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8/11/11 01:10:47
Name   Xayide
Subject   전여자친구의 전전남친이자 현술친구로 지내게 된 이야기
사랑을 했었고
이별을 했었습니다.

가치관이 맞아 호감을 가졌고
환경과 성격차이로 끝났습니다.

뭐 구구절절 파고들어가면야 수십 수백가지 아픈 사연 없는 연애가 어디 있겠습니까.
남들이 그러했듯, 저도 그러했지요.

완전히 잊을 각오로
sns 계정도 다 삭제하고
게임 계정 친구추가된것도 삭제하고
카톡, 텔레그램 차단에, 폰까지 차단을 걸어두었습니다.

가끔 외롭긴 해도
혼자인건 익숙해서 다행이었습니다.

가끔 꿈에 얘가 나와도
군대꿈보다 더 기분나쁜건 처음이라고
이런 악몽도 있구나 넋두리하고 끝냈습니다.

그리고 3개월 전
뭔 생각이었는진 모르겠지만
카톡 차단만은 풀었습니다.

술 먹고 그런것도 아니고
다시 사귀고 싶던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첫사랑이,
4년 좀 넘게 곁에 있던 사람이
뭐 하고 사는지 궁금했긴 했나봅니다.

2개월 전.
헤어지고 거의 1년이 지나고 나니
카톡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다시 잘해볼 생각은 없다 그랬습니다.
저도 압니다. 저도 없거든요.

헤어질 때 했던 행동들에 사과는 하고 싶다 그랬습니다.
저도 감정과 오해는 풀고 싶었습니다.

가슴에 있는 얘기를 털어놓을 사람은 필요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친구에겐 털어놓기 좀 그런 이야기들...

평소에 우울한 기색이 많았던 걸 알기에
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비는 날 술 한 잔 같이 할 친구가 서로 없었기에
제 친구나 걔 친구나 타 지역에 살거나 결혼생활하거나 했기에
저도 그냥 술친구로서 지내자는 말에 동의했습니다.

연애할 때 후회없이 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작은 잘못은 있었어도, 인간 도리를 저버린 적은 없었거든요.

다시 잘 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도 압니다.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에서 읽었던, 두번째 부인과의 이야기에서 '헤어지면 그 사람의 장점이 기억난다. 다시 사귀면, 그 때 헤어졌던 이유로 헤어진다.' 는 내용도 알고 있습니다.

얘도 절대, 자존심과 주변환경 때문에 다시 사귀자고 안 할 겁니다.
저도 절대, 자존심과 성격차이 때문에 다시 사귀자고 안 할 겁니다.

가끔 게임이나 같이 하고.
가끔 술이나 같이 먹겠죠.
가끔 추억팔이도 해 주고.
가끔 다른 곳도 가보겠죠.

다시는 우리 사이가
연애시절만큼 빛날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알고 있기에

그냥 그렇게만 보내겠죠.

훗날, 얘나 제가 다시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면, 이 관계도 끝나겠지요. 끝낼거고요.
저나 얘나, 괜히 과거의 관계 때문에 현재의 사람을 놓칠 멍청이는 아니니까요.
서로 연애할 때도, 그런 쪽으로는 서로 신뢰가 있었고, 헤어질 때도 그런 문제는 아예 없었으니까요.

이게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감정의 모라토리움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아직 성숙하지 못한 제 마음의 성장과정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되겠죠.

p.s. 인간관계는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들었습니다. 조언을 받아도,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주변에서 뭐라 그러건 제가 원하는 대로 할 것이라는 것도 압니다. 그저, 술도 먹지 못해 앓은 속마음을 깊은 밤의 감성의 힘을 빌려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이불이나 차겠죠 뭐.



10
  • 추신부분이 격공이라 추천...
  • 이불킥은 추천
  • 같은 이불 차는 사이가 되였으면....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15 6
14611 요리/음식잡담)중국집 앞의 오토바이들은 왜 사라졌을까? joel 24/04/20 89 3
14610 기타6070 기성세대들이 집 사기 쉬웠던 이유 18 + 홍당무 24/04/20 752 0
14609 문화/예술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3 kaestro 24/04/20 435 6
14608 음악[팝송] 조니 올랜도 새 앨범 "The Ride" 김치찌개 24/04/20 63 0
1460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편 14 kogang2001 24/04/19 285 7
14606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4 kogang2001 24/04/19 275 9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4 kaestro 24/04/19 463 2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763 11
14603 정치정치는 다들 비슷해서 재미있지만, 그게 내이야기가 되면... 9 닭장군 24/04/16 1158 6
14602 오프모임5월 1일 난지도벙 재공지 8 치킨마요 24/04/14 743 2
14601 꿀팁/강좌전국 아파트 관리비 조회 및 비교 사이트 11 무미니 24/04/13 858 6
14600 도서/문학떡볶이는 좋지만 더덕구이는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13 kaestro 24/04/13 1067 5
14599 일상/생각가챠 등 확률성 아이템이 있는 도박성 게임에 안 지는 방법 20 골든햄스 24/04/12 1092 0
14598 음악[팝송] 코난 그레이 새 앨범 "Found Heaven" 김치찌개 24/04/12 177 0
14597 스포츠앞으로 다시는 오지않을 한국야구 최전성기 12 danielbard 24/04/12 995 0
14596 정치이준석이 동탄에서 어떤 과정으로 역전을 했나 56 Leeka 24/04/11 2501 6
14595 정치방송 3사 출구조사와 최종 결과 비교 4 Leeka 24/04/11 764 0
14594 정치절반의 성공을 안고 몰락한 정의당을 바라보며 10 카르스 24/04/11 1336 18
14593 정치홍차넷 선거결과 예측시스템 후기 11 괄하이드 24/04/11 909 6
14592 정치2024 - 22대 국회의원 선거 불판. 197 코리몬테아스 24/04/10 5338 2
14591 정치선거일 직전 끄적이는 당별관련 뻘글 23 the hive 24/04/09 1263 0
14590 오프모임[5월1일 난지도 벙] 근로자 대 환영! 13 치킨마요 24/04/09 602 1
14589 일상/생각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 물방울이 흐르고 모여서 시냇물을 만든 이야기 6 kaestro 24/04/09 386 3
14588 일상/생각다정한 봄의 새싹들처럼 1 골든햄스 24/04/09 277 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