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7/16 18:31:20수정됨
Name   Raute
Subject   본격 일본 고교야구 영업글
1. 고시엔이란 무엇인가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있는 야구장으로 한신 타이거즈의 홈구장입니다. 매년 일본의 전국 고교야구대회가 이 구장에서 열리기 때문에 대회를 그냥 고시엔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이 전국대회는 일 년에 두 번씩 하는데 봄에 한 번, 여름에 한 번 합니다. 각각 봄(의 고시엔), 여름(의 고시엔)으로 부르기도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봄의 대회는 센바츠(선발)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여름의 고시엔을 최고로 쳐줍니다. 역사도 더 길고, 고등학교 3학년은 여름대회를 끝으로 은퇴하기 때문에 고교아구의 종점이거든요. 그런고로 이 글에서는 봄의 전국대회는 [센바츠], 여름의 전국대회는 [고시엔]으로 나눠서 적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시엔을 한자인 갑자원으로 쓰기도 합니다. 가령 괴이한 센스의 개그만화 '폭렬 갑자원'이 있죠.


2. 일본의 고교야구는 어떻게 굴러가는가
일반적으로는 봄에 학년이 넘어가고 신입생이 들어오니까 한 시즌의 시작을 봄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센바츠는 3월, 즉 1학년이 입학하기 전에 하며 춘계 현대회 역시 신입생이 못 뛰는 동네가 많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3학년이 중심이 되어 고시엔에 도전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즌의 출발점은 '고시엔이 끝나고 3학년이 은퇴한 뒤'가 됩니다. 

고시엔이 끝나고 '새 팀'이 출범 -> 추계 현대회 출장 -> 상위권 학교는 추계 지구대회 출장-> 지구대회 우승팀은 메이지신궁대회(진구대회) 출장 -> 추계 지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팀은 '선발'되어 [센바츠] 출장 -> 춘계 현대회 출장 -> 상위권 학교는 춘계 지구대회 출장 -> 여름 현대회 출장 -> 현대회 우승팀은 [고시엔] 출장 -> 대단원

동네에 따라서 NHK배니 무슨무슨기념대회니 1학년대회니 이런 대회를 나가기도 합니다만 보편적인 경우 이 루트대로 굴러갑니다. 스타크래프트로 치면 양대리그 본선/예선과 이벤트대회라고나 할까요. 특이사항으로 도쿄는 봄에는 관동대회에 참여하는데, 가을에는 참가하지 않습니다. 진구대회는 잘하면 좋기는 합니다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이듬해 전력 평가에 있어서도 그렇게까지 크게 작용하진 않습니다. 그냥 고시엔이 짱. 춘계대회는 별 의미 없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여름 앞두고 마지막 공식대회니까 열심히 할 수밖에 없고, 동네에 따라서는 춘계대회 성적으로 여름대회 시드를 배정하기도 합니다.


3. 왜 하필 일본의 고교야구인가
풋풋한 고딩들의 아마추어리즘 + 모든 경기가 토너먼트라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야구 특유의 돌발성이 고교스포츠라는 점과 맞물려 프로에서는 소위 '대첩'이라고 불리는 엄청난 접전 경기들이 수두룩하게 쏟아집니다. 5점차는 아무 것도 아니고 지역예선에서 9회말 9점 뽑아서 역전승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건 어제 서도쿄 예선에서 나왔던 경기

덕분에 만화 같은 에피소드도 쏟아지고 10년 쯤 전에 있었던 '사가키타의 기적'은 그야말로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슬램덩크의 북산은 정대만이나 서태웅 같은 네임드라도 있었지 저 학교는 진짜 아무것도 없는 시골 동아리 수준이었는데 전국대회 우승까지 했죠. 자세한 것은 꺼무위키의 https://namu.wiki/w/%EC%82%AC%EA%B0%80%ED%82%A4%ED%83%80%EC%9D%98%20%EA%B8%B0%EC%A0%81 링크 참조.

다른 스포츠라면 수준이 떨어져서 재미없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한데 야구는 종목 특성상 오히려 이런 경기가 더 재밌는 경우도 많고, 워낙 학교도 많고 선수도 많다보니 꼬박꼬박 '괴물'이 혜성처럼 등장하고, 또 오타쿠의 나라 일본답게 이런 고등학교 선수들에 대한 정보도 많아서 선수들 성장해나가는 거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일본 프로야구 NPB까지 관심있다면 드래프트 보는 재미도) 저는 아직까지는 일본 프로야구보다는 고교야구가 더 재밌더라고요. 예전에는 고등학생들 팔 갈아넣는 거 못 봐주겠네 이런 것도 있었는데 몇 년 전에 안라쿠 토모히로 때문에 욕을 엄청 먹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혹사가 줄어든 거 같기도 합니다(물론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장벽이 엄청 높은 것도 아닌 게 물론 팀과 선수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일본어를 하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긴 합니다만 영어와는 달리 일본어는 번역기만으로도 그럭저럭 이해하는 게 가능하고, 인터넷에 드래프트 후보 선수들을 중심으로 꽤나 양질의 글들이 굴러다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기를 보는 게 매우매우 쉽습니다. 추계/춘계대회는 볼 수 없겠지만 센바츠/고시엔의 본선은 인터넷으로 중계를 해주거든요. 지역예선도 동네마다 중계 시작하는 시점의 차이(보통 결승만/4강부터/1회전부터) 는 있습니다만 어쨌든 인터넷으로 볼 수 있습니다. https://vk.sportsbull.jp/koshien/ 공식적인 루트로 제공하는 거라서 우리나라에서 볼 때도 딱히 렉으로 고생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4. 그럼 지금까지 고시엔 예선 상황은?
원래 일본 47개 도도부현, 그중에서 홋카이도와 도쿄는 2개의 지구로 쪼개서 각 지구대표 49개팀이 출전하는 게 일반적입니다만 올해는 100회 기념대회라서 인구 많은 주요 현들을 쪼개놔서 사상 최다인 56개교가 참가합니다(80회와 90회는 55개교가 참가). 고시엔은 특정 학교를 응원하는 것보다 여러 개의 후보군을 만들어놓고 올라오는 애들 다 응원하거나 특정 지역을 응원하는 게 좋습니다. 아주 높은 확률로 내가 응원하는 학교는 지역예선에서 떨어지니까요(...)

북홋카이도 (16강 진행중)
클라크국제(クラーク国際)와 아사히카와실업(旭川実)이 가장 평가가 좋은 편인데 이 둘은 결승에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대신 드래프트 후보 평가는 아사히카와대학(旭川大)의 에이스가 제일 높은 걸로.

남홋카이도 (16강 진행중)
고시엔 최다출장교이자 재작년 준우승인 홋카이(北海), 다나카 마사히로가 있던 시절 3년 연속 고시엔 결승에 올랐던 코마다이토마코마이(駒大苫小牧)가 네임밸류로 최고고 여기에 호쿠쇼(北照)까지 껴서 3강 체제로 보는데 8강에서 홋카이vs코마다이토마코마이 나올 듯 합니다. 하지만 홋카이도는 결승만 중계 예정 ㅠㅠ

아오모리 (16강 종료)
몇 년 전에 고시엔-센바츠-고시엔 '3연속 준우승'을 달성했던 하치노헤가쿠인코세이(八戸学院光星)가 가장 유력한데... 현 시점에서는 딱히 눈여겨보지 않아도 될 정도의 골목대장 느낌 ㅠㅠ

이와테 (16강 진행중)
오타니 쇼헤이의 모교이자 올해 센바츠 8강이었던 하나마키히가시(花巻東)가 가장 유력한데다 경쟁상대도 많이들 어이없게 떨어져나갔습니다. 근 몇 년 동안은 모리오카대부속(盛岡大付)이 패권을 잡는 듯 했는데 올해 3학년들이 골짜기세대라 평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하고 4강에서 붙을 수 있는 이치노세키가쿠인(一関学院)이 가장 위협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동네는 1회전부터 중계해주고 있습니다.

.
.
.
아 이거 다 쓸 생각을 하자니 막막하군요. 어차피 관심이 생기는 분은 저한테 따로 물어볼 거 같으니 그냥 만화 다이아몬드 에이스에 등장하는 학교의 모델 얘기만 쓰고 끝내는 걸로.

만화에서는 나루미야 메이가 이끄는 이나시로실업이 서도쿄의 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만 이나시로실업의 모델인 와세다실업(早稲田実)은 서도쿄 2-3순위로 분류됩니다. 작중 이치다이산은 서도쿄 3강이라고 불리면서도 이나시로-세이도에 밀리는 이미지입니다만 실제 모델인 니치다이산(日大三)은 서도쿄의 왕자로 불리며 우승후보 1순위입니다. 만화와는 달리 타격이 아주 끝내준다는 것도 차이(대신 2학년 투수들이 벌써부터 프로팀 스카우트들 소환하고 다니는 중). 만화에서 코쿠시칸(黒士館)은 동도쿄 팀입니다만 실제 코쿠시칸(国士館)은 서도쿄 소속이며 좌완 트리오를 앞세워 와세다실업과 함께 니치다이산을 견제할 팀으로 평가받는 중. 세이코는 도쿄가 아니라 후쿠시마현의 세이코가쿠인(聖光学院)이 모델인데 여기는 후쿠시마의 제왕으로 11년 연속 고시엔 진출중입니다. 현재 최장기간 연속 진출 학교입니다만 고시엔 본선에서는 8강을 넘질 못하는 게 함정.

동도쿄의 테이토는 테이쿄(帝京)인데 올해 동도쿄는 절대적인 우승후보 없이 3-4개의 상위권 팀들이 고만고만하다는 평입니다. 현 시점에서는 서도쿄 > 동도쿄로 평가받는 중. 오우야의 모델 유키가야(雪谷)는 어제 3회전 탈락. 그외에 오사카키류로 등장하는 오사카토인(大阪桐蔭)은 역대 최강에 도전한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막강한 우승후보로 특히 네오 아키라에 대한 기대치가 아주아주 습니다(같은 팀의 후지와라 쿄타도 드래프트 1위 후보인데 네오 아키라가 너무 인기가 많아서 묻히는 중). 혼고 마사무네의 팀 코마다이후지마키는 위에 쓴 남홋카이도의 코마다이토마코이.



9
  • 코시엔글은 개추
  • 춫천
  • 이런 글은 언제나 ㅊㅊ
  • 청춘이 이곳에 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388 6
14544 의료/건강불면증 개선에 도움되는 멜라토닌 효능 5 + 후랑키 24/03/19 192 0
14542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9. 나가며 2 meson 24/03/17 139 3
14541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8. 태산봉선(泰山封禪) meson 24/03/16 156 1
14540 음악[팝송] 아리아나 그란데 새 앨범 "eternal sunshine" 2 김치찌개 24/03/16 178 1
14539 일상/생각22살. 정신병 수급자 고졸. 9 경주촌박이 24/03/15 885 1
14538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7. 선택과 집중 1 meson 24/03/15 136 2
14537 일상/생각건망증,그리고 와이프 1 큐리스 24/03/15 448 1
14536 경제8.2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집값이 폭발한 게 사실일까 36 당근매니아 24/03/14 1622 0
14535 일상/생각사람 안변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부부생활을 통해 조금은 변합니다~~ 5 큐리스 24/03/14 673 1
14534 육아/가정부산가족사랑 신한카드 S-choice 체크카드 흰긴수염고래 24/03/14 345 0
14533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6. 고구려의 ‘이일대로’ meson 24/03/14 126 3
14532 일상/생각groot 님 저격 4 nm막장 24/03/14 688 10
14531 일상/생각삶의 의미를 찾는 단계를 어떻게 벗어났냐면 8 골든햄스 24/03/14 640 17
14530 일상/생각그래도 하는 흉내라도 내는 직원들이 이뻐보이네요. 3 큐리스 24/03/13 739 0
14529 스포츠[MLB] 조이 보토 토론토와 스플릿계약 김치찌개 24/03/13 153 0
14528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5. 예고된 변곡점 2 meson 24/03/13 157 3
14527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4. 침공군의 진격 1 meson 24/03/12 165 2
14526 일상/생각아들과의 대화 즐거우면서도 씁쓸합니다. 6 큐리스 24/03/12 699 3
14525 기타★결과★ 메.가.커.피 나눔 ★발표★ 27 Groot 24/03/11 555 6
14524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3. 몽골리아의 각축 5 meson 24/03/11 243 3
14523 스포츠[해외축구] 23-24시즌 세리에 리그 1황 인테르 3 Darwin4078 24/03/11 249 3
14522 기타[마감] 메가커피 묵을사람 요기요기 붙어라~~~ 29 Groot 24/03/11 563 1
14521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2. 당나라의 '수군혁명' 4 meson 24/03/11 209 5
14520 역사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1. 들어가며 2 meson 24/03/11 227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