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8/19 20:20:57
Name   化神
Subject   책 읽기의 속성
세상에 독서 고수들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부끄럽기도 하고 또 잘못 이야기하면 어떡하나 걱정되기도 합니다. 제가 하는 이야기가 진리는 아니고 다만 책 읽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으로서 생각을 전달하고 또 한 편으로는 나태해져가는 저 자신을 독려하기 위해서 쓰는 글입니다. 부디 넓은 마음으로 어여쁘게 봐 주시길 바랍니다.

요새 서점에 가보면 가끔씩 책 읽기와 관련된 책들이 나옵니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독서법에 대한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것 같습니다. 저도 자주 읽는 주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합니다만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다르게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필요성조차 공감하지 못하고 취미로 책을 읽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특별하거나 특이하거나 나하고는 관련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죠.

반대로 책을 읽고는 싶으나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로 책 읽기를 주저하고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치 높은 산을 밑에서 바라보며 엄청난 높이에 놀라 첫 걸음조차 떼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산을 올라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면 궤변일까요? 진정 등산을 좋아하는 분들은 등산이 가져다주는 장점을 생각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등산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등산 그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등산이 좋은점을 일부러 찾아서 주변에 알리고 다니죠. 등산 뿐 아니라 많은 취미활동이 비슷하다고 봅니다. "그걸 왜 해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에게 "~한 좋은 점들이 있으니까요." 하고 대답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내가 할 때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화가 원사운드님의 명언으로 오락하는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하는거지 XX 가 있죠. 오락을 다른 단어로 바꾸어도 다 말이 됩니다. 책 읽기에서도 이 명언은 유효합니다.
독서법을 다룬 많은 책들이 독서의 장점에 대해서 논할 때 이동진 씨는 책을 읽는 행위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비록 기억을 못 할 지라도, 나한테 남는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책을 읽은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내 것이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죠. 저는 이동진 씨의 책 읽기에 대한 태도가 책 읽기의 본질에 대한 공리를 선언했다고 생각합니다.

-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 이동진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113858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기를 전파하기 위해서 앞으로 책 읽기의 장점을 살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장점을 전파하기에 앞서 먼저 책 읽기의 속성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책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은 누군가의 생각을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살펴본다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책을 쓴 사람이 쉬운 말을 전달하지는 않았을겁니다. 자신이 남긴 결과물이 일평생을 넘어 인류 역사의 어느 곳엔가는 남겨진다는 생각을 하면 허투루 쓸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옛날 싸이월드에 남긴 글들이 언젠가 다시 돌아와서 부끄러움을 선물받았던 경험은 비단 저 뿐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적 생산물은 생산자의 분신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교수를 괴롭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수의 석사 졸업 논문을 바탕으로 질문하는 것입니다...책은 저자의 아픈 손가락이라서 누구에게도 비판받지 않도록 신중하게 쓰게 마련입니다. 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과 비난을 받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말입니다. 이런 모든 고민과 불안을 거쳐서 자신의 생각이 독자에게 잘 전달되도록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물이 책입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잘 정제된 생각을 받아들인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물리적, 시간적으로 떨어져있지만 저자와 커뮤니케이션하고 또한 나 스스로도 자문자답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즉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주제로 가상의 상대와 대화하는 것입니다.

책 읽기를 통해 얻을수 있는 많은 장점들을 자각하는데는 수 분 이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갑자기 펼쳐놓은 책장의 어느 한 글귀에 눈이 갔는데 그 문장이 나의 인생에 남을만한 큰 충격과 영향력을 남길 확률은 매우매우매우 낮습니다. 그런 로또 당첨 확률과 같은 희박한 경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많은 시간을 들여야만 비로소 얻을수 있는 것들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콘텐츠가 몇 분 사이에 더 나아가 몇 초 만에 핵심을 전달하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받아들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직관적이어야 하죠. 카드 뉴스도 이제는 느리다고 하는 세상이니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의 속도는 점점더 빨라져만 가는 셈인데 책 읽기는 그에 비하면 매우 느린 콘텐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책 읽기를 점점 더 어려워 하고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책이 주는 장점들을 실감하는데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책을 통해서 자기 계발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첫 술에 배부르려는 욕심을 버려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태산을 한 번에 오르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이내 지치곤 합니다. 큰 뜻을 세우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작심삼일을 거듭하고 계속되는 실패를 넘어가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1천권 독서법'의 저자 전안나 씨도 본래 2000권 읽는 것을 2년을 목표로 하였으나 부침끝에 3년이 걸려 1천권을 읽었고 그렇기 때문에 어느 수준에 도달했다고 조심스럽게 자평할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 1천권 독서법 : 전안나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547556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는 '회피 동기'보다는 '접근 동기' 를 자극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금 이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지속적인 동기부여에 적합하지 않으며 장기적이고 꾸준히 노력해야만 얻을수 있는 목표를 위해서는 '내가 이것을 함으로서 얻게 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책 읽기에 관해서 얻게되는 것 다음에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9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09 6
    1460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편 9 + kogang2001 24/04/19 149 3
    14606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4 + kogang2001 24/04/19 166 5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3 kaestro 24/04/19 373 2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731 11
    14603 정치정치는 다들 비슷해서 재미있지만, 그게 내이야기가 되면... 9 + 닭장군 24/04/16 1096 6
    14602 오프모임5월 1일 난지도벙 재공지 8 치킨마요 24/04/14 722 2
    14601 꿀팁/강좌전국 아파트 관리비 조회 및 비교 사이트 11 무미니 24/04/13 839 6
    14600 도서/문학떡볶이는 좋지만 더덕구이는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13 kaestro 24/04/13 1055 5
    14599 일상/생각가챠 등 확률성 아이템이 있는 도박성 게임에 안 지는 방법 20 골든햄스 24/04/12 1077 0
    14598 음악[팝송] 코난 그레이 새 앨범 "Found Heaven" 김치찌개 24/04/12 169 0
    14597 스포츠앞으로 다시는 오지않을 한국야구 최전성기 12 danielbard 24/04/12 986 0
    14596 정치이준석이 동탄에서 어떤 과정으로 역전을 했나 56 Leeka 24/04/11 2476 6
    14595 정치방송 3사 출구조사와 최종 결과 비교 4 Leeka 24/04/11 758 0
    14594 정치절반의 성공을 안고 몰락한 정의당을 바라보며 10 카르스 24/04/11 1320 18
    14593 정치홍차넷 선거결과 예측시스템 후기 11 괄하이드 24/04/11 901 6
    14592 정치2024 - 22대 국회의원 선거 불판. 197 코리몬테아스 24/04/10 5325 2
    14591 정치선거일 직전 끄적이는 당별관련 뻘글 23 the hive 24/04/09 1258 0
    14590 오프모임[5월1일 난지도 벙] 근로자 대 환영! 13 치킨마요 24/04/09 598 1
    14589 일상/생각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 물방울이 흐르고 모여서 시냇물을 만든 이야기 6 kaestro 24/04/09 384 3
    14588 일상/생각다정한 봄의 새싹들처럼 1 골든햄스 24/04/09 275 8
    14587 일상/생각탕후루 기사를 읽다가, 4 풀잎 24/04/09 420 0
    14586 음악VIRGINIA (퍼렐 윌리엄스) 신보 카라멜마끼아또 24/04/08 270 2
    14585 오프모임4월 9일 선릉역에 족발 드시러 가실분. 29 비오는압구정 24/04/08 793 4
    14583 정치총선 결과 맞추기 한번 해볼까요? 52 괄하이드 24/04/07 1444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