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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9/12 01:59:54수정됨
Name   알료사
Subject   망작, 라이프
라이프/비밀의숲 스포 있어용


















제가 라이프를 그럭저럭 좋게 볼 수 있었던 건..

드라마라는거에 큰 기대를 안해서일거예요.

그냥 드라마는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쓰잘데기없이 늘어지면서 무슨 뮤직비디오인마냥 음악이나 줄창 나오고.

나의아저씨도 박동훈 이지안 안나오는 씬은 막 건너 띄면서 봤고

비밀의숲은 이창준 다크나이트 설계가 너무 쩔어서 감탄했던거지 누가 범인이게? ~ 맞춰봐라~ 하는 식의 진행은 짜증 많이 났거든요.

단점이 보이는데도 그냥 덮어놓고 보는 이유는 그래, 아무튼 니가 말하고 싶은게 뭐야, 하고 그게 저한테 납득이 되면 만족하는거예요.

그런 면에서 라이프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예전에 탐라에도 적었었지만 아무리 라이프가 여러모로 구리다고는 해도 라이프에서 던진 떡밥들 지금까지 국내 드라마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현직자분께서 답해주셨고 저는 그것만으로도 좋았어요. 제시한 문제들을 하나도 해결해놓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린 채 끝난게 황당할 수도 있는데, 저한테는 <이건 노답이야, 답이 없어> 라는 답을 받은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답이 없어도 여전히 환자들은 몰려오고 답이 없어도 아무튼 당장 닥친 일들은 꾸역꾸역 해나가며 내일을 맞아요. 싸워봤자 변하는건 없다, 그래도 싸워 나간다, 뭐 그런 식의 느낌은 충분히 전달받은거 같아요.


일부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들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던게..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하다, 라는 말을 하잖아요? 그건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라는 의미일수도 있지만 현실의 인물들도 드라마 배우들의 발연기처럼 말하고 행동할 때가 있다는 의미도 가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드라마 보면서 <무슨 병원이 저래> <무슨 의사가 저래> 하면서 고증에 불만을 품는 시청자도 적지 않은줄 아는데, 병원이라고 다 똑같은거 아니고 의사라고 다 똑같은거 아니고 무슨 저런 병원이.. 무슨 저런 의사가.. 라는 병원, 의사 오히려 현실속에 다양하게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고, 더군다나 픽션에서라면 저는 뭐 관대하질 수 있습니다. 조승우든 예진우든 뭔가 화끈하게 한판 붙고 어느쪽이든 통쾌하게 뭔가를 뚫어줄 걸 기대했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게 안나와서 더 좋았어요. 다른 시청자들이 러브라인 싫어하는만큼이나. 난 럽라 좋기만 하구먼 뭐. 병원장 죽음 떡밥 왜 해결 않했냐는 불만? 전 처음부터 이거 미스테리군 응 관심 끌게. 이렇게 되버려서.. ㅋ 하나도 안궁금했어요ㅋ 많은 중요한 일들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고 별다른 진행도 해결도 되지 않은 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다른 일들에 정신을 쏟고 있는 거.. 이런게 우리 삶이고 드라마의 여러 단점들도 그런거 비슷하다고 저한테는 받아들여졌어요.



막 횡설수설 했는데, 잘 설명하지도 못할 제 생각을 어떻게든 적어보고 싶었던건 왜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난하는 작품에 난 긍정적인가, 하는 스스로 품은 의문 때문이예요.


이거 비밀의 숲 작가가 쓴 극본 맞아? 라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꽤 큰 공통점을 느꼈거든요. 단점에서는 비슷한 짜증을, 장점에서는 비슷한 감동을.


아래는 멋쟁이 구사장의 마지막 인사. 이것 말고도 좋은 대사들 많았는데.. 걍 대표로 하나.



[최근에 이런 말을 들었는데요. 상국의 5년 후를 보라. 미래의 의료기관은 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닌 가진자들의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곳이 될거라고. 솔직히 저는 그 말이 과히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버틸 것인가. 기본이 변질되는 걸 얼마나 저지시킬 수 있을 것인가. 여러분들 손에 달린 거겠죠. 무너질 사람, 버텨낼 사람, 거슬러 오를 사람, 완벽하지도 않고 예상외로 우월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우왕좌왕하는듯 보여도 끝내는 실천에 이를 사람이 여기도 있겠죠. 저는 제가 잠시나마 몸담았던 상국대학교 병원, 지켜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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