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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9/09 21:54:40
Name   이그나티우스
Link #1   https://redtea.kr/?b=3&n=9635
Subject   새로운 신분사회가 된 학교
바로 직전에 남성의 매력이란 무엇인가? 라는 글에 대해 썼는데, 글을 쓰면서, 그리고 다른 분들의 덧글을 보면서 역시 '또래집단 내의 지위'라는 것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미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라는 슬로건이 울려퍼지던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진학과 사회진출을 위해 정말 눈물 쏙 빠지게 공부를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학교라는 사회에서는 성적보다는 또래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서열이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수학여행 가는 버스의 뒷자리에 누가 앉느냐, 핸드볼 연습을 할때 학생수가 홀수면 마지막에 누가 남겨질 것이냐, 운동회에서 축구 골키퍼와 수비수를 누구를 시킬 것이냐, 재미없는 농담에 얼마나 잘 리액션을 해줄 것이냐 등등.. 어떻게 보면 되게 미묘한 것들인데 이런 것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사회적 지위를 파악하게 된다는 거죠.

그런데 나이가 들어도 이런 미시적인 권력관계가 생활 곳곳에 영향을 주더군요. 소개팅을 주선해 준다던가, 돈 되는 정보를 알려준다던가 등등 우리가 소위 '인맥'이라고 하는 네트워크 역시도 또래집단 내부의 서열과 무관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흔히 학교에서 사회생활을 배운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학교에서의 서열화 경험이 저 자신의 사회적 지능을 기르는 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너무 오랫동안 눌려 살다보니, 막상 다른 사람을 리딩하는 역할이 되면 아직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또 이런 부분은 아무도 공공연하게 입에 올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옆동네 일본에서는 학교 내부의 서열 문제를 '스쿨 카스트'라는 용어로 이름짓고 거기에 관련된 학술적인 연구도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학교도 일본처럼 스쿨 카스트로 조직화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주위의 사람들은 "에이 그런게 어딨어? 일본 만화에나 나오는 거지.."라는 반응이라는 거죠. 어느 쪽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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