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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7/13 12:03:19
Name   소맥술사
Subject   국민의당 위기, 예정된 수순이었나?
간만에 각잡고 하나 써서 올려봅니다. 편의상 평어체로 작성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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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철수 전 후보의 사과와 국민의당 위기

어제(2017년 7월 12일) 오후 3시 30분,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선후보가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 제보 조작사건’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어떻게’가 빠진 ‘책임’과 ‘자숙’으로 지금 국민의당이 겪고 있는 총체적 위기가 쉽게 극복될 것 같지는 않다.
현재 국민의당은 자신의 지지기반이자 지역구 의석의 대다수가 속한 호남지역에서조차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관련기사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782714&code=11121100&cp=nv)

불과 1년 3개월 전인 2016년 4월 13일,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20석)도 어려울 것이라는 ‘자칭’ 정치전문가들과 다수 여론조사 기관들의 예상을 깨고 약 4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원내 제3당으로 탄생했다.

안철수라는 정치인이 2030세대의 멘토이자 아이콘에서 출발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주로 고령층의 지지를 많이 받는 후보로 급격하게 변화한 것 만큼이나, 국민의당의 급부상과 추락(혹은 위기)과정은 드라마틱하다.

2. 모든 것이 절묘했다.

선거정치학의 주요 이론 중 합리적 선택이론에서 제시되는 공간적 경쟁 모델에 따르면, 중도를 표방하는 정당은 생각보다 지지를 쉽게 얻지 못한다. 좌와 우의 양쪽 이념적 공간에서 지지층을 갖고 중도로 이동해오는 양대정당의 틈바구니에서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약간의 비례제와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의 조합으로 구성된 한국의 선거제도에 ‘딱 맞는’ 전략으로 성공을 만들어낸다.
먼저 중도진영에 상당부분 존재하는 ‘정치불신자’ 혹은 ‘인지적 무당파’(정치관심도와 인지적 수준은 높지만 지지정당이 없는)에 ‘새로운 정치인 안철수’라는 상징을 어필하면서 정당투표를 얻어냈다. 한편으로는 ‘호남홀대론’과 ‘반문(재인)정서’를 통해 호남 지역 특유의 방어적 지역주의를 활용해 다수의 지역구 의석을 확보한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의 지속가능성 여부였다.

조기숙 교수는 “국민의당은 포퓰리즘 정당인가”(<한국의 선거 VII>, 2017)라는 논문에서 “국민의당은 포퓰리즘 정당이라 보기에는 어렵지만, 선거과정에서 다른 나라 포퓰리즘 정당과 유사한 전략을 활용한 것이 발견된다”고 주장한다. 포퓰리즘적 요소 중 하나인 정당의 ‘사인화’ 즉 한 개인에게 정당의 인기 전체가 의존적이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본다. 그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지역구 투표와 비례투표(정당투표에 미친 주요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를 독립변수화 해 분석했다.
다항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비례대표 선택의 경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기저범주(혹은 참조범주)로 잡았을 때, 더민주와 국민의당에 정당투표한 유권자들이 박근혜에 대해 갖는 반감의 정도(회귀계수 각각 -0.922, -0.937)갖는 영향력의 크기는 비슷했지만, 더민주 선택 유권자들의 문재인 호감도(0.567)보다 국민의당 선택 유권자들의 안철수 호감도(1.028)의 영향력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방식으로 지역구 투표 모델을 만들어 분석했을 때에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더민주 지역구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이 문재인에 대해 갖는 호감도와 국민의당 지역구 후보에 투표한 유권자들이 안철수에 대해 갖는 호감도 영향력은 각각. 0.328과 1.266으로 큰 격차를 보인다. 즉 국민의당 비례투표와 지역구 투표자들에게는 안철수의 존재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상기한 조기숙의 논문을 참고.) 국민의당 지역구 의원의 다수가 호남 지역구에서 당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남에서의 ‘반문정서’ 역시 영향을 끼쳤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다음 <표>는 20대 총선 직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한국선거학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관련 유권자 정치의식조사’ 중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를 묻는 문항’(가장 비호감이면 0, 가장 호감이면 10)과 호남 거주자 중 정당투표에서 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지지로 돌아선(즉 정당투표에서 민주당을 찍었다가 4년만에 국민의당을 찍은)사람과 일관된 지지를 보낸(두 번의 선거 모두 더민주를 찍은)유권자들을 구분해 필자가 직접 분석한 결과다.




호남거주자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워낙 N의 수가 적다는 한계는 있지만, 문재인에 대한 호불호 감정과 안철수에 대한 호불호 감정만이 유일하게 통계적 유의성을 획득했고, 실제로 호남에서는 ‘반문정서’ 혹은 그보다 더 강한 ‘친안정서’라는 게 존재했다는 걸 알 수 있다.

3. 절묘함이 만들어낸 성공, 그리고 위기

‘중도’를 표방하고 ‘정치불신자’에 기대는 정당은 결코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기존의 통념을 깬 국민의당.이러한 성공은 ‘안철수’라는 개인에 대한 호감을 이용해 수도권의 인지적 무당파 혹은 정치불신자들로부터 정당득표를 얻어내는 한편, 호남에서는 정당투표와 후보투표 모두 ‘호남홀대론’과 ‘반문정서’, ‘친안정서’를 통해 ‘포퓰리즘과 유사한 선거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였다.
그래서 위험했고,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있었다. 안철수가 굳이 큰 실수를 하지 않더라도, 정치가 만들어내는 타협과 협력의 예술을 위해 당연하게 그리고 어쩔 수없이 기성 정치권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정당 전체에 대한 지지도가 위협받고,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돼 높은 지지를 받고 ‘반문정서’를 극복하는 순간 그리고 ‘호남홀대론’을 ‘호남안배나 우대’를 통해 극복하는 그 순간 국민의당은 위협에 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그리고 그 결과는 현재 우리가 아는 바와 같다. 따라서 ‘제보조작 사건’은 위기의 ‘결정타’내지는 ‘트리거’일 수는 있으나 ‘제보조작 때문에 위기에 처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당은 지속가능한가? 그건 아무도 모른다. 향후 안철수와 그를 둘러싼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필자는(틀릴 수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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