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Date 17/11/14 16:40:26
Name   烏鳳
Subject   무죄 판결
#0. 들어가면서

저를 비롯한 많은 변호사들이 (일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승소판결문입니다.
그런데... 피고인을 디펜스하는 소송인 형사소송에서는,
[승소]에 해당하는 무죄판결을 받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1. 수사기관에서의 불기소결정

수사기관은 고소/고발사건이나 인지사건(수사기관이 첩보를 입수해서 시작하는 수사사건)을 수사합니다.
수사한 결과가.. 아, 이 사람 죄를 안 지었네.. 라는 판단이 들면 검사가 불기소 결정을 하지요.
검사가 증거불충분이나 죄가안됨.. 같은 사유로 혐의없음의 불기소 결정을 했다면 정말 좋은 겁니다.
물론, 수사기관에 불려다니고 조사받는 고초야 겪으시겠지만,
어쨌든 대한민국 검사가 [당신 죄 없음]하고 인증해준 것이거든요.

정말 유능한 형사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따내는 변호사라기 보다는..
수사기관에서 불기소결정을 이끌어 내는 변호사가 정말 유능한 겁니다.

문제는, 수사기관에서 불기소 결정...
다시 말해 형사재판에 부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한 때가 아닙니다.
검사가 기소결정을 했다는 것은,
[대한민국 검사가, 당신 죄 지은 게 맞다고 판단합니다.]의 의미이지요.
그리고 당신 죄를 지은 것 같으니, 판사님이 진행하는 형사사건에서 어디 디펜스를 해 보시든가요.. 하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정말 죄가 없는 억울한 피의자들은 대개 수사기관에서 걸러집니다.
그러다 보니.. 이미 기소가 이루어진 사건을 디펜스해야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무죄판결을 받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저와 같은, 혹은 저보다 유능한 다른 법조인이 판단해 보건대, 이 사람 죄 있다고 판단한 걸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2. 무죄, 그리고 무죄 판결 비율

형사사건은 이처럼, 법률 전문가인 검사의 판단 끝에...
정말 죄가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재판에까지 이르지 않고 걸러지게 됩니다.
기소가 되었다는 것은.. 대한민국 검찰이라는 체에 의하여 이미 한번 걸러본 끝에...
정말 죄를 지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만을 두고 형사재판을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기소한 사건에서 무죄판결이 나온다면, 피의자를 기소한 검사 입장에서는 답답...해집니다.
요는, 판사가 [검사 당신 수사 잘못해서 애먼 사람한테 죄가 있다고 한 거네]라는 의미이거든요.

때문에 검찰에서는 어떻게든 무죄율을 낮추려는 노력을 합니다.
정말 억울해보이고, 죄가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불기소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확신 끝에 죄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기소하게 되지요.

2016년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형사사건 중, 무죄판결의 비율은 5% 정도라고 합니다.
즉, 100건의 형사사건 중에서 5건에서만 무죄판결이 선고된다는 것이죠.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9/26/0200000000AKR20160926159700004.HTML?input=1195m

무죄판결의 비율이 1% 근방을 오가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 같은 국가도 있긴 합니다.
물론, 이게 일본 검찰이 정말 철저하게 수사한 끝에 죄가 없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걸러낸 결과물인지...
아니면 애먼 사람도 범죄자로 만들어버리는,
그래서 원죄(寃罪:엔자이라고 읽습니다) 사건을 만들어내기까지 하는 경직된 법조문화의 결과물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요.


#3. 무죄판결의 의미

만일, 안 좋은 일이 있어서 형사재판을 받았는데...
선임한 변호사가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면.. 정말 그 변호사 칭찬해주셔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검사라는 법률 전문가가 유죄라고 판단하여 법원에 올렸는데...
자신의 변호사가 그게 아니라고 법원을 설득하는데 성공한 것이거든요.

법원은 유/무죄를 가리는 데 있어 읍소에 움직이지 않습니다.(양형에는 참작을 합니다.)
이 사람이 죄를 지은 게 맞나 아닌가를 증거만을 놓고 판단하지요.

저만 해도.. 오늘 탐라에 올린(그리고 18시쯤 펑될 예정인) 판결문 사건만 해도,
각종 금융정보 및 계좌기록 등등을 합쳐 A4 천 페이지에 이르는 기록들을 샅샅이 다 뒤졌고,
제 의뢰인에게 이거 자료 가져와라, 저거 자료 있나? 없으면 다른 거 들고 와라.. 라며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들을 요구했었고,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에 헛점은 없는지 계속하여 진술조서를 읽고,
증인신문 과정에서 그 '앞뒤가 안 맞는 피해자 진술'을 까발린 걸 2년여에 걸쳐 한 끝 이루어낸 결과물이거든요.


#4. 맺으며

형사사건의 항소기간은 1주일인데요.
판결선고가 2일에 있었다면, 9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요. 항소장을 그 안에 법원에 제출해야 하고요.
지난주에 확인해 봤더니... 제가 변호했던 사건에서 내려진 무죄 판결에 대해..
검사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1심에 불복하고 항소했더군요.

뭐 제 의뢰인이 2심에서도 저를 선임하실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크크
어쨌든, 다시 선임이 된다면 2심에서도 다시 한번 잘 막아볼 생각입니다.

행운을 빌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11-27 08:22)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31
  • 변호인은 추천
  • 춫천
  • 능력자는 추천
  • 포스가 함께 하시길
  • 멋있어서 추천
  • 좋은글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76 기타욕망의 자극 11 nickyo 18/08/04 927 5
674 기타지구 온난화와 원전. 56 키시야스 18/08/01 1609 17
673 기타레전드가 되는 길: 이경규 vs 최양락 13 OSDRYD 18/07/30 1009 7
672 기타산 속의 꼬마 - 안도라 1 호타루 18/07/29 243 5
671 여행후지산 산행기 12 하얀 18/07/28 716 26
670 여행(스압, 데이터 주의) 오키나와 여행기 ~첫째 날~ 9 소라게 18/07/27 615 17
669 일상/생각진영논리에 갇힌 모 토론회 참석자들에 대한 소고 11 烏鳳 18/07/26 1047 17
668 경제재보험(Re-Insurance)에 대해 간단한 설명 14 기쁨평안 18/07/25 583 11
667 여행서울 호우캉스 호텔 결정 로직 43 졸려졸려 18/07/25 1152 14
666 체육/스포츠제도/수익모델이 스포츠에 미치는 영향 17 Danial Plainview 18/07/20 897 23
665 일상/생각사라진 이를 추억하며 11 기아트윈스 18/07/19 1195 43
664 일상/생각커뮤니티 회상 4 풀잎 18/07/17 561 15
663 여행어두운 현대사와 화려한 자연경관 - 크로아티아 12 호타루 18/07/15 616 20
662 의료/건강발사르탄 발암물질 함유 - 한국 제네릭은 왜 이따위가 됐나 11 레지엔 18/07/12 1095 23
661 의료/건강고혈압약의 사태 추이와 성분명 처방의 미래 28 Zel 18/07/10 1012 20
660 문학왜 일본 만화 속 학교엔 특활부 이야기만 가득한가 - 토마스 라마르 31 기아트윈스 18/07/09 1593 27
659 일상/생각두 원두막 이야기 9 매일이수수께끼상자 18/07/08 654 20
658 일상/생각왜 펀치라인? 코메디의 구조적 논의 8 다시갑시다 18/07/06 1032 31
657 의료/건강리피오돌 사태는 어디로 가는가 37 Zel 18/07/04 1181 10
656 꿀팁/강좌고부갈등을 해결해보자 - 희망편 40 기아트윈스 18/07/02 1354 54
655 꿀팁/강좌집단상담, 무엇을 다루며 어떻게 진행되는가 4 아침 18/07/02 547 14
654 체육/스포츠홈트레이닝을 해보자 -1- 19 파란아게하 18/06/30 1447 26
653 철학/종교칸트 전집 번역 논쟁은 왜때문에 생겼나. 75 기아트윈스 18/06/28 2076 16
652 의료/건강전공의 특별법의 이면 23 Zel 18/06/24 1549 9
651 문화/예술[강철의 연금술사] 소년만화가 육체를 바라보는 관점(스압) 4 자일리톨 18/06/23 1497 1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