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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7/14 15:01:16
Name   유자농원
Subject   [스압?] 영포자

(영상 재생한다음 우클릭 후 연속재생을 선택하면 반복됩니다.)




공공재 급의 개인신상 보존을 위해 일부 팩트(지명 등)는 고의로 왜곡한 부분이 약소하지만 존재합니다.








초등학교때(국민학교아님. 절대아님.)는 전 교과의 성적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영어도 재미있었습니다.

고 스트뤠잇 앤 턴 롸잇! 이러고 놀았으니까요.

재미있는 노래로 계절도 외우고. 재뉴어리도 알게되고. 너네 나라 어디냐도 물어보고. 길도 알려주고. 그렇게 초등학교가 끝납니다.






중학교에 들어갑니다.

첫 영어시간. 두근두근하며 교과서를 핍니다.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어 보입니다.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합니다. 첫 내용은 to 부정사입니다.

????
??????????

뭔지 모릅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초등학교때는 기본어휘와 간단한 회화 정도를 가르쳤던 것 같습니다.

to부정사가 뭔지 알려주면 됩니다. 그런데 그런식이 아니었습니다.

용법을 알려줍니다. 용례를 알려줍니다.

그때의 저는 1형식 2형식 이런것도 모릅니다.

인칭.. 주격 소유격 이런것도 모릅니다.

선생님은 기본적인 문법은 알고있다고 가정하고 수업을 진행합니다.

저는 학교에서 처음으로 '배운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수업을 마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시의 저는 문법지식이 제로였고, 저는 망했습니다.

요즘애들은 어떤 교과과정을 거치는지 모르겠는데, 이게 교과과정의 문제인지 선생님의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중학교 첫 수학시험은 96점, 영어시험은 36점을 받습니다.

집에서 기절초풍하고 결국 1학기가 끝나고 대형학원을 끊습니다. 부모님은 선행학습이 뭔지 인지합니다.

배치테스트를 보고 당연하다는듯이 꼴찌반에 배치됩니다.

인생 첫 학원은 아주 괴로웠습니다.
방학인데 아침에 학교가듯이 가서 학교가듯이 끝납니다. 방학인지 학기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저는 영어 기본이 하나도 안되어있어 다른애들 집에 갈때 보충수업을 받습니다.

기초문법을 배웁니다. 인칭대명사를 '외우기' 시작합니다.
I my me mine 막 외웁니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데 시키니까 외웁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암기라는걸 집중적으로 해 봅니다.

방학은 당연히 노는것으로 알고있었던 이 어리석은놈은 갑작스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모님께 눈물로 읍소합니다.

결국 2주만에 학원 종료. 그냥 학교만 다니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영어는 큰 발전없이 뽀록으로 60점을 넘기거나 말거나 하고 끝납니다.

중2~중3때 동네 조그마한 학원에 다시 갑니다. 하루 2~4시간만 있으면 되기때문에 매우 만족합니다. 놀 시간이 이전 학원에 비해 크니까.

학원 끝나고 보충수업을 핑계로 PC방에 갑니다.  스타크래프트가 그렇게 재미있습니다. 목표는 시험점수 상승이 아니라 스타 반 1등입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갑니다.

첫 모의고사로 반에서 3등을 합니다. 영어점수가 나쁘지 않습니다. 이 갑작스러운 떡상이 이해가 잘 안되었지만 내심 자부심도 가져봅니다.

그땐 몰랐지 그게 인생 최고의 반 등수일줄은...
점수순 배치였던 자리는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옆옆줄로 이동. 등수는 35명중 십몇등에서 이십몇등. 평범한 학생이 됩니다.

영어는, 내신은 교과서 공부하고 선생님이 찝어주고 그래서 70점~80점이 나옵니다.
모의고사는 60점대를 오갑니다. 4~6등급에 안정적으로 마크.

동네학원은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는걸 부모님이 깨닫자 종료. 당시 고교생이 이름을 들어보면 알법한 대형학원에 들어갑니다.

역시나 또 꼴찌반으로 들어갑니다. 특히 영어는 심각한 수준. 영어는 학원 강의도 따라가질 못합니다. 수학점수만 오르기 시작합니다.

영어강사가 매타작으로 아주 유명합니다. 맞아가면서 단어를 외웁니다. 점수가 안오릅니다.

학교에서 영어대책으로 중간고사 점수에 단어시험을 따로 산입합니다.
단어시험 전날 애들이 밤을 샙니다. 나도 밤을 새지만 점수가 안오릅니다.

고2때 열정적인 선생님을 만나 기초문법책을 받고 상담도 받아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점수가 안오릅니다. 모의고사 점수가 여전히 60점대에서 머뭅니다. 학원에서 맞아가면서 외운 단어로 점수를 버팁니다.

학교에서 정규교시 종료후 보충학습. 야자끝나고 학원을 갑니다.

학원이 이때 법적으로 10시 이후에 못 열게 되어있습니다. 그땐 그렇게 알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열시에 야자가 끝납니다.
판교의 등대 넷마블이 했던 것처럼 커튼 등으로 빛을 못나가게 막습니다. 전등을 조금만 킵니다.
학원끝나고 강사들이 개인 차량으로 학생들을 귀가시킵니다. 집에오면 두시 반. 씻고 자려고 하면 세시.
영어점수가 안오릅니다.

결국 특단의 대책을 내립니다. '단어만 외우자. 문법은 어차피 두문제뿐이니까 이건 찍어서 맞으면 좋은거고 버리자.'
문법을 포기합니다. 영어점수는 당연히 안오릅니다.
얼마안가 곧 사탐공부만 합니다.

수능을 봅니다. 맨 뒷장만 간단하게 친구들이랑 맞춰봤는데 다맞았습니다. 정말 흡족합니다. 이번 수능은 대박친 것 같습니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영어 듣기평가때 옆 대학 건물에서 오페라 한 인간. 나만나지마라 만나면 진짜 때려죽인다.

집에 들어와서 가채점을 해 봅니다. 듣기평가를 평소엔 한두개 틀리는데 이번엔 반이나 틀렸음에도
78점이 나옵니다. 평균보다 훨씬 잘했습니다. 15~20점가까이 떡상합니다. 오페라 만나면 진짜 때려죽인다.

그런데 등급이 그대로입니다. ??????

3등급같은 4등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봅니다.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명문대 진학 실패.

듣기가 외부변수로 실패했으면 선신고 후재수를 생각해봄직 한데 안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 영어 듣기가 떡상해도 갈 대학이 크게 달라지질 않아서요...





그저그런 대학에 들어갑니다. 돈만주면 간다는 곳은 아니지만 알아주는 대학도 아닌 평범한 대학에 갑니다.

어머니가 가지 말라고 한 대학에 들어갑니다.

점수맞춰 대학에 들어갑니다. 답이 없습니다.

영어 몇 과목을 필수로 듣게 지정해놓았습니다.

처음 만난 교수님. (당시엔 강사와 교수 구분도 못함)

원어민입니다. Ah....

중학교때도 원어민 만나봤지만 이렇게 나한테 집요하게 말을 걸어보는 사람은 처음입니다.

두사람만 불러내서 대화를 시킵니다. 떠오르는 단어가 없습니다. 망했습니다.

총 4학기 필수. 평점은 CCDC. 아이고.





대학교를 졸업하는 요건중에

토익점수가 있습니다.(당연히 다른 공인영어성적도 가능)

750점이면 그렇게 높지 않은 쉬운 조건이라고 동기들이 이야기해 줍니다.

방학 한두번만 학원끊어도 달성가능하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하지만 전 방학때마다 지방에 내려가 아버지 식당장사 무급알바를 뜁니다. 자영업이 이렇게 힘듭니다 여러분.

당연히 방과후 학원을 다니면 됩니다. 돈이없으면 알바를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저는 최고의 게임 제작자가 되고 싶습니다. 삼성의 지원을 받는 학교 게임제작소모임에 들어갑니다.

코딩을 배웁니다. 영어입니다. 이게 영어라는건 사실 큰 의미가 없다는것조차 구분을 못하고 기획파트로 지원합니다.

포폴용 쪼그만 게임 하나가 결과물의 전부입니다.

토익공부는 하지 않습니다.





동아리 친구가 토익점수를 내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공인영어성적 졸업요건 대체과목을 들으면 된다고 합니다.

마지막학기 대체과목을 듣습니다.

올레! 교수가 한국인입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외친 후 10분 후. 교재가 토익 공부 교재입니다. 설명 파트와 모의문제 파트로 이어집니다.

문제를 반타작조차 하지 못합니다. 3할의 정답률을 보여줍니다. 4지선다에서 찍으면 나오는 1/4보다 살짝 높은 정답률을 보여줍니다.

과락은 F를 주겠다고 교수님이 말합니다. 졸업은 해야겠기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단어시험 20점만점에 1점. 2차단어시험 10점만점에 3점.

중간고사 D

큰일났습니다 이대로면 기말에는 F를 받습니다. 중간은 그냥 순서대로 짤랐지만 절대점수가 과락입니다.

교수님이 이놈들이 왜 토익점수 안내고 이걸 듣는지 깨닫습니다. 기말을 모의토익이 아닌 교재에서 내겠다고 선언합니다.

교재 지문을 외웁니다. 교재 리스닝 파일을 구해 외웁니다. 들어도 내용 모릅니다. 그냥 억양 아는단어 나오면 스크립트 해석본을 뇌내에서 꺼내옵니다. A를 예상한 전공시험에서 B가나옵니다.

기말 단독 B 총합 C. 무사졸업 성공.





===============================


후기.



이후 추천으로 계약직으로 2년 좀 안되게 일하고 지금 실업급여 타먹고 있습니다.

과장님이 면접때 영어이야기를 안물어봅니다.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어 잘하냐고 물어보시네요. 크흑...

구직활동이 필요하니까 이력서를 열심히 넣어봅니다. 서류탈락이 반복됩니다.

다시 취업하는데 추천이 계약직만 들어옵니다. 정규직 가려면 영어점수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당연히, 그것말고도 뭔가 많이 필요했겠죠. 다만 기본도 없었으니까.





고2때 사실 텝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큰 비용을 써서 단체로 보게합니다. 영어선생님이 너네들 점수가 좋다고 합니다. 친구랑 히히 거리면서 점수를 미리 받으러 갑니다.

340점. 친구도 별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의자리만 다르네요. 친구랑 눈빛을 교환합니다. 야 쪽팔리다 가자. 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처량하게 걸어갑니다.

다른반 공부좀 하던 친구는 몇점받았냐고 물으니 점수가 높습니다.

아,
선생님이 사람을 헷갈렸던 겁니다.





사실 대학의 원어민 교수들은(아마 초빙교수였던 것 같습니다)

대단히 친절하게 잘 가르쳐줬습니다.

못알아먹는 표정을 지으면 천천히 다시 말해줍니다.

문법도 알려주는데, 저는 아직 부사가 뭔지 모르고 12345형식 구분도 못하는데

원어로 설명해주는 문법이 신기하게 잘 익혀집니다. 다 알아먹지도 못하는데 이해가 됩니다.
응용도 잘 됩니다. 대학레벨의 노하우가 이런건가 싶습니다.

줄리앙 센세, 그리고 이름은 모르지만 예수님같이 생겨서 F-word 날리던 센세. 정말 잘 배웠습니다.

물론 점수는 똥이었지만요.








네 그래서 영어공부를 하려구요.
점수는 적당히 따고 회화공부를 하고싶긴 한데 당면과제가 중요할 것 같네요.

영어학원이 너무 멉니다. 이놈들의 토익학원은 서울 중심부에만 있군요. 지방민들 다 죽여라.

저는 서울 외곽이지만 서울 삽니다. 그러면 차타고 한시간이라도 가면 됩니다. 그런데 이놈이 의지박약이군요.

인강을 찾아 봅니다. 졸업했던 학과에 지금 조교로 있는 녀석의 토익점수가 신발사이즈랍니다. 저는 키에 비례할까 불안해집니다.
학점이 좋았던 녀석이라 면접 프리패스후 조교하고 있었던 녀석이라.

동생이 YBM 아무거나 들으라고 합니다. 난 800은 금방 넘겼는데. 라고 말합니다. 의외로 잘하네요. 속이 썩어갑니다.
학과 후배가 학교홈페이지 로그인하면 무료로 이용가능하다고 알려줍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석사 센세.

동생이 산타토익을 추천합니다. 인공지능이 이제 토익코칭을 하는 시대입니다. 와 정말 무섭다.
알파고님 충성충성.
그런데 프리미엄 결제를 해야 제대로 쓸 수 있네요. 모은 돈이 없습니다. 학자금대출로 다 날아갔죠. 프리미엄은 유보합니다.

가입하고 평가문제를 풀어봤더니 등급이 D에서 F가 난무합니다. 목표점수가 아무리낮아도 500점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놈들아 난 300점이 목표다. 500을 입력합니다.




아 모르겠다. 일단 책을 사고 무료강의를 듣는게 싸게 먹힐 것 같습니다.

영포자라고 썼지만 내용을 보니 아예 포기하지는 않았네요. 포기하기도 하고 하지않기도 하고.

영포자라기보단 인생을 매우 방만하게 살았군요. 신과함께의 지옥으로 간다면 무간지옥에 빠지겠습니다.

포기하지 않았지만 점수가 구렸거나. 거기에 좌절하거나 정당화하며 포기하거나.

영어만 유별나게 등급이 낮았던 인생. 원인은 모르겠는데 공부하면 되지 않을까요?

빨리 취업하고 공부 때려치고싶은데 아마 취업하고도 공부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면서

오늘은 주말이니까 게임을 해보자고 다짐합니다.

인간이 달라지질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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