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08/23 15:48:34수정됨
Name   DrCuddy
Subject   공익법 재단 공감의 안희정 판결 톺아보기를 톺아보기
전 페이스북을 안합니다. 아니, 원래 안했습니다. 그러다 몇년 전 인턴활동 하면서 페이스북을 인턴 업무에 활용하면서 페이스북에 가입했습니다.
그래서 인턴 활동 할 때만 페이스북을 잠깐 하고 한동안 들어가지도 않다 최근에 들어가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나 눈팅만 하고 있습니다.
제 페이스북 친구 그룹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학생운동 할 때 선후배님들이신데 아직 사회운동 하시는 분들도 많고 제가 법대 다니다 보니 변호사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른 한 그룹은 인턴하면서 만난 분들인데 이쪽도 변호사 집단이 많지요. 특히 공감이나 공익변호사님들이 많구요. 두 그룹 모두 어떻게 보면 사회운동을 하는 그룹이고 광의의 약자보호에서 목소리를 낸다는 점은 비슷한데 접점은 별로 없습니다.
최근 안희정 사건 판결을 두고도 많은 페이스북 글들이 올라옵니다. 물론 제 페친들도 다양한 생각이 있겠지만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생각을 개진하는 분들은 다들 판결 내용은 비난하는 내용이네요. 이건 양쪽 그룹 가리지 않고 공통된 점입니다.
하지만 전 요즘 너무 이해하기 힘들어요. 물론 현재 남성중심의 사회,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 등 저 또한 동의하고 같이 싸워온 주제이고 분야이지만 법적 판단에 있어서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가 유죄라는 등, 제가 배운 법학적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발언들이 페이스북 친구들에게서도 보이기 때문이에요. 그들은 저보다 법 공부도 더 많이 했고 더 똑똑할 텐데, 내가 사회운동 그만둔 건 그들만큼 신념이 투철하지 못해서인가? 내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지위를 그들만큼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해서인가?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에 대해서도 글을 여러번 썼다 지웠지만 저 또한 사회적 약자의 지위고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대학교때 여성주의 동아리에서도 활동하며 누구보다 그들과 이야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이에 대해서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다음으로 넘어가봅시다.

오늘도 페이스북을 둘러보다 공감에서 포스팅한 글을 봤어요.

http://withgonggam.tistory.com/2161

안희정씨의 판결 선고문에 대해 세 가지 논점을 잡고 이를 톺아보며 비판한 글입니다. 논점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1. 안희정씨의 '위력'과 '간음'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어도 된다. 즉, 안희정의 도지사라는 위력만으로 피간음자와의 간음이 있었다면 위력에 의한 간음이 성립한다. 그런데 선고문은 이 '인과관계'가 필요한 것으로 오류를 범하였고 결국 인과관계가 없으니 간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 이러한 인과관계의 연장선 상에서 안희정 측에서는 평소 피감독인들과 소통하고 격의없이 행동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는데 이것 또한 인과관계가 필요없으니 무의미한 근거제시이며 공소사실과 관련없다. 즉, 안희정이 평소 상급자 답지 않게 쿨하고 아랫사람들이랑 권위의식 없이 잘 지냈다는 주장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

3. 성적 자기결정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성관계를 하는 '적극적', 하고 싶지 않은 성관계를 거부하는 '소극적'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선고문은 이 둘을 혼동하고 있으며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 김지은씨의 '소극적' 성적 자기결정권을 판단해야지, 적극적 성적 자기결정권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이번엔 제 입장에서 이 톺아보기를 다시 톺아보도록 합시다.


1-1. 먼저 이 글은 '위력'과 '간음' 사이의 인과관계도 없이 성폭력범죄가 성립한다고 썼는데 이런 주장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형법에서도 다양한 인과관계론이 있고 상식적으로 모든 범죄에 원인과 인과관계가 있습니다. 인과관계 없이 성립하는 것은 그 상태만 보고 부과하는 '과태료'같은 거겠지요. 예를 들어 제가 주차금지 주역에 주차를 했으면 제가 그 불법주차를 하게 된 이유나 배경은 고려치 않고 불법주차 한 상태만 보고 행정 과태료를 부과하게 됩니다. 물론 정말 제가 생명, 재산에 큰 피해를 입을 급박한 사정이 있어서 불법 주차를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과태료는 그런걸 고려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상태만을 보기 때문에 행위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으니 다분히 행정편의적이죠. 그러니 단순한 행정과태료에만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과관계 없는 범죄성립을 성폭력 범죄에 적용한다구요? 이 글은 위력에 의한 성폭행죄 조문을 모두 개별적인 것으로 분석해서 형법 303조 1항이 인과관계 없이도 성립한다고 결론내렸는데 그런 방식으로 엄밀히 해석하자면 '위계, 위력으로서'에서 '으로서'가 인과관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2-1. 공감 변호사 글은 업무상 감독관계에 있기만 한다면 위력이 있다는 걸 가정한 분석인데 피고인 안희정이 평소 업무상 감독자 지위에서 위력을 행사한 경향이 없다는 것은 사실관계를 차치하고라도 피고인의 범죄적 경향을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마저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구요.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을 변호하는 수단 중 하나가 피고인의 범죄경향입니다. 예전에 티타임에 올라온 글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는데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을 벌하는 건 그 행위를 벌하는 개념과 그 행위를 한 피고인을 벌하는 개념으로 세분할 수 있는데 피고인을 변호하는 방법으로 피고인이 그러한 범죄 사실을 할만한 범죄 경향성이 매우 낮다는 걸 주장하는 겁니다. 그래서 성범죄와 같은 형사사건 들어가면 피고인 주변 사람들이 탄원서를 써서 재판부에 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성범죄는 피해자의 증언 말로는 객관적인 증거가 많지 않다보니 피고인이 그러한 범죄경향을 가지지 않았다는 걸 주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피고인이 이렇게 사회생활 잘 하고 있으며 평소 행실에도 문제가 없었다는 걸 주장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서 재판부에게 '사회적으로 관계도 많이 맺고 있는 이런 사람이 성범죄를 저질렀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하는 겁니다. 사회적 관계 훌륭하고 겉으로 보기에 문제 없이 보이는 사람들이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싶은게 아닙니다. 범죄 경향성으로 판사에게 피고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확신을 흔들 수 있고 그런 면에서 이러한 탄원서나 주장, 근거가 의미 없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공감 변호사가 쓴 글에서는 그런 것이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구요.

3-1. 마지막은 사실 법적 쟁점이라기 보다 성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관점 차이인거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남녀간 성관계란 양 당사자가 특별한 사기, 강박 등의 사정이 없다면 상호간의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공감 변호사의 글은 오히려 마치 여성의 성관계는 관계를 가지는 남성이 무언가를 빼앗고 여성은 그것을 잃고 박탈당하는 입장에서 쓴거 같네요. 특수폭행죄이나 도둑이 소매치기를 하는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왜 반항하지 않았냐고 묻지 않는 것은 그것들이 신체, 재산에 대한 피해자의 침해만이 유발되기 때문입니다. 폭행당하거나 소매치기가 상호 합의에 이뤄질리도 없고 당하는 입장에서 뭔가 얻는게 있을리도 없죠. 하지만 성관계는 다르잖아요. 두 사람의 합의로 이뤄질 수도 있고 일반적으로 성관계는 두 사람 간의 관계를 더욱 깊어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즉, 성관계는 서로 상호작용 하는 겁니다. 이걸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여성이 성관계로 소극적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이야 말로 오히려 여성이 적극적인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고 성관계로 여성은 무조건 뭔가를 잃을 수 밖에 없다는 구태적 성적관념을 드러낸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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