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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7/17 01:26:53
Name   그저그런
Subject   개인적인 기록
어린 시절 나는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이 들곤 했었다. 아빠는 살아온 시간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어린아이의 자장가로 들려줄 이야기인가 싶긴 한데, 그때는 그냥 옛날 이야기라서 그저 재밌기만 했었다. 똑같은 이야기를 수십번씩 들었지만 그래도 더 해 달라고 조르곤 했던 것 같다. 아이를 키워보니... 아빠 미안해요. ㅠ


아빠는 어린 시절 엄청나게 추운 동네에 살았다. 한겨울에 손을 씻고 문을 만지면 손이 금세 문에 달라붙곤 했다고 한다. 취미는 꿩사냥이었는데 눈밭에 덫을 놓거나 독이든 콩을 놔서 잡았다고 한다. 마을 앞에는 세마천이라는 강이 흘렀는데, 강감찬 장군이 말을 씻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고을에서 크게 농사를 지었는데 순사가 자주 찾아오곤 했다고 한다. 상해로 떠난 친척 형님 때문이라고 했는데 와서 제법 행패를 부렸던 것 같다. 덕분에 온 식구가 이름을 바꾸기까지 했다니... 이상한 어감의 여섯 글자 이름이 참 낯설었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도 새 이름을 사용하지 않으면 혼나곤 했다. 나라를 위해서라며 돈도 제법 많이 빼앗아가서 성격 급한 할아버지와 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한 번은 순사를 패 가지고 수습하는데 쌀이 수백 가마니가 들었다나... 가끔 친척 형님의 친구들도 와서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창고 중 하나에 넣어 놓으면 밤에 친구들이 와서 가지고 갔다. 할아버지는 순사에게 도둑맞았다며 그것들을 신고한적도 있다고 한다.


수풍댐이라는 곳이 있다. 당시 동양 최대의 댐이었는데 보자마자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탄성을 질렀다고 한다. 뭐 아빠는 경성대 시험을 보러 올라온 서울에서 화신백화점을 봤을때도 깜짝 놀랐다고 했었으니까;;; 라고 생각했지만 커서 실제로 가보니 크긴 크더라. 그 옆에는 수풍발전소가 있었는데 역시나 동양에서 손꼽히는 크기의 발전소였다. 워낙 전기가 많이 생산되니 그 옆인 청수에는 공장들이 많이 지어졌는데 그 중에 카바이트 공장도 있었다.


아빠가 끌려간곳은 그 카바이트 공장이었다. 그곳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선천에서 온 친구, 철산에서 온 친구 그리고 덩듀에서 온 친구. 아빠는 정주를 이야기 할때는 꼭 덩듀라고 발음을 했었다. 털산, 덩듀, 녕변, 박천 같은 지명들이 왜 내게는 웃음 포인트였는지.. 그러고보니 아빠는 냉면은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 집안의 장자가 공장에 끌려갔으니 온 집안에 비상이 걸렸다. 할머니는 청수 공장 바로 옆에 집을 얻었다. 평양에서 공부를 하던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특히 정주에서 온 친구는 삼대 독자였는데 온 집안이 공장 옆으로 이사를 와서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카바이트 공장은 수풍발전소에서 나온 전기로 높은 온도로 광물을 녹인다. 아버지와 친구들이 주로 하던 일은 광물을 옮겨서 삽으로 용광로에 집어넣는 일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정주에서 온 친구가 용광로에 빠졌다. 삼대독자였던 친구는 뼈조차도 건질 수 없었다고 한다.


그때 그 친구분의 가족들의 표정은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삼대독자를 잃은 부모의 슬픔을 그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를 할때면 아빠의 표정도 슬퍼 보였던것 같다. 할머니는 아빠의 손을 꼭 잡으며 공장에 끌려올때 했던 이야기를 다시 했다고 한다. 제발 살아서만 돌아오라. 물론 근무 환경이 바뀌거나 안전장치가 추가되는 따위의 일은 없었다.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고 우리는 할 수 있는게 없었으니까.


다행히 아빠는 살아 돌아왔고 온 식구들은 잔치를 했다. 하지만 그 분위기가 오래 가지는 않았다.
이후에도 온갖 활극을 겪으며 살아남아야 했다. 그런 시절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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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나이가 많지 않습니다. ㄷㄷㄷㄷ 늦동이일 뿐이지요. 아버지 친구들 모임가면 전 언제나 손자분들과 놀았었어요.

- 기사에서 본 징용이라는 단어 때문에 기억이 떠오르긴 했지만 제게는 왠지모르게 최근의 이슈와는 별 상관 없는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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