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07/07 21:31:25
Name   Xayide
Subject   금식, 금주, 금욕 5일차 이야기.
갑자기 우울함이 확 터져나왔었습니다.

평소처럼 게임으로 풀려고 해 봤습니다.
평소처럼 술로 풀려고 해 봤습니다.
평소처럼 비싼 음식으로 풀려고 해 봤습니다.

평소와 달리 영화관을 가 봤습니다.
평소와 달리 밤바다도 가 봤습니다.
평소와 달리 친구들도 불러봤습니다.


효과가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그냥 그 순간 뿐이었어요.


종교인들의 경우, 금식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얻는다고 했습니다.

나무위키의 금식 항목에서도

금식을 정기적으로 하는 종교인들은 대체로 마음이 선하고 친절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원래 사람은 굶주린 상태일수록 친사회적이고 협동을 잘 하게 되며 약자를 돌보고 배려하는 경향을 보임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비록 믿고 거르는 나무위키라지만, 적어도 우울증에 가만히 고통받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보자 싶어서

금식을 시작했습니다.
내친김에 금주와 금욕도 같이.


신체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이라지만
정신 건강이 제겐 더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금식이라지만, 커피(아메리카노. 설탕이나 시럽 없이.)나 녹차 정도는 먹을 생각도 있었구요.


첫 날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습니다.
헌혈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고 나자
그냥 괜찮았어요.

둘쨋날과 셋째날은 뱃살이 준다고만 느꼈습니다.
허기도 없고
우울함에 배가 메슥거리는 느낌만 있었죠.


넷째날이 되어서야 드디어 배가 고프다는 걸 느꼈습니다.
셋째날까지 하루 세 시간씩 타던 자전거도 두 시간까지밖에 못 탔죠. 힘이 부족해서.


오늘은 한 시간 정도만 탔습니다. 오래 걸으면 현기증이 살짝 나기도 했구요.



마음의 평화는 조금 찾은 느낌입니다.

일 할 때마다 우울함에 잠겨있다가
이런 내가 한심해서 화나고
그래서 뭔가를 집어던져버리고 싶던 충동이

지금은 많이 사라졌어요.

날 우울하게 만드는 일도
다른 사람도 똑같이 겪는 일이라는 걸 알고도 있고
나보다 힘든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고도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었었는데
지금은 조금 나아진 느낌입니다.

발라드 들으면서 울던 것도
다른 사람들 보기 싫던 것도
취기에 빠져 혼자 틀어박히고 싶던 것도

많이 줄었어요.



몸 건강이야 뭐 원래 약간의 과체중 말고는 건강하기도 했고
당장 몸 건강보다는 정신건강이 더 중요하다고도 생각되어서
당장 뭐라도 해보자고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효과가 있기는 하네요.


우울함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첫 계획은 짧으면 1주일 길면 열흘 정도로 잡았습니다.

아무리 우울해도
죽고싶다는 생각은 아직 없었거든요.

'아직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은혜는 다 갚고 죽어야지'

라는 생각 때문에라도 죽을 생각은 안 했습니다.

금식이 끝나면 후기글이나 다시 올려보렵니다.



p.s. 근데 다 부수고 싶고 집어던지고 싶고 하는 충동이 사라진건 내면에 평화가 온 것보다는 그냥 금식 때문에 무기력해져서 그런게 아닌가 하고 좀 알쏭달쏭 합니다.



9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33 6
    14623 방송/연예요즘 우리나라 조용한 날이 없네요 니코니꺼니 24/04/26 74 0
    14622 IT/컴퓨터5년후 2029년의 애플과 구글 아침커피 24/04/25 151 0
    14621 기타[불판] 민희진 기자회견 56 + 치킨마요 24/04/25 1351 0
    14620 음악[팝송] 테일러 스위프트 새 앨범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김치찌개 24/04/24 116 1
    14619 일상/생각나는 다마고치를 가지고 욕조로 들어갔다. 8 자몽에이슬 24/04/24 556 17
    14618 일상/생각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했고, 이젠 아닙니다 18 kaestro 24/04/24 1095 17
    14617 정치이화영의 '술판 회유' 법정 진술, 언론은 왜 침묵했나 10 과학상자 24/04/23 797 8
    14616 꿀팁/강좌[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20 *alchemist* 24/04/23 667 13
    14615 경제어도어는 하이브꺼지만 22 절름발이이리 24/04/23 1372 8
    14614 IT/컴퓨터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2 kaestro 24/04/22 341 1
    14613 음악[팝송] 밴슨 분 새 앨범 "Fireworks & Rollerblades" 김치찌개 24/04/22 111 0
    14612 게임전투로 극복한 rpg의 한계 - 유니콘 오버로드 리뷰(2) 4 kaestro 24/04/21 325 0
    14611 사회잡담)중국집 앞의 오토바이들은 왜 사라졌을까? 21 joel 24/04/20 1213 30
    14610 기타6070 기성세대들이 집 사기 쉬웠던 이유 33 홍당무 24/04/20 1547 0
    14609 문화/예술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5 kaestro 24/04/20 681 6
    14608 음악[팝송] 조니 올랜도 새 앨범 "The Ride" 김치찌개 24/04/20 126 1
    1460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편 15 kogang2001 24/04/19 386 8
    14606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4 kogang2001 24/04/19 360 10
    14605 게임오픈월드를 통한 srpg의 한계 극복 14 kaestro 24/04/19 543 2
    14604 일상/생각개인위키 제작기 6 와짱 24/04/17 817 12
    14603 정치정치는 다들 비슷해서 재미있지만, 그게 내이야기가 되면... 9 닭장군 24/04/16 1256 6
    14602 오프모임5월 1일 난지도벙 재공지 8 치킨마요 24/04/14 782 2
    14601 꿀팁/강좌전국 아파트 관리비 조회 및 비교 사이트 11 무미니 24/04/13 896 6
    14600 도서/문학떡볶이는 좋지만 더덕구이는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13 kaestro 24/04/13 1110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