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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4/18 15:07:49
Name   파이어 아벤트
Subject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관련] 언제부터 인간입니까?
시사건건 : 낙태죄 헌법불합치 66년만에 사라지나?
https://youtu.be/tNbQBCmQjDg

위 영상의 의사분 말씀 요약 :

1. 원래 이 소송 제기는 여성계에서 제기한 것이 아니고 산부인과 의사가 제기한 것임. 사실상 사문화된 낙태죄 위반으로 걸려버리니까 빡쳐서 소송 제기한 것. 이것이 알려지면서 여성계, 인권운동계, 종교계 등등이 이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양태.

2. '낙태'(=태아를 떨어뜨렸다)보다는 임신중절, 임신중단 등등의 용어가 더 가치중립적인 용어임.

3. 임신중절을 한 건수는, 2005년에 30만건 쯤 되고, 최근에 조사한 것은 10만?~15만? 건 쯤으로 추정된다. 인구가 줄었기 때문에 임신중절 건수가 줄어들은 것임.

4. 낙태죄가 아무리 사문화되어 있다고 해도, 다른 OECD국가들은 어떤 경우에는 임신중절이 허용, 다른 경우에는 금지.. 이렇게 정해져 있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임신중절 자체가 (정말 특수한 몇몇 사례 이외에는) 금지되어 있던 상태였음. 다만 국가마다 임신중절을 해도 되는 기준이 되는 주수는 다 다르다.

5. 임신중절을 위해서 산모가 병원에 방문했을 때, 만약 의료사고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임신중절이 합법화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면 이것이 제도권에서 의료사고를 다루듯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겠지만... 또 임신중절이 불법이다보니까 학교에서 의대생들에게 임신중절 시술을 정식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이 시술의 기법을 전수받는 것을 양지에서 정상적으로 못하니 이 문제가 또 있다. 예전의 임신중절 시술을 건너건너서 배우다보니 자궁벽을 긁어내는 수술만 하게 되었다. 임신중절이 불법으로 취급되니 임신중절을 위한 약물도 불법이었고. 사실 자궁 속에서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는 수술이 더 안전한데.

6. 임신중절 시술 위험은 출산시의 그것보다 덜 위험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임신중절 시술을 겪은 산모는 일반적으로 죄책감보다 안도감을 더 느낀다. "내 인생을 크게 벗어날 수 있는 길로 들지 않았고 용케도 돌아왔다."

7.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주체적인 재생산권을 우선시할 것이냐, 태아의 생명권을 우선시할 것이냐-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결국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해 이로부터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없다. "언제부터 생명이냐? 언제부터 우리는 사람이냐?" 극단적인 한 쪽은 정자와 난자가 만난 그 시점부터를 인간으로 치고, 다른 극단적인 한 쪽은 출산과 동시에 그 사람을 천부인권을 가진 인간으로 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한 그 시점과 산모가 아이를 출산한 그 시점 사이 어느 중간 지점에서 인간이냐/인간이 아니냐 기준을 세울 수밖에 없다. 헌재는 태아가 독립적인 한 인격체로 인정받는 그 기준을 22주로 한 것이다. 22주는 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한 가이드라인으로, 22주가 지난 태아는 최선의 치료를 해주면 살아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8. (위 영상에 등장하는 의사분 개인적인 의견임) 앞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해서 태아가 22주 이전에 태어나도 살 수 있게 될 텐데,(즉, 저 태아가 세상 밖에 나와도 살 수 있는 22주라는 숫자는 유동적이 될텐데,) 이것은 태아에게 너무 불리한 기준이다. 6주 이전에는 시험관 시술시 버려지는 수정란들에 대해서 아무도 클레임을 안 거니, 이 세상의 그 누구도 현실적으로는 아무도 이 상태에 놓인 녀석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6주 ~ 22주 사이 어느 시점에서 사회적으로 '이때부터 생명이다'라고 기준을 세울 수 있는 합법화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다. 빨리 합법화가 되어서(국회가 일을 해야 ㅠㅠ) 산모가 약을 먹고 생리하듯이 중절할 수 있으면 더 안전하게 빨리 중절할 수 있다. 12주 이전에는 약물로 중절을 해도 안전한 시기이다.

9.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성교육이 중요하고, 특히 여성의 경우 성관계 후 생리를 하지 않으면 임신테스트를 해보고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성교육이 철저하게 되어 있어야 한다.

10. 임신중절에도 의료보험을 적용해야 한다. 임신중절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다.(이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우리가 걱정 안 해도 일에 대처할 능력이 된다) 이 판결의 취지가 임신중절을 하는 여성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서 국민의 건강을 제고하겠다는 뜻이니까. 또 임신중절에 의료보험을 적용해도 국가가 부담할 비용이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의료보험을 한다고 해도 여전히 여성이 임신을 생각하는 것은 무거울 것이다.

11. 임신중절을 하지 않을 의사의 권리는 양심의 자유이므로 인정하되, 임신중절을 해야 할 환자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한 의사는 자신이 임신중절 시술을 하지 않을 거부권을 가져야 하는 동시에 그 환자에게 다른 의사를 소개시켜 줄 의무도 부여해야 한다.

12. 결국 22주가 지난 태아는 태어나야 하는데, 어머니는 그 태어난 아이를 원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부재한 상황을 가정시에, 우리 사회가 그 아이를 잘 길러낼 준비가 잘 되어 있을까? 사실 이것이 제일 중요한 생각할 지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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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부터 제 생각.

법과 도덕은 천상에 계신 우리 신god이 주신 어떤 절대적인 불변의 것이 아니라, 지상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우리 인민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수많은 경험을 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정치적으로 합의한 것입니다. 따라서 법과 도덕은 각 사회마다 다르게 합의되며, 시대가 흐름에 따라 수정됩니다. 우리가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믿고 의지하는 규율이 계속 변하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임신중절을 고려해야 할 처지에 놓인 자들을 우리 사회가 안 좋은 시선으로 쳐다보았죠.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점점 의문을 가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그들을 매도하는 것이 최선인가? 그들이 과연 무엇을 잘못했는가? 우리가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자들을 손가락질만 하기보다는 그들에게 적절한 제도권의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고요.

우리 인류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노예로 부릴 수 있는 전근대 사회를 겪고, 파시즘이 횡행했던 제2차 세계대전도 겪고, 흑인 인권운동도 겪으면서 점점 "만인이 평등하다. 만인이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이라는 개체는 천부인권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으며, 누구나 인간이라면, '인간의 지위를 획득했다면'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정작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칼로 무 썰듯이 적확하게 categorizing하여 합의를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종교(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종교를 믿는 사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에서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시점부터 인간이라고 주장하죠. 하지만 이것은 크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주장이고, 현실적으로도 임신한 여성에게 너무 가혹한 주장이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출산 직후에야 아이가 인간이 된다는 것도 곰곰이 생각하면 이상합니다. 그러니까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이후로 이 태아는 0.1% 인간 -> 0.2% 인간 -> ..의 지위를 부여받는다고 상정하는 것이 옳겠죠. 세상 모든 이치가 다 0 아니면 1 이렇게 디지털화되어서 똑 부러지는 것이 아니니까.

아무튼 제 개인적으로 이번 판결이 큰 흐름에서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법과 제도의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반 대중들의 실제 생활과 삶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반영하여 제도권 차원에서 미흡한 점들이 지속적으로 보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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