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3/18 00:02:23
Name   기아트윈스
File #1   M_obama.jpg (247.6 KB), Download : 9
Subject   현실, 이미지, 그리고 재생산


초딩들에게 한국말 가르치고 있습니다.
만 9세짜리 소녀에게 '나중에 뭐가되고 싶니'라고 물어보니 망설임 없이
[영의정!(Prime minister!)]이라고 하네요.
너무 당당하고 씩씩하고 자신감넘쳐서 넘나 이뻤던 것.

얼마 전엔 한 흑인소녀가 미셸 오바마의 초상화를 보고 넋이 나간 사진이 화제가 됐었어요. 애 엄마가 아무리 애를 달래도 애는 하염 없이 초상화만 봤대요. 나중에 애가 엄마한테 '저건 Queen이야.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라고 했다고 해요.

이미지는 현실을 압축적으로 모방해요. 나폴레옹의 권위와 힘을 이미지화하기 위해 각기 다른 초상화를 1천장 씩 그릴 필요는 없어요. 그냥 이런 거 하나 그리면 되지요.

https://www.worldatlas.com/articles/napoleon-bonaparte-world-leaders-in-history.html

나폴레옹은 먼저 힘으로 현실세계를 정복한 뒤 그 여세를 몰아 그림으로 상징세계를 정복한 거예요. 이렇게 정복된 상징세계는 다시 현실세계를 구속하는 힘을 가져요. 프랑스 육사생도들을 개처럼 굴려서 키워낸 후 전선으로 보내는 데는 저 그림 하나면 충분했어요. 개쩐다. 간지좀 봐. 이러면서 저 그림이 상징하는 영원한 영광을 획득하기 위해 부나방처럼 포탄 속으로 돌격하게 되지요.

그래서 사회운동하는 사람들은 현실세계에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상징세계를 정복하려고 열을 올려요. 오바마가 당선되기 약 10여년 전부터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각급 픽션에서 꾸준히 흑인 대통령이 등장했던 건 우연이 아니예요. 1998년작 딥임팩트에서 모건 프리만이 위기에 처한 미국(이라기보단 전세계...)를 현명하게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시점에서 이미 '흑인대통령'의 이미지는 상징세계를 정복하기 시작한 거지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저는 성범죄 뉴스를 접할 때만큼 뽀로로를 볼 때에 한국사회의 젠더감수성에 실망하곤 해요. 전 딸이 둘인데... 애들한테 되도록 한국/일본 만화는 안보여줘요. 여자애가 안나오는 건 아닌데 여자애에게 주도권(initiative)을 주는 만화는 매우 드물거든요 (콩순이 정도?). 제가 금손이면 직접 그려보고 싶은데...에이... 논문이나 쓰러가야지...




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11 6
    1460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편 10 kogang2001 24/04/19 197 4
    14606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4 kogang2001 24/04/19 207 7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3 kaestro 24/04/19 404 2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738 11
    14603 정치정치는 다들 비슷해서 재미있지만, 그게 내이야기가 되면... 9 닭장군 24/04/16 1114 6
    14602 오프모임5월 1일 난지도벙 재공지 8 치킨마요 24/04/14 726 2
    14601 꿀팁/강좌전국 아파트 관리비 조회 및 비교 사이트 11 무미니 24/04/13 842 6
    14600 도서/문학떡볶이는 좋지만 더덕구이는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13 kaestro 24/04/13 1058 5
    14599 일상/생각가챠 등 확률성 아이템이 있는 도박성 게임에 안 지는 방법 20 골든햄스 24/04/12 1084 0
    14598 음악[팝송] 코난 그레이 새 앨범 "Found Heaven" 김치찌개 24/04/12 170 0
    14597 스포츠앞으로 다시는 오지않을 한국야구 최전성기 12 danielbard 24/04/12 988 0
    14596 정치이준석이 동탄에서 어떤 과정으로 역전을 했나 56 Leeka 24/04/11 2480 6
    14595 정치방송 3사 출구조사와 최종 결과 비교 4 Leeka 24/04/11 760 0
    14594 정치절반의 성공을 안고 몰락한 정의당을 바라보며 10 카르스 24/04/11 1324 18
    14593 정치홍차넷 선거결과 예측시스템 후기 11 괄하이드 24/04/11 904 6
    14592 정치2024 - 22대 국회의원 선거 불판. 197 코리몬테아스 24/04/10 5327 2
    14591 정치선거일 직전 끄적이는 당별관련 뻘글 23 the hive 24/04/09 1261 0
    14590 오프모임[5월1일 난지도 벙] 근로자 대 환영! 13 치킨마요 24/04/09 600 1
    14589 일상/생각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 물방울이 흐르고 모여서 시냇물을 만든 이야기 6 kaestro 24/04/09 384 3
    14588 일상/생각다정한 봄의 새싹들처럼 1 골든햄스 24/04/09 276 8
    14587 일상/생각탕후루 기사를 읽다가, 4 풀잎 24/04/09 421 0
    14586 음악VIRGINIA (퍼렐 윌리엄스) 신보 카라멜마끼아또 24/04/08 272 2
    14585 오프모임4월 9일 선릉역에 족발 드시러 가실분. 29 비오는압구정 24/04/08 793 4
    14583 정치총선 결과 맞추기 한번 해볼까요? 52 괄하이드 24/04/07 1444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