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10/01 20:10:07
Name   구름비
Subject   내로남불은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일명 내로남불은 마치 사자성어처럼 많이 쓰이고 있다.
이 말은 도대체 누가 만든걸까?
스스로에게 들이대는 잣대와 남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다르다는 의미로 쓰인 말은 속담이나 고사에 많이 등장한다.
적반하장이라거나 잘되면 내 탓, 안되면 조상 탓 같은 속담이 그렇다.

하지만 정확히 저 말 그대로 사용한 것은 1996년 신한국당(지금의 자유한국당) 대변인이었던 박희태 의원이었다.
박희태 스스로도 저 말을 본인이 창작한 말이라고 했다한다.
그렇다면 박희태는 이 말의 저작권 주장이 가능한가?
단문의 경우 표현에 있어서의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저작물로 보호가 가능하다.

하지만 1993년 출판된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로맨스'란 제목이 책이 있었다.
당시 유행하던 말들을 모아 엮은 일종의 유머 모음집같은 책이었는데 그걸 보면 이런류의 말들은 이전부터도 계속 쓰여왔던 거 같다.
유사성의 관점에서 볼때 스캔들이라는 단어, 그것도 어떻게 보면 불륜과 의미적으로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박희태는 표현의 창작성을 인정받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게 개인적 견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는 이 말의 저작권을 가질 수 있을까?
판례에 따르면 책 제목은 통상적으로 저작권을 가지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상표권을 등록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주장이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보통 명칭, 관용 명칭 같은 경우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저 말 자체도 전단지 같은데 적힌 재밌는 말이나 문구들을 인용한 것이라 했으니 딱히 저작권을 인정받긴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신조어라고 할 수 있는 내로남불이란 말은 어떻까?
이 말은 2015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던 전병헌 의원이 최고위원회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사자성어처럼 입에 쫙쫙 달라붙는 이 표현은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다방면에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약어는 통상적으로 많이 쓰이고 표현의 창작성을 인정받긴 어렵다고 본다.

그리고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은 친고죄에 해당되는데 이 말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나 단체를 지칭할 수 없는 이상 아쉽게도 저작권 주장은 힘들지않나 하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사족.
요즘 이 말이 폭발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조국 때문이란 걸 부인할 수 없는데 이 말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박희태 또한 법무부 장관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딸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으로 5일만에 사퇴했지만 말이다.
이 경우에는 외국인자녀 특례입학을 위해 이중국적 상태에서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정원 외 입학을 한 것이 컸다.
그리고 박희태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한 경우라 사안의 경중에 대한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어쨌든 내로남불의 화신(?)처럼 여겨지는 두 사람의 비슷한 약력은 좀 신기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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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는 법알못이고 대부분의 정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수집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의 반론이나 지적은 열린 자세로 모두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정보를 아신다면 공유해주셔도 좋고요.



1
  • 춫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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