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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1/13 11:35:45
Name   DX루카포드
Subject   헌법을 알아보자 (법률유보와 법치주의)
헌법이라 함은, 나라를 구성하는 법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constitution이죠. constitute의 명사형입니다.
구성하다, 설립하다 라는 동사의 명사형이죠.
국가를 구성하고 성립하는 법이기에 constitution인 겁니다.

그럼 국가를 구성하고 성립시키는 게 무엇일까요? 헌법의 다른 개념정의를 보면,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및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규범이라 합니다.

즉 크게 나누면 헌법은 1)[통치]와 2)[기본권보장]에 대한 법입니다.

--
형식적 의미의 헌법은, 우리 헌법으로 이야기하면 1948. 7. 17.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전에 적힌 내용입니다.
실질적 의미의 헌법은, 규범형식과 관계없이 국가의 통치조직과 작용의 기본원칙에 대한 규범이죠.

이 실질적 의미의 헌법은 정부조직법, 국회법, 법원조직법, 정당법, 선거법, 관련 명령규칙, 헌법적 관습 등
통치조직과 작용에 대한 규범을 모두 포함합니다. 여기 예시로 제시된 법률들은 법률이지만,
저런 법률들은 민법 형법하고는 좀 다른 영역을 다루는 법률이라는 감은 오시죠?

이런 국가작용, 통치행위의 제도적 틀을 다루는 법률들은 실질적 의미의 헌법입니다.
각종 행정법들의 끄트머리에 있는 벌칙조항들은 실질적 의미의 형법인것처럼요.

여기서 혹시 이상한 점을 깨달으셨나요? 분명 크게 나누면 헌법은
통치와 기본권보장에 대한 법이라 했는데, 실질적 의미의 헌법 개념을 보면
기본권보장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엄밀히 말하면 기본권보장 또한 통치조직과 작용의 기본원칙의 부산물이기 때문입니다.
통치에 있어서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라고 통치작용의 기본원리로 제시되는거죠.
그러나 현대헌법에 있어서 기본권등 인권보장의 요구는 점점 더 강해지고 중요해졌으며,
크게 변하지 않는 국체구성과 통치조직에 대한 규정의 중요성은 평상시 적용될 일이 없는 반면
국가의 개입이 점점 더 늘어나는 현대복지국가에서 기본권보장에 관한 헌법규정은
더 빈번히 적용되고 검토되고 있지요. 본질보다 더 중요한 [위대한 부산물]인 셈입니다.

어쨌든 근본적인 개념에 따라 더 줄여서 말하자면, 헌법은 통치에 대한 법입니다.
헌법에 의해 통치조직이 구성되고 통치작용의 원칙이 제시되니
헌법에 가장 구속되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그 자체입니다.

통치조직에 대한 규정은 국가 제도를 구성하는 규정,
기본권에 대한 규정은 국가가 개인을 통치하는 방법이 가져야 하는 원칙에 대한 규정입니다.

--
우리 헌법은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서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중요한 기본권들이 열거되어 있습니다만, 가장 킬링파트는 역시 시작과 끝에
알파와 오메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행복추구권 규정입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그리고 이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
사실상 이 규정은 다른 규정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셈입니다.

평등 신체의자유 직업선택의자유 등등 이거 다 행복하자고 하는 거잖아요.
솔까말 행복을 추구한다고? 그게 뭔데? 아니 뭐든지 다 행복하자는 거 아냐? 뭐 이렇게 애매해?
맞아요..사실 이 조항은 굉장히 일반적인 내용이라 어디다가도 가져다 붙일 수 있습니다.
어디다가도 가져다 붙일 수 있는 넓은 개념으로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인 셈이죠.

그래서 개인이 헌법소원을 할 때 행복추구권 위반이 이유로 제시되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 국민의 권리 규정의 끝에는 무슨 규정이 있을까요?

제37조 ①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제1항은 '여기 안 적힌 국민의 자유와 권리라도 경시되지 않는다'라는 선언입니다.
제10조에서 넓은 일반적 기본권보장 규정인 행복추구권을 명시해놨지만, 혹시라도 거기에조차
포섭되지 못하는 새로운 무언가, 헌법제정자들이 예상치못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있더라도
이 또한 보장해야 한다는, 한번 두드린 돌다리도 또 한번 두드려서 확인하는 수미상관 규정인 셈입니다.

그리고 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헌법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규정이라고 해도 될만한,
가장 많이 이용되어 조문 숫자자체도 안외울래야 안 외울 수 없고 입에서 자동암기되는
헌법 제37조 제2항, 소위 [법률유보]조항입니다.

--
법률유보란 무엇인가?

생소하시죠? 단어 자체를 쳐다보면 여기서 유보는 '권리의무에 관해 제한을 붙임'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법률유보는 '법률에 의해 권리의무에 관해 제한을 붙임, 권리의무에 제한을 붙이려면 법률로'라는 뜻이죠.

언뜻 보면 '법률을 유보'하는 것처럼 해석할 수 있는데 그럼 의미가 통하지 않아 혼란이 옵니다.
'법률에 의해 유보'를 줄인 말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과하는 사항은 반드시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헌법제37조 제2항 다시 한번 볼까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이 원칙은 원래 '법률의 근거 없이 행정권을 발동할 수 없음'을 뜻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법률에 의하는 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 ·침해할 수 있음'의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법률은 일반적인 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형식적의미의 법률,
'반드시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을 의미합니다. 행정권과 입법권의 권력분립의 핵심이자,
이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핵심이죠. 국민들은 법률의 존재를 확인하여
자신에게 어떤 행위가 허용되고 어떤 행위가 허용되지 않고 제한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법률유보 규정으로 인해, 행정권의 모든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행위에
법률적 근거가 없는 일은 없습니다. 정말로요. 행정부의 어떤 행위든간에 근거법규가 있어야 합니다.
행정청이 뭔가 내 인생에 태클을 거는 것 같으십니까?

근거법령이 뭐죠? 라고 물어보세요. 무슨법 몇조라고 대답이 나와야 합니다.
뭐 물어봤을 때 당장 대답이 튀어나와야 한다는 건 아니고요. 하지만 무슨법 몇조를
외우고 있진 않더라도 그 무슨법 몇조는 있습니다. 있어야 합니다. 없으면 나한테 태클걸 수 없는거에요.

정말로요. 단 하나의 예외도 없어요. 예외가 있으면 위헌상태가 발생한 겁니다.

Q :대통령령 장관령같은 시행령은요?

A :헌법 제75조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
- 대통령령 상위의 근거법률에서 대통령령에 맡길 수 있다는 위임규정 법률이 있어야 합니다.
없으면 안됨.

Q :대통령 긴급명령같이 법률적 효력을 가지는 명령은요?

A :헌법 제76조 ①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②대통령은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③대통령은 제1항과 제2항의 처분 또는 명령을 한 때에는 지체없이 국회에 보고하여 그 승인을 얻어야 한다.

④제3항의 승인을 얻지 못한 때에는 그 처분 또는 명령은 그때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이 경우 그 명령에 의하여 개정 또는 폐지되었던 법률은 그 명령이 승인을 얻지 못한 때부터 당연히 효력을 회복한다.

대통령 긴급명령은 법률의 상위인 헌법에서 근거를 두고 있는 [헌법유보]사항입니다.

--

세계 최초의 헌법이라 불리는 것이 뭔지 아십니까?
영국의 대헌장, 마그나카르타입니다. 친숙한 이름이죠? 뭔가 멋있는 울림이라서..크크크

마그나카르타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뭘까요?

제12조 일반 평의회의 승인 없이 군역대납금·공과금을 부과하지 못한다
- 의회의승인 없이 과세할 수 없다.

의회-국회-입법부의 승인없이 행정부가 과세-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대원칙으로
입법부가 가지는 권력의 근본입니다. 앞서 말한 '법률유보'의 조상님이라 할 수 있죠.

제39조 자유인은 같은 신분을 가진사람에 의한 재판이나 국법에 의하지 않으면 체포 ·감금할 수 없다
- 자유인은 재판없이 구속당하지 않는다

같은 신분을 가진 사람에 의한 재판 - 보통법재판소 - 사법부의 재판없이
국민을 구속할 수 없다는 대원칙으로 사법부가 가지는 권력의 근본입니다.

3권분립과 법률유보라는 근대헌법의 대원칙이 여기서 시작되었기에 세계최초의 헌법이라 불리는 겁니다.

행정청은 근거법령 없이는 그 어떤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를 할 수 없습니다.
이건 근대 법치주의의 핵심이에요.

1215년 마그나카르타 이래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투쟁의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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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균형성
  • 위에꺼 받고 적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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