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06/27 15:31:11
Name   *alchemist*
Subject   냥님 입양기 – 나는 어떻게 그를 만나게 되었는가
안녕하세요 쓰라는 글은 안 쓰고(!!) 탐라에 잡 생각과 말도 안되는 것들만 끄적거리며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월도짓을 하고 있는 *alchemist*입니다…;; 나는 왜 이러고 살고 있나 몸이 안 좋은데 냥이는 밥만 달라더라 하고 한탄하는 탐라를 적었는데 모 회원님께서 냥이 보고싶다고 그러셔서 생각나는 김에(+월도짓 좀 하려고) 글을 적어봅니다. 제목은 거창하지만 뭐.. 별 거 없습니다. 사진 가지고 있는 것들 올리면서 차근차근 적어볼게요.

사건의 발단은 친한 누나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었습니다. 워낙 친하게 지내는 누나인지라 누나 덕분에 강아지만 좋아하던 저는 냥이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지우고 멍냥 동시사랑 인간(?)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심지어 냥이 키워도 좋겠다는 생각조차 가지게 되었지요. 사실 지금 모시는 냥님 이전에 묘하게 간택당한 적이 몇 번 있기는 했었지만 당시에는 상황이 도저히 안되서(해외에서 간택당했는데 어찌 데려올 수 있겠습니까 ㅎㅎ;)키우지를 못했었지요.

아무튼 누나가 인스타에 올린 사진을 보게 되면서 그와의 첫 인연이 시작됩니다. 누나도 집사 생활을 10년가까이 하다 보니 길에서 냥이를 마주쳤는데 뭔가 좀 낌새가 이상하더랩니다. 그래서 ‘음?’ 하면서 다짜고짜 덥썩 집어왔드랩니다. 보통 길냥이들이 경계심도 많고 해서 도망을 잘 치는 편인데 이 녀석은 어쩌다 누나에게 두번을 잡혀서(처음엔 구조했는데 도망갔다 두번째 다시 잡았다고 하더라구요) 구조되었습니다. 그렇게 겨우 구조해서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누나도 참 대단한게 얘가 범백끼가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누나의 냥레이더가 장난이 아니었던 게지요. 다행인건 범백이 심한 편은 아니어서 치료하면 나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식중독 증상도 있었다고 하는데 다행히 금방 낫게 되었구요. 아무튼 그렇게 구조해서 병원에 데려가면서 주인을 찾는다고 올라온 사진이 아래 사진입니다.



이전에 홍차넷에 올린적이 있는 사진입니다 ㅎㅎㅎ 처음 이 사진 보고는 정말 예쁘게 생겼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아무튼 그렇게 글을 올리고 주인을 수소문을 했었는데… 주인 나타나지 않고, 여러가지 증거 상 이전 주인에게 방치…라고 해야 하나 그런게 보여서 누나는 부득이하게 입양을 보내게 됩니다. 왜 누나가 직접 안 키우게 되었냐면 이미 그 집에 냥님이 4분이 계시거든요 ㅡ.ㅡ;; 뭐 그래서 입양을 보낼 집을 찾는데 누나에게 이런저런 방식으로 연락이 많이 온걸로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녀석 있던 병원에 근무했었던 前 간호사분도 이 녀석 보고는 눈독을 들일 정도였으니… 장난 아니었지요. 하지만 누나도 냥집사 생활이 오래되신만큼 어디 쉽게 보낼 생각은 절대 안하셨고.. 이래저래 제가 키우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긴 했었지만 시간 많이 줄 테니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하셨었지요. 그래서 저는 한참 고민하다 병원에 가서 얼굴을 보고 결정하기로 합니다. 사람도 얼굴 보고 만나는 데 오랜 세월 같이 살 반려동물이 들어오는데 사진만 보고 들여올 순 없지요.

참. 이녀석 처음에 보면 되게 순진해 보입니다. 아래 사진도 굉장히 순진한 척 모르는 척 아픈척그러고 있지요. 어리버리한척… 순진한 척.. 아래 사진이 딱 그래요



하지만 곧 본색(?)을 드러내고 까칠하게 구십니다 ㅋㅋㅋ 주사 먹고 약 먹고 이러더니 완전 까칠하게 굴고 하악거리는 통에… 병원에서도 별명이 ‘하악이’였다고 합니다. 누나는 얼굴값 한다고(이쁜 고양이들은 성질이 더럽다는(?) 속설이 있다고 하네요) 제가 만약 데려간다고 해도 초보 집사인지라 친해질 수 있을까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도 내심 누나도 이왕이면 본인이 잘 아는 집에 입양가는 걸 원하셨다고 해요. 왜냐하면 워낙 이쁜 녀석이다 보니 잘 아는 집에 가면 이런저런 소식 듣고 지낼 수 있으니까요.. ㅎㅎ;
아무튼 아래 사진 보면 심통난 얼굴이 보이시지요? ㅋㅋㅋ 특이하게도 이녀석은 뭔가 감정이 올라오거나 흥분하거나 하면 눈의 파란색이 짙어집니다. 그게 또 매력포인트 중 하나지요. 나 심통나쪄!!!



아무튼 병원에 그렇게 상견례(?)를 가게 되었습니다. 누나와 만나서 갔는데.. 이 녀석 약 먹고 완전 까칠해져 있었어요. 그래서 케이지에서 꺼내려는데 누나에게 성질을 내더라구요. 꺼내려다가 할퀴어서 피도 보았지요. 하악거리기도 엄청 하악거리고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누나네 집에서 진짜 짜증나서 하악대는 고양이를 많이 보았기에 이녀석이 하악은 하악으로도 안 들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쫄보에 전투력0인 녀석의 하악이었던 거지요 ㅡ.ㅡ 하악거리면서 뒷걸음질 치는 애는 난생 처음 봤었네요.. ㅎㅎ 쫄보의 하악이란.. 귀여워라. 아무튼 그래도 직접 한번 보긴 봐야지 싶어서 케이지에서 꺼내진 아이를 두 손으로 받쳐 들었는데.. 이 녀석 그 자세로 그냥 가만히 절 쳐다보더라구요. 그 때는 3kg 초반이라 완전 가벼울 때였거든요. 에구 쬐끄만하네.. 이러면서 봤었는데 그래서 저도 가만히 바라봤었지요. 한참을 아이컨택하고는 나중에 다시 케이지에 집어넣으니 얌전히 있더라구요.  그렇게 상견례(?)를 하고는 뭐… 게임 끝났습니다. 데려오겠다는 의지만 더 강해졌었구요. 퇴원하고 누나 집에 잠시 임보를 갔을 때 데려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후 뭐 재미있게 살고 있어요. 첨엔 까칠하고 그럴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애교가 많습니다. 퇴근하고 집에가면 다리를 쭈우욱 늘이면서 반겨주거든요. 물론 그러면서 얼릉 맛난 거 달라고 찡얼찡얼거립니다. 어제 아파 죽겠는데도 찡얼거려서 사실 짜증 났었는데 짜증낼 기운도 없어서 그냥 뻗어버렸었지요.
아무튼 집에 모시고 있는 냥님은 쫄보에 겁쟁이에 마음 여리긴 하지만 똑똑하고 고집도 센 아이입니다. 사실 어느 혈통종이라고 사기 쳐도 될 정도로 미모(?)도 훌륭한 아이이지요. 믹스인데 먼치킨과 랙돌? 네바 마스커레이드 등 여러종이 섞인게 아닐까 싶은데.. 그래서 더 똘똘하고 예쁘게 생긴지도 모르는 노릇입니다. 그리고 말씀드렸듯이 애교 쩔구요. 요새 여름이라 더울까봐(장모종이라 털이 깁니다) 털 깎아주고 나니 밤 되면 추워서 그러는지 어쩌는건지 제 옆으로 앵겨오기도 합니다(이건 사진이 없으요 ㅎㅎ) 덕분에 혼자 지내는 데 조금은 덜 심심하기는 합니다. 그만큼 많이 예뻐해주고 놀아주고 보살펴주고 하기는 해야하지요.. 이뻐는 많이 해주는데 놀아드리는게 귀찮아서 문제입니다.. ㅋㅋ;;

참 이름은 ‘케이(KEI)’입니다.. 네.. 그 케이 맞습니다.. 사실 저는 암놈을 들여오는 것만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걸그룹 멤버 이름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숫놈을 들여오는 바람에.. 생각해둔 이름이 없어서 어떻게 할 까 엄청 고민을 했고 걸그룹 멤버 이름 중 제일 중성적인 이름인 케이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ㅡ.ㅡ; 러블리즈가 최애그룹은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래서 둘째를 들이게 되면 둘째 이름은 진(JIN)이 될 예정입니다 ㅡ.ㅡ;;;;

참, 최근 모습도 보여드려야지요. 털 깎고 나서 백숙(?)이 된 케이입니다. ㅋㅋㅋㅋ 보시면 아시겠지만 ㅋㅋㅋ 대굴빡 ㅋㅋㅋ 엄청 커요 ㅋㅋㅋㅋ 대갈장군 케이입니다 ㅋㅋㅋ 귀여워라 ㅋㅋㅋㅋ. 이만 끝!! ㅋㅋㅋㅋ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7-10 10:39)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9
  • 고양이는 추천
  • 고양이는 사랑입니다
  • 두근두근 상견례(?)썰은 춫천
  • 귀엽네요 추천!
  • 기여워여 흑흑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76 기타삶의 의미를 찾는 단계를 어떻게 벗어났냐면 8 골든햄스 24/03/14 923 18
1375 기타소수 사막은 얼마나 넓을까? 4 Jargon 24/03/06 869 4
1374 기타민자사업의 진행에 관해 6 서포트벡터 24/03/06 827 8
1373 기타노무사 잡론 13 당근매니아 24/03/04 1528 16
1372 기타2024 걸그룹 1/6 2 헬리제의우울 24/03/03 613 13
1371 기타소회와 계획 9 김비버 24/03/03 855 20
1370 기타터널을 나올 땐 터널을 잊어야 한다 20 골든햄스 24/02/27 1560 56
1369 정치/사회업무개시명령의 효력 및 수사대응전략 8 김비버 24/02/21 1401 16
1368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자율 축구'는 없다. 요르단 전으로 돌아보는 문제점들. 11 joel 24/02/19 955 8
1367 역사 AI를 따라가다 보면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된다. 4 코리몬테아스 24/02/18 1054 11
1366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빌드업 축구'는 없다. 우루과이전으로 돌아보는 벤투호의 빌드업. 13 joel 24/02/12 1326 30
1365 기타자율주행차와 트롤리 딜레마 9 서포트벡터 24/02/06 1184 7
1364 영화영화 A.I.(2001) 18 기아트윈스 24/02/06 1115 23
1363 정치/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2549 12
1362 기타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11 쉬군 24/02/01 2151 69
1361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4, 完) 6 양라곱 24/01/31 2812 37
1360 기타텃밭을 가꿉시다 20 바이엘(바이엘) 24/01/31 1001 10
1359 일상/생각한국사회에서의 예의바름이란 18 커피를줄이자 24/01/27 6533 3
1358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3) 17 양라곱 24/01/22 6160 22
1357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2) 17 양라곱 24/01/17 5687 14
1356 요리/음식수상한 가게들. 7 심해냉장고 24/01/17 1254 20
1355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1) 9 양라곱 24/01/15 2672 21
1354 기타저의 향수 방랑기 31 Mandarin 24/01/08 3294 2
1353 의료/건강환자의 자기결정권(autonomy)은 어디까지 일까? 7 경계인 24/01/06 1276 21
1352 역사정말 소동파가 만들었나? 동파육 이야기. 13 joel 24/01/01 1307 24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