닛 빼주기만이 남은 RTS가 재미있을 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게임의 템포를 느리게 만들었던 2의 엄폐 시스템이 더 흥미롭습니다.

그에 비해서 엘리트 유닛 시스템은 좀 더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엘리트 유닛은 개성이 없어서 꼭 장점으로 뽑힐만한 부분인지 모르겠네요. 원작인 워해머 40K에 대해서 간단하게 구글에 검색만 해봐도 각 진영 별로 대형 전차, 전투기, 야포, 폭격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병종이 존재하는데, 엘리트 유닛을 포함한 전반적인 유닛 로스터는 단조롭습니다. 아까 강하게 비판했듯이 대부분의 유닛 디자인이 형편 없는 것도 한 몫하고요.

독트린도 비슷한 의미에서 엘리트 유닛보다야 나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게임을 숙련하는 데에 있어서 습득해야 할 정보량만이 늘었고, 반대로 게임을 배우는 데에 있어서 방해만 되는 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오히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2가 아닌 1을 말합니다.)의 독트린 시스템이 더 깔끔해보입니다.

또한 게임의 메인 모드인 '파워 코어' 모드는 무작정 게임의 접근성 증대와 진입 장벽 완화만 신경 쓴다고 게임이 나아질 수 없다는 걸 증명합니다. 대부분의 RTS에서 플레이어를 짜증나게 만들만한 요소가 파워 코어 모드에는 없어요. 본진 기습, 여러 전선에서의 난타 등을 최소한으로 줄여버렸거든요. 단계적으로 적의 전선을 밀어야만 하는 특성상, 던 오브 워 1이나 2에 비하면 룰이 어려운 모드도 아니고, 가볍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RTS의 주요 요소를 없앤 부작용으로는 게임을 지루하게 만들어버렸어요. 게임이 초반만 넘어가도 줄다리기 싸움의 반복이 되어버리고, 중반이 넘어가면 적의 침공 루트가 강제로 딱 하나만이 남게 됩니다. 서로 싸우고, 후퇴하고, 병력 재정비하고 다시 싸우는 과정의 반복이 RTS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그나마 마이크로에 집중된 전투가 재미있으면 모르겠는데, 계속 언급하듯이 던 오브 워3는 마이크로는 전혀 매력이 없어요.

그나마 전작보다 나은 점을 뽑자면 각 진영마다의 판타지를 잘 살렸다는 점은 칭찬할 수 있을 겁니다. 공중 강습이 특기인 스페이스 마린은 병력 생산을 드랍 포드 시스템이 의존하고, 오크는 전투 속에서 약탈로 군세를 키운다는 컨셉을 살리기 위한 전장 고철이 있으며, 엘다는 고도의 과학 기술과 초능력이란 컨셉을 잘 살렸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는 대다수의 RTS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부분이지, 결코 던 오브 워 3만의 장점은 될 수 없어요.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 모두 공통으로 렐릭이 내놓은 게임 중 일순위로 꼽을 수 있는 최악의 UI가 발목을 붙잡습니다. 전작인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의 UI가 시대에 뒤떨어진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면, 던 오브 워 3는 게임에 대한 흥미조차 식게 만드는 결함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RTS에서 내가 어떤 유닛을, 어디서, 무엇 하고 있는지 분간조차 되지 않는다는 게 말이나 되나요? 아주 간단한 예로 유닛을 직접 마우스포인터로 갖다대지 않으면 그 유닛을 미리 아이콘을 외우지 않는 이상, 이름조차 알 수 없습니다. 

또한 게임 플레이에 대한 체계적인 보상은 늘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지만, 던 오브 워3는 그냥 지겨워요. 기본적인 것들은 제공해서 취향에 따라선 준비 과정 없이 멀티플레이에 뛰어들 수 있어야지, 던 오브 워3처럼 해놓으면 후발 주자는 준비만 하다가 게임을 그만 두게 될 겁니다. 대신 싱글플레이 캠페인으로도 점수를 벌 수 있긴 합니다만, 싱글플레이 캠페인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야지, 멀티플레이의 준비 과정만으로 남으면 안 되겠죠.

그래픽과 사운드도 실망스럽습니다. 간혹 저평가 받는 스타크래프트2의 사운드만 하더라도 교전 상황에 따른 다양한 효과음이나 훌륭한 음악은 갖추고 있었는데 던 오브 워 3는 오크 쪽 음악 몇 곡 말고는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어요. 효과음으로 넘어가면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것만 갖추고 있을 뿐이에요. 그나마 단점까진 아닌 사운드에 비하면 그래픽은 더욱 문제인데, 건물보다 더 큰 유닛 정도 빼면 정교한 유닛 모델링은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 때부터 그래픽에 있어선 정말 실망스러워요.

제 생각에는 던 오브 워 3는 스타크래프트 2에 가해진 비판, 매크로와 마이크로의 과잉 요구를 시작으로 지나친 진입 장벽 등의 대한 문제점을 깊이 고심하지 않고 대충 해결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결과물처럼 보여요. 오히려 유닛 디자인이나 엘리트 유닛, 독트린 시스템의 완성도 부족은 이게 2017년에 나온 최신 RTS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 수준이고요. 앞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없다면 던 오브 워 3는 렐릭이 내놓은 RTS 중에서 가장 볼품 없는 작품으로 남으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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