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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6/21 14:33:22
Name   레지엔
Subject   연애의 시작과 고백이라는 세레모니에 대해서
탐라에서 바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는 결혼은 사회가 공인한 상호 독점 계약, 애인이라는 건 쌍방만 합의한 상호 독점 계약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소위 '고백'이라는 걸 해서 애인이 된다는 건 일종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행위 정도 되겠죠.
근데 생각해보면 이 고백 후 연애라는 풍습 자체가 나온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고 어쩌면 특정 세대의 풍습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엄청 옛날 드라마였던 [101번째 프로포즈]라는 드라마를 보면, 고백이라는 행위는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하는 세레모니였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 혹은 그 이전 시절의 삼촌 혹은 어르신들 연애는 고백이라는 개념도 보통 잘 없고 서로 마음이 있으면 계속 다니다가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연애가 되고 프로포즈는 결혼 시점에 가서야 하는 것이었죠. 당장 우리 대통령님도 걸크러쉬한 영부인님의 '이제 슬슬 날 데리고 가야지?'라는 직설에 유부남이 되시지 않았습니까?
근데 이게 대충 90년대 초반으로 추정되는데, 연애라는 행위가 좀 더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행위로 내려오면서 연애의 시작에 고백이라는 의식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청소년들이 여기에 영향을 받았죠. 당장 제가 고딩 때 학원강사분들이 수업시간에 잡담하면서 '우리 때는 100일 이상 만나고 확신을 가져야 어디 가서 연애한다고 했는데 요새 것들은 22일 됐다고 기념일이랍시고 돌아다니는데 이런 문란한 세태를 봤나'라고 개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또 요새 어린이들 연애를 보면 제 세대에 비해서 저러한 의식을 치루는 것을 촌스러운 것으로 보는 경향도 강해진 것 같습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더이상 고백받는게 소녀의 로망이 아니게 된 것 같은데...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고백과 연애의 결합이라는 것은 20세기 말에나 유행했던 일시적인 풍습이라는 평을 듣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에 더이상 연애 관계에서 이전만큼의 구속력을 서로 발휘하지 않는 쪽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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