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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9/21 10:40:38
Name   라밤바바밤바
Subject   다른 사람 기분 나쁘지 않게 조언하는 화법
다른 커뮤니티에서 본 글인데 참 현명하고 따스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사람과 교류하면서 때론 상대방에게 조언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상대방이 원치 않는 조언, 상대방이 들을 준비가 되지 않은 조언은 때론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인간 관계를 악화시키는 방법이죠.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필요성이 있을 때, 이 글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원문을 제가 좀 편집했습니다.


[인간 관계에서 트러블을 일으키는 친구에게 조언을 주려 함.
갑자기 쓴소리를 하면 친구가 자존심 상해할까봐 신중하게 상황을 이끌어감.]


친구가 한명 있는데 페북에다가 자긴 사람에게 늘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데 다들 자기를 떠나가려고 하고 상처를 주니까 인간관계가 허탈하다. 너무 힘들다. 안타깝긴 한데 사실 이유를 알 것 같았어.
그래서 어제는 이 친구에게 뭔가 말을 좀 해야겠다고 결심했지.

나쁜 애는 아니니까 상처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전달하려고 했어.
안그래도 힘들다니까 그 얘기를 들어주면서 차분하게 내 뜻을 전달하려고 했지.
갑자기 강압적으로 '니가 이러저러한게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라고 찌르면 걔는 상처만 받고 나에게 반감만 더 커질테니까

나 : 요즘은 좀 어때? 무슨 일 없었어?
친구 : 안그래도 너무 힘든 일이 많아썽 ㅠㅠ 인간관계에서 너무 치여서...ㅠ 오래 알고 지낸 친구는 배신을 때리고 얼마 되지 않은 동갑내기 친구랑 친해져보려하더니만 내가 열심히 연락해도 쌩까서
나 : 그랬구나 우리 서로 얘기를 깊게 나누면서 힐링해야겠다 분위기 좋고 조용한 카페에서 얘기 나누자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 입성)

[① 조용하고 힐링되는 장소에서 이야기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

나 : 역시 너는 참 센스가 있고 좋은 사람이야, 이런 좋은 곳도 찾아내고, 너랑 다니면 즐거워,
[② 장소를 친구가 원하는 곳으로 가게 하고, 장소를 고른 친구의 센스를 칭찬하며 쓴소리를 듣게 될 친구의 마음에 보호막을 쳐줌]
다른 분들도 너의 장점을 발견해주기까지 여유를 가지고 너를 대하면 좋을텐데
[③ 장소 칭찬에서 화제를 친구의 인간관계 트러블로 자연스럽게 전환]

친구 : ㅠㅠ
나 : 아무래도 우리 나이가 그런가봐,
[④ 인간관계 트러블은 그 친구만 특별하게 겪는게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임을 주지시켜서 친구에게 혼자가 아님을 인식시켜줌]
사회생활하면서 들이는 에너지가 많으니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장점을 찾아내기까지 시간과 공을 들일 여유가 없는거지 ㅠ 00아 너의 장점은 시간을 두고 오래 만나야 알 수 있는 건데 ㅠㅠ 니가 많이 속상했겠네 ㅠㅠ 그 분들이 사회생활에 지쳐서 너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었나보다 ㅠㅠ 다들 자기 살기 바쁜 사람들이니...
[⑤ 친구가 자연스럽게 인간관계 트러블을 구체적으로 편안하게 말할 수 있게 전제 조성]

친구 : 그도 그런게 10년지기 친구랑 싸우면서 주변 사람들 대처에도 실망이 많았어 ㅠ 나는 걔랑 싸웠을 때 친한 언니가 걔랑 나랑 중재해주길 바랬거든, 그런데 그 언니는 바쁘다고 중재해주지도 않고... 그 언니 결혼식 때 싸운 친구 보기 힘드니까 결혼식 못가겠어서 축의금만 계좌로 보내겠다고 했거든 ㅠㅠ
나 : 응 그치그치
친구 : 나는 그 언니가 '아냐 축의금은 되었어, 마음만은 충분해'라고 말해주길 바랬는데 'ㅇㅇ'하고 계좌번호만 바로 부르니까 실망 ㅠㅠ


그래 이 친구의 문제는...타인에게 너무 과도한 기대를 하면서도 상대방에게 표현도 못하면서 상대방이 그걸 알아주길 바라는 거였어.
이 점을 바꾸고 싶은데 무작정 찌를 수는 없으니까 대화의 물꼬를 슬쩍슬쩍 내가 원하는 결론으로 나게끔 조정해려 했지.
그래서 이 친구가 나쁘진 않았다, 공감이 간다고 먼저 띄워줘서 말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주고, 내가 정말 하려는 메시지를 부드럽게 전달하려 헀어.

나 : 맞아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에게는 그만큼의 기대감이라는게 있잖아,  그걸 몰라주면 속상하지. 그런데 말야, 아까 말했듯이 사람들은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까 다른 사람 사정까지 헤아려볼 여유가 없어. 아마 그분께는 직접적으로 전달해야 알아들으셨을거야,
[⑥ 친구의 문제점이 그 친구만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 수 있다, 다만 그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면 너에게만 손해가 된다, 그러므로 그 문제점을 개선하면 좋겠다고 언급]

친구 : 그래 그러게 내가 너무 내 마음만  알아주길 바랐나봐
나 : 맞아맞아 앞으로 그 언니한테는 니가 원하는 걸 바로 찝어줘야 할거야.너만 힘쓰고 에너지 들이고 필요한 말 바로 못하고 돌려가면서 말하기 힘들잖아, 그러니까 그 언니한테 너무 크게 기대하지 말고 다이렉트로 말해야 니가 편해질거야 .
친구 : 맞아맞아 그 언니 만날 때마다 돌려가면서 말해도 못알아들어서  힘들었어
나 : 원래 사람들한테 내 의도를 숨겨가면서 말하고 알아들어 달라는 기대를 하면 괜히 나만 피곤해지더라고, 나도 그래서 차라리 원하는게 있으면 직설적으로 말해, 해주면 고맙고 아님 '너는 딱 거기까지구나' 생각하고 말고. 애초에 기대를 버리니까 누굴 만나도 편하더라
친구 : '너는 딱 거기까지구나...' 이렇게 생각하니까 진짜 편하다, 나도 앞으로 사람한테 괜히 기대하고 혼자 실망하지 말아야지

[⑦ 친구가 기분나빠하지 않으면서 자신 트러블의 원인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게 됨]

여기서 말할 때 '너'라는 주어를 안 쓰고 '나'라는 주어를 써서 나도 충분히 너처럼 그럴 수 있다, 니가 나쁜게 아니라 누구라도 사람한테 괜히 기대했다가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결국 난 기대를 버리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걔만 찝어서 잘못 행동하고 있는게 아니라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고 해주니까 얘가 내 말을 편하게 받아들이고 결론에 근접하더라고.  친구가 내 말을 기분나쁘게 듣지 않으면서 트러블의 원인을 찾게 되었어.


마지막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고 하네요.
친구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을 때, 상처받지 않게 해줄 수 있는 좋은 화법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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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체적이면서도 배려심이 느껴지는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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