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도 적었지만 나쁜 사람이라기보다 무지, 무감각한 사람이죠. 이에 대해 부끄러워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당당해하는 이상한 풍조가 있습니다.

'모두에게 완자가'라는 웹툰의 작가는 바이 성향이 있는 레즈비언인데(본인주장) 남친도 있다가 연인을
만나게 되죠. 그런데 파트너 야부가 작가에게 항의하기를 '왜 너는 의자를 빼거나 문을 여닫는 일,
까페에서 먹은 컵을 정리하는 일, 화장실앞에서 가방을 들고 기다리는 일을 나한테만 시키느냐' 항의를 하죠.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야부에게 잘하려고 하는데.. 핀트가 좀 이상합니다.
'연인에게 그런 일을 당연하게 요구해선 안된다'라는 발상이 아니라
'야부도 여자인데 여자로서 야부에게 매너를 요구하고 야부의 행복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라고 반성을 하죠... 아니?? 이게 핀트가 '여자'에게 그런 요구를 해서 잘못이라고 인식한다니..
여기선 성별은 관계가 없어야죠. 심지어 성소수자 웹툰인데도..-_- '연인'의 배려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고마워하기는 커녕 당연하게만 여긴 자신의 무감각함을 반성하는게 아니라
나는 레즈비언이니까 지금은 남친을 만나는게 아니라 여친을 만나는 거니까 이렇게 하면 안되겠구나 라는
핀트가 안맞는 반성을 해요. 남친한테도 그러지 말아야지. 적어도 그게 당연한게 아니라 고마운 일이란 걸 알아야 하는거죠.

저는 이 작품을 좋아하고 작가도 귀엽게 바라보긴 하지만, 이런 발상은 딱 제가 싫어하는 뷔페미즘의 모습이기도 해요.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구분짓는 건 싫어하지만'
'남자의 매너를 누리는 건 여자의 행복' 이라는 편의적인 발상은
전통적인 페미니즘과는 아주 거리가 먼 태도죠. 요즘은 전통적 페미니즘도 그런거였는데 제가 몰랐나 싶기도 합니다만..

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직장에서 여직원에게만 커피 타오라는 요구를 하는
상사들은 문제도 인식하지 못한다며 화를 내고 있죠. 다를바가 없건만.

진짜 사람 속내는 알 수 없는거라서.. 누가 비용을 내는지와 소개팅이 잘되고 안되고의 인과관계는 0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라면 그런 여성분은 바로 거릅니다. 타인의 시간, 돈, 노력을 존중하지 않고 무감각하기까지 한 사람은 자신의 시간이나 노력, 돈에 대해서도 정성들여본 적이 없기에 아깝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시간과 돈이 넘쳐흘러서 여유있는 사람이라면, 또는 타인의 시간과 돈과 노력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더치페이는 했거나, 비용을 다 내게한 데에 미안하다는 제스쳐를 취하거나, 다음에는 내가 내겠다 뭐 이런 이야기를 했겠죠.
이것도 아니라면 그냥 마음엔 별로 안들지만 공짜밥 먹으니 이득이네! 또는 니 시간,돈은 안중요하고 내 시간과 돈은 중요하니 내 돈은 아껴야지 ㅎㅎ라고 생각하는걸로밖에 안보입니다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