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11/20 18:37:06
Name   droysen
File #1   holocaust_brief_auschwitz_original.jpeg (82.4 KB), Download : 24
File #2   holocaust_brief_auschwitz_rekonstruktion.jpeg (68.8 KB), Download : 24
Link #1   http://blog.naver.com/rankecarr/221141771164
Subject   아우슈비츠로부터의 편지




개인 블로그에 먼저 쓴 글인데,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더 뜻 깊을 거라는 생각에 홍차넷에도 올리게 되었습니다.
평서문인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1980년에 폴란드에서 삼림학을 공부하던 한 학생은 아우슈비츠 근처에서 병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병 안에는 글씨가 지워져 단어 몇개를 제외하고는 해독이 불가능해진 종이 여섯 장이 들어 있었다.

발견 당시 문서의 모습
현대 그리스어로 쓰어진 문서에서 발견 당시 겨우 해독 할 수 있었던 것은, 글의 작성자가 존더코만도에 속했던 그리스 출신의 유대인 마르셀 나드야리 (Marcel Nadjari)라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유대인들로만 구성된 아우슈비츠의 존더코만도는 강제로 나치의 대량학살을 보조하는 일을 했다. 그들은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불러 모아야했고, 가스실의 시체들을 끄집어내야했다. 대략 2200명 정도가 존더코만도에 강제적으로 속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중 110여명 정도만 아우슈비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런데 해독이 불가능했던 이 문서가 얼마 전 과학 기술의 힘을 빌려 복원됐다. 복원된 문서는 지난 10월 뮌헨의 현대사 연구소를 통해 공개 되었으며, 11월 중에 영어 번역본이 공개될 예정이다. 복원을 통해 나드야리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자신이 아우슈비츠에서 목격한 바를 후대에 전하기 위함이었음이 드러났다. 나는 한글로 이 글을 번역해보고자 한다.


복원 후 문서의 모습
사랑하는 Dimitris Athan[asius] Stefanidis, Ilias Koen, Georgios Gounaris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동반자 Smaro Efraimidou와 내가 항상 기억할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항상 성실한 시민으로서 복무했던 나의 조국 그리스에게.  

1944년 2월 차이다리(Chaidari)에서 한 달 정도 수용된 이후에 우리는 아테네를 떠나야 했다. 열흘의 이동기간 끝에 우리는 4월 11일에 아우슈비츠에 도착한 후, 우리는 한 달 정도 동안 격리되었고, 그 후 그들은 우리를 건강한 자와 병든 자를 구분해서 옮겼다. 병든 자들을 어디로 옮겼냐고? 내가 하게 된 끔찍한 일들에 대해서 후술하듯이, 옮기게 될 곳은, 전능한 자가 우리로부터 원한 바에 따라, 화장터였다.

그곳은 넒은 굴뚝이 있고 15개의 오븐이 있는 큰 건물이었다. 뜰 아래에는 두 개의 끝없이 이어진 지하실이 있었다. 첫 번째 지하실은 탈의실이었고, 두 번째 지하실은 죽음의 방이었다. 나체로 사람들이 그곳에 들어가서 3000명 정도가 차면 문은 닫히고 그들은 가스를 들이마시게 되며 6-7분 정도 후에 순교하게 된다.

우리의 일은 우선 수용소의 유대인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었다. 그들은 영문을 몰랐는데, 통곡하거나 울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샤워를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아무 것도 예감하지 못한 채 그곳에 들어갔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고, 운명이 정해진 이들에게 나의 언어로 진실을 말해줬다.

독일인들은 샤워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가스실 지붕에 파이프를 설치했는데, 옷을 벗은 이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계속 서로 더 가까이 붙으라고 재촉했다. 최대한 많은 이들을 가스실에 집어넣기 위함이었다. 그곳은 마치 인간으로 이루어진 정어리 통조림 같았고, 가스실이 꽉 차면 독일인들은 서둘러서 문을 잠궜다.

가스통은 항상 SS 두명이 자동차로 가져왔다... 이 둘이 가스 담당자였고, 이들이 도착하면 곧 가스실에 가스를 주입했다.

30분 정도가 지나면 우리는 문을 열었고, 그 때 부터 우리의 일이 시작됐다. 우리가 무고한 여성들과 아이들의 시체를 승강기에 옮기면, 이들은 오븐이 있는 방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시체는 - 다른 연료 없이 몸의 지방으로만 - 화장됐다.

하나의 시체는 대략 반 오카(Okka, 그리스와 터키의 단위)의 재가 됐는데, 독일인들은 우리로 하여금 체를 통해서 이 부피를 줄이라고 계속 윽박질렀다. 그리고 이들은 재를 모아서 근처의 강에 흘러 보내 모든 흔적을 지웠다.

내 눈이 목격한 드라마는 설명조차 불가능하다. 나는 대략 60만 명 정도의 유대인이 헝가리에서, 8만 명 정도가 폴란드에서, 그리고 체코슬로바키아의 테레지엔슈타트 라는 한 도시에 만 명 정도가 끌려 오는 것을 목격했다.  

오늘은 테레지엔슈타트에서 또 열차가 왔는데, 신께 감사하게도 이들은 우리에게 오지 않았고 따로 수용되었다. 이는 아마도 최후의 순간에 독일인들이 생각을 바꿔 유대인을 더 죽이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우리는 경우가 다르다. 우리는 이들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만행과 그 방법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존더코만도라고 하는 코만도에 속해 있는데, 초기에는 200명의 그리스인과 800명의 헝가리와 폴란드인으로 구성되었다.

현재는 26명의 그리스인이 남아있고 나머지는 폴란드인인데, 여태까지의 모든 명령이 하달된 곳으로부터 아마도 우리를 제거하라는 명령이 나올 것이다. 적어도 우리 그리스인의 경우에는, 모든 그리스인이 삶으로부터 이별하는 법을 알고 있듯이, 진정한 그리스인 답게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 즉, 이탈리아와의전쟁에서 보여주었듯이, 상대의 우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피에는 그리스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아마도 나에게 반문하게 될 것이다. 어찌해서 같은 종교적 동지들을 불태우는데 동참했단 말인가?

나 또한 처음에 그렇게 말했고, 수차례 동지들과 함께 가스실에 들어가 삶을 끝내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그러지 않은 것은 복수 때문이었다.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사랑하는 여동생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살기 원했고 지금도 원한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 눈으로 목격한 것들을 경험하고서도 어떻게 죽음을 두려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기에 나의 사랑하는 사촌 일리아스야, 내가 만일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바로 너와 나의 모든친구들이 너희의 의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나의 유일한 소원은, 내가 지금 쓰는 바가 너희의 손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내 가족의 유산은 미스코스 너에게, 나의 사촌 일리아스를 돌본다는 부탁과 함께, 물려 줄 것이다. 너는 마치 나인 것처럼 내 사촌을 돌봐줘야 한다. 그리고 만일 나의 여사촌이 돌아온다면, 너는 마치 너의 조카딸을 대하듯 나의 여사촌을 돌바줘야 한다. 우리 모두는 인간의 이성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겪었기에 더 그러하다.

내가 너희에 대해 그러하듯이, 이따금씩 나를 기억해다오. 운명은 너희가 1943년 10월 12일에 그럴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내가 독립한 조국 그리스를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을 원치 않는 듯하다. 누가 나에 대해 묻거든, 간단하게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진정한 그리스인답게 죽음을 맞이했다고 대답해다오.

미스코스야, 여력이 되는대로 아우슈비츠에서 돌아오는 모든 이들을 도와다오.

미스코스야, 죽는 것은 진실로 슬프지 않은데, 복수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통하다. 만일 외국에 있는 친척으로부터 편지를 받게 된다면, 나의 가족이 그토록 지체 높은 독일인들로부터 몰살당했다고 전해다오.

미스코스야, 시오니두 가족으로부터 넬리의 피아노를 돌려받고 일리아스에게 전해주렴. 일리아스가 그토록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넬리에 대해 추모할 수 있도록.

그들이 살상을 저지를 때마다 거의 항상, 나는 신이 참으로 존재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이 항상 존재했었고 전과 같이 존재한다고 믿으며, 신이 원하는 바가 이 땅위에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조국 그리스가 해방되었음을 알기에 기쁘게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내 마지막 말은, "그리스 만세!"가 될 것이다.

4년 전부터 독일인들은 유대인을 죽여왔다. 그들은 폴란드인, 체코인, 프랑스인, 헝가리인, 슬로바키아인, 네덜란드인, 벨기에인, 러시아, 그리고 그리스인을 죽여왔다. 아직 살아있는 300명 정도가 유일한 예외이다. 전체적으로는 대략 140만명이 죽었다.

이 종이를 수중에 얻게 될 그리스인에게는 선량한 그리스 시민 마르셀 나드야리로부터 이 종이를 다음의 주소로 전송해 줄 것을 부탁하는 바이다.  
Dimitrios Athanassiou Stefanidis / Odos Krousovou Nr. 4 / Thess/niki / Griechenland
이것이 내 최후의 소원이다.

유대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독일인들로부터 사형에 처해진
나드야리 씀.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12-04 09:51)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8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인간이란 뭘까요.
  •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대학살을 고발하는 생생한 사료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ㅠㅠ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76 기타삶의 의미를 찾는 단계를 어떻게 벗어났냐면 8 골든햄스 24/03/14 926 18
1375 기타소수 사막은 얼마나 넓을까? 4 Jargon 24/03/06 870 4
1374 기타민자사업의 진행에 관해 6 서포트벡터 24/03/06 827 8
1373 기타노무사 잡론 13 당근매니아 24/03/04 1528 16
1372 기타2024 걸그룹 1/6 2 헬리제의우울 24/03/03 613 13
1371 기타소회와 계획 9 김비버 24/03/03 855 20
1370 기타터널을 나올 땐 터널을 잊어야 한다 20 골든햄스 24/02/27 1560 56
1369 정치/사회업무개시명령의 효력 및 수사대응전략 8 김비버 24/02/21 1401 16
1368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자율 축구'는 없다. 요르단 전으로 돌아보는 문제점들. 11 joel 24/02/19 955 8
1367 역사 AI를 따라가다 보면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된다. 4 코리몬테아스 24/02/18 1054 11
1366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빌드업 축구'는 없다. 우루과이전으로 돌아보는 벤투호의 빌드업. 13 joel 24/02/12 1327 30
1365 기타자율주행차와 트롤리 딜레마 9 서포트벡터 24/02/06 1184 7
1364 영화영화 A.I.(2001) 18 기아트윈스 24/02/06 1115 23
1363 정치/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2549 12
1362 기타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11 쉬군 24/02/01 2151 69
1361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4, 完) 6 양라곱 24/01/31 2812 37
1360 기타텃밭을 가꿉시다 20 바이엘(바이엘) 24/01/31 1001 10
1359 일상/생각한국사회에서의 예의바름이란 18 커피를줄이자 24/01/27 6533 3
1358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3) 17 양라곱 24/01/22 6160 22
1357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2) 17 양라곱 24/01/17 5691 14
1356 요리/음식수상한 가게들. 7 심해냉장고 24/01/17 1254 20
1355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1) 9 양라곱 24/01/15 2672 21
1354 기타저의 향수 방랑기 31 Mandarin 24/01/08 3294 2
1353 의료/건강환자의 자기결정권(autonomy)은 어디까지 일까? 7 경계인 24/01/06 1276 21
1352 역사정말 소동파가 만들었나? 동파육 이야기. 13 joel 24/01/01 1307 24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