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Date 17/11/22 20:00:22
Name   알료사
Subject   홍차넷의 정체성
홍차넷의 정체성..

저도 처음에는 그런게 없어보였어요.

그냥 조용하고 덜 싸우는 pgr느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무언가 설명하긴 어렵지만 저는 아주 확고한 정체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인 애정이 과해서 착각하는 걸수도 있는데..

이곳은 정말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독특하고 개성있는 커뮤니티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이런 형태를 갖추기까지 운영진들의 노력도 남다르셨겠지만.. 무언가 운도 따르고 흐름도 잘 탄 느낌이에요. 뭔가 그때그때 사이트가 흥할만한 이벤트가 터져 줬다랄까.. 다소 안좋은 일들도 겪었지만 이상하게 그때마다 홍차넷은 타 커뮤니티었다면 어림도 없었을 자체 수습 능력을 보이며 한단계 레벨업했어요.

며칠전에 저스티스리그 영화 관련해서 타임라인에 살짝 신경전이 일었던 적이 있었잖아요?

그때 홍차넷의 진화 속도 보셨습니까. 유저들의 자체정화와 운영진의 단호한 조치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어요. 순식간에요.

지금 이 나라에 이런 커뮤니티 없습니다. 다른 어느 커뮤니티었더라도 개싸움으로 불붙는거 시간문제였을겁니다.

그래서 홍차넷이 뭐 어떤 곳이냔 말이냐? 싸움 안나면 그걸로 장땡이냐? 물으신다면..

저에게는 이런 느낌입니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 같은데 보면.. (한국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왜 종종 혼자이고 싶은 날 있잖습니까.

원래 친구가 없어서 평소에도 외톨이일 수도 있고

주변에 사람이 많더라도 가끔은 누군가에게 말하기 힘든 괴로운 일이 생겼다든지.. 아니면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겨야 할 이유가 있다든지.. 뭔가 되게 심심한데 그때까지 놀이감 삼았던 일들이 괜시리 재미 없게 느껴지는 날이라든지..

혹은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아 혼자 거리를 거닐고 싶은 그런 날 말예요.

그럴 때 집을 나와 정처없이 걷다가 충동적으로 어떤 모르는 술집에 들어가 혼자 술을 마시는겁니다.

그렇게 들어간 술집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의도치 않았지만 듣고 있노라니 그중에 관심이 가는 무리(혹은 나처럼 홀로 마시고 있는)가 보이고 다가가 대화를 나누고 (혹은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오고) 뜻밖에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어 즐거워지거나 위로받거나 처음에 헝클어져 있던 생각이 정리되거나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거나 뭐 그런 일들이 생기는겁니다.

마치 죄와벌에서 라스콜리니코프와 마르멜라도프가 인연을 맺는 그런 장면이 연출이 되는거에요.

꼭 그렇게 심각한 인연만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아기 사진을 올리고 울 아기 이뻐요 ~ 하고 소통할 공간은 홍차넷 말고도 어느 곳에나 널렸고, 오히려 홍차넷보다 더 분명하게 그런 용도와 목적을 가진 커뮤니티는 따로 있을 겁니다. 그런데 달라요. 이곳은 뭔가 다릅니다.

저같은 경우는 스타 이야기를 하러 디시 스갤도 가고 pgr도 가고 와고도 가는데, 그런 커뮤니티보다 굳이 스타에 관심있는 유저 비중이 더 떨어지는 홍차넷에 와 스타 이야기를 합니다. 다른 사이트보다 조회수도 적을거고 댓글도 덜 달리지만 그래도 이곳에 이야기하는게 좋아요. 학교다닐때 반 친구들이 떼로 몰려 왁자지껄 스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내가 거기 가서 끼이기보다는, 스타에 대한 관심은 그저 그런, 구석에 조용히 앉아 생각에 잠긴 아이에게 다가가 저기, 어제 스타리그에서 말야.. 하고 말꺼내고 싶은 그런 마음. 그 아이는 금방 다른 화제로 말을 돌리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 아이에게 스타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 아이가 다른 화제를 꺼낸다면 나도 기꺼이 거기에 맞추어 대화하는게 즐거운 그런 마음. 그런 마음이 들게 만들어 주는 곳이 저에게는 홍차넷이에요. 스타로 치면 변방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찾아오고 싶은 곳.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내가 그 사람의 주된 관심사에 대해 변경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편하게 그 사람에게 관심 가져 줄수 있는 그런 곳.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오다가 예상치 못했던 일을 겪고 예상치 못했던 감동을 받고 예상치 못했던 인연을 만들어나가게 되는 곳.

그것이 저에게는 홍차넷입니다.

이거를 홍차넷의 정체성은 ㅇㅇㅇ다. 라고 뭐라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아무튼 이런 느낌
자체는 너무 확실하게 들기 때문에 정체성이 없다고는 저는 말 못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꽤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해 왔는데, 제 아이디가 해킹당해 제가 쓴 글들이 온 만방에 공개되게 된다.. 그럼 전 개망신을 당할겁니다. 별의별 쓰레기 같은 짓들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유일한 예외가 홍차넷이에요. 제가 여기서 쓴 모든 글들 누구에게 보여도 부끄럼 없습니다. 아 물론 사생활이 공개된다는 측면에서의 곤란함은 있지만 제 인성이나 숨겨진 악행 같은게 드러날 일은 없다는거죠. 제가 성숙해서 그런 활동을 해왔던게 아니라 홍차넷이 가진 이상한 강제성이 있어요. 아마 일베충 백명 유입되면 오십명 정도는 재미없다고 떠나고 오십명 정도는 교화? 될겁니다 ㅋ 저는 홍차넷의 그런 힘에 끌려요.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12-04 09:51)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41
  • 청정한 홍차넷은 추천
  • 운영진 공식추천글
  • 홍차넷 영원하라!
  • 노인정은 추천
  • 춫천
  • 사랑합니다
  • 괜시리 고맙네요
  • 지니가다가 추천합니다
  • 멋있는 글이에요!
  • 여기 들리면 매일 오가는 동네 커피집이 생각나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90 일상/생각자아비판 - 커뮤니티의 유혹 [7] epic852 18/02/09 852 18
589 게임최근에 한 어떤 게임의 후기 [18] 모선844 18/02/08 844 15
588 문화/예술사라진 세계, 우아한 유령(Vanished World, Graceful Ghost) [9] 하얀504 18/02/06 504 15
587 체육/스포츠2017-18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 단평 [11] 구밀복검632 18/02/04 632 13
586 일상/생각조카들과 어느 삼촌 이야기. [9] tannenbaum936 18/02/02 936 29
585 여행힐링이고 싶었던 제주 여행기 上 [12] 소라게700 18/01/31 700 23
584 문화/예술프사 그려드립니다. [72] 1일3똥1785 18/01/28 1785 24
583 체육/스포츠테니스를 araboza [22] 무더니1221 18/01/25 1221 18
582 과학국뽕론 [44] 기아트윈스1493 18/01/25 1493 36
581 일상/생각장모님을 떠나보내며 [18] 기쁨평안1005 18/01/23 1005 26
580 일상/생각포맷과 탄띠 [10] quip818 18/01/21 818 13
579 체육/스포츠미식축구 입문 : 오펜시브 코디네이터처럼 생각하기 (스압, 용량 많음) [10] Danial Plainview731 18/01/19 731 16
578 일상/생각이불킥하게 만드는 이야기. [28] HanaBi1516 18/01/16 1516 20
577 음악자장가의 공포 [81] 문학소녀 1704 18/01/15 1704 61
576 경제원전으로 보는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 [24] 소맥술사1344 18/01/10 1344 18
575 역사작전과 작전 사이 (1) - 이대도강 [1] 호타루574 18/01/09 574 12
574 문학내 것이 아닌 것에 낄낄대며 울기. 메도루마 슌, 물방울 [4] quip574 18/01/08 574 8
573 체육/스포츠잉글랜드 축구는 왜 자꾸 뻥뻥 차댈까요. [35] 기아트윈스1713 18/01/07 1713 10
572 역사무굴제국의 기원 [26] 기아트윈스1221 18/01/06 1221 23
571 일상/생각고3담임이 느낀 올해 입시 [19] 당당1597 18/01/04 1597 25
570 IT/컴퓨터정보 기술의 발달이 지식 근로자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추억 [11] 기쁨평안1193 18/01/03 1193 23
569 의료/건강타 커뮤에서 상처받은 이들이 홍차넷 탐라를 찾는 이유 [29] 소맥술사1951 18/01/03 1951 16
568 IT/컴퓨터아마존이 만든 사고를 역이용한 버거킹의 혁신적인 광고 [7] Leeka2383 17/12/29 2383 18
567 일상/생각할머니가 돌아가셨다. [7] SCV1054 17/12/28 1054 27
566 의료/건강완벽한 보건의료제도는 없다 ('완벽한 보건의료제도를 찾아서'를 읽고) [18] Erzenico1149 17/12/26 1149 2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