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12/07 12:51:50
Name   Toby
File #1   2017120708341958450_1512603259.jpg (32.7 KB), Download : 33
Subject   '옵션 열기'의 정체


오늘 아침에 '옵션열기'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었지요.

일단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옵션 열기'의 정체는 [네이버에서 자기 댓글을 복사해서 다른 뉴스 댓글에 붙여넣는 IE 사용자]입니다.




저는 옵션열기 이슈 관련 글을 보다가 해당 텍스트가 자신이 쓴 댓글을 복사할 때 붙어나오는 텍스트라는 얘기가 있어 궁금해서 확인을 해봤습니다.

네이버 뉴스 댓글 창을 열고 댓글을 하나 작성했지요.
마침 해당 뉴스가 트럼프 관련 뉴스여서 [트럼프는 또라이]라는 댓글을 작성해봤습니다.
그리고 댓글창의 HTML을 분석해봤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하는 일이 HTML 코드를 짜는 일이기 때문에 그 정체가 무엇인지 곧 알 수 있었습니다.

'옵션 열기'라는 텍스트의 정체는 바로 이겁니다.


자신이 쓴 댓글에만 나타나는 버튼이죠. 저 버튼을 누르면 수정, 삭제와 같은 글쓴이에게만 필요한 옵션 버튼이 나타납니다. (여기 홍차넷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있는 UI입니다.)





이런 텍스트가 들어가있는 것은 시각장애인을 위해서입니다. 일명 '대체 텍스트'라고 하는데요. 정안인(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텍스트이지만, 웹페이지의 내용을 소리로 읽어주는 스크린리더라는 장애인 보조도구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에게는 필요한 텍스트입니다.

HTML 코드를 열어보면 대체 텍스트가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내용을 복사할 때 앞에 '옵션 열기'가 붙는 이유는 쉽게 유추 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데스크탑에서 마우스를 사용해서 텍스트를 복사 할 때는 다음과 같은 방식을 사용합니다.


1번 위치에서 2번 위치로 마우스 드래그를 하는거지요.

이 방식은 정확한 위치를 잡기 위해 마우스 커서가 1번 위치에 도달 했을 때 속도를 줄이고 조준하는 시간이 걸리고, 2의 위치까지 이동하는 동선이 길어서 손목의 피로가 있습니다.



그래서 꽤 많은 분들이 다음과 같은 방식을 사용합니다.


3번의 위치에서 4번의 위치로 드래그 하면 3번의 여백 너비가 넓기 때문에 커서를 조준하기 위한 수고도 적고 커서의 이동 동선도 짧아 더 빠르고 덜 피로하게 복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많은 분들이 이런 방식으로 복사를 합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 복사를 하게 되면 옵션열기 버튼이 있는 위치가 포함이 되고, 그 결과 눈에 보이지 않던 대체 텍스트 내용이 함께 복사되는거지요.





테스트를 해보니 이 방식으로 드래그를 했을 때 크롬에서는 옵션 열기 텍스트만 포함이 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옵션 열기 앞에 있는 '댓글모음'이라는 텍스트가 함께 포함이 되어 '댓글모음 옵션 열기'가 되거나, 아니면 포함이 안되어 댓글 내용만 포함이 되는 결과가 됩니다. 파이어폭스에서도 '옵션 열기'만 복사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사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익스플로러. 우리의 IE만큼은 위의 방식으로 드래그 해서 복붙 했을 때 '옵션 열기'가 포함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IE 사용자들은 다 똥멍청이라서 두 눈을 똑똑히 뜨고도 이상한걸 못 느끼는가? 왜 '옵션 열기'라는 글자가 포함되어있음에도 그걸 안 지우고 그냥 올리는가. 하는 궁금증이 들 수 있습니다.
그것은 직접 IE에서 복사를 해보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IE에서 캡쳐한 화면입니다. 복사해서 붙여넣었지만 댓글 창에서 '옵션 열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측에 빨간 동그라미 부분을 보면 스크롤 화살표가 활성화 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화면 위로 넘어간 댓글 앞쪽 부분에 내용이 있는 것이지요.

화살표를 눌러 앞쪽 내용이 보이도록 스크롤 하면 아래와 같이 '옵션 열기'가 포함되어 붙여넣어진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즉 복사할 때 '옵션 열기'와 '트럼프는 또라이'라는 본문 내용 사이에 여러개의 줄바꿈 개행문자가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확인해본 결과 4줄의 공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백은 댓글 작성 버튼을 누르면, 댓글에서는 제거되어 '옵션 열기'와 '트럼프는 또라이'라는 내용이 한 줄로 붙어 보이게 됩니다.




이것이 제가 확인한 '옵션 열기'의 실체였습니다.

결국 옵션열기는 댓글부대의 흔적이다라는 확실한 증거는 아닌거지요.
하지만 옵션열기가 일반적인 사용자의 패턴과 다르게, 여러개의 뉴스 댓글에 동일한 댓글을 복붙하는 활동을 하는 유저들의 흔적임은 확실합니다.
그런면에서 보면 꼭 댓글부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댓글부대가 아니라는 증거도 없는거죠. 댓글부대일 가능성도 꽤 있구요.






다만 김어준이 추측했던 대로, [댓글부대에서 사용하는 전용 프로그램이 있다]라는 가설은 타당하지 않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이버에서 IE를 사용하여 옵션열기가 포함되는 패턴으로 복사하는 방식은, 수작업으로 댓글 작업을 하는 다양한 계층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남을 까는 페미니스트 들일 수도 있고, 빨갱이를 까는 일베유저들일 수도 있고, 자사 제품을 칭찬하는 바이럴 마케터들 일 수도 있고, 특정 이슈에 민감한 키배러 들일 수도 있지요.
그리고 [그런 실수를 하는 것이 컴퓨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일 것이다]라는 추측 역시 타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김어준을 좋아하기 때문에, 옵션열기라는 수상한 텍스트가 붙은 댓글이 많다는 것을 알린 공로는 인정을 해주고 싶네요.
댓글부대의 결정적 증거라는 추측은... '실패!'라고 말해주겠습니다.
증거는 증거인데 정황증거 밖에 안되니까요.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12-18 08:19)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37
  • 춫천
  • 댓글을 역추적할 수 있는 개발자 차냥해..
  • 댓글부대까진 아닐지 몰라도, 당시 열정적으로 하시던 분들이 Wall-E처럼 인터넷상 종북좌익세력들을 몰아내기 위한 일을 계속 하시는군요. 주인이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 실험정신에 추천
  • 추적자는 추천
  • 충성충성!!
  • 갑자기 토비님이 잘생겨 보인당.
  • 여윽시 홍차넷 운영자시다. 이곳이 이런 곳입니다. 여러분. 은둔고수들이 시간 때우면서 놀고 있는 그런 곳입니다.
  • 내일 아침 미니 인터뷰에서 뵙겠습니다.
  • 옵션 닫기는 왜 없습니까!!!
  • ㅊㅊㅊ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76 기타삶의 의미를 찾는 단계를 어떻게 벗어났냐면 8 골든햄스 24/03/14 955 19
1375 기타소수 사막은 얼마나 넓을까? 4 Jargon 24/03/06 878 4
1374 기타민자사업의 진행에 관해 6 서포트벡터 24/03/06 835 8
1373 기타노무사 잡론 13 당근매니아 24/03/04 1539 16
1372 기타2024 걸그룹 1/6 2 헬리제의우울 24/03/03 627 13
1371 기타소회와 계획 9 김비버 24/03/03 858 20
1370 기타터널을 나올 땐 터널을 잊어야 한다 20 골든햄스 24/02/27 1565 56
1369 정치/사회업무개시명령의 효력 및 수사대응전략 8 김비버 24/02/21 1401 16
1368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자율 축구'는 없다. 요르단 전으로 돌아보는 문제점들. 11 joel 24/02/19 955 8
1367 역사 AI를 따라가다 보면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된다. 4 코리몬테아스 24/02/18 1056 11
1366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빌드업 축구'는 없다. 우루과이전으로 돌아보는 벤투호의 빌드업. 13 joel 24/02/12 1330 30
1365 기타자율주행차와 트롤리 딜레마 9 서포트벡터 24/02/06 1187 7
1364 영화영화 A.I.(2001) 18 기아트윈스 24/02/06 1118 23
1363 정치/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2558 12
1362 기타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11 쉬군 24/02/01 2154 69
1361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4, 完) 6 양라곱 24/01/31 2816 37
1360 기타텃밭을 가꿉시다 20 바이엘(바이엘) 24/01/31 1002 10
1359 일상/생각한국사회에서의 예의바름이란 18 커피를줄이자 24/01/27 6534 3
1358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3) 17 양라곱 24/01/22 6162 22
1357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2) 17 양라곱 24/01/17 5693 14
1356 요리/음식수상한 가게들. 7 심해냉장고 24/01/17 1256 20
1355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1) 9 양라곱 24/01/15 2674 21
1354 기타저의 향수 방랑기 31 Mandarin 24/01/08 3296 2
1353 의료/건강환자의 자기결정권(autonomy)은 어디까지 일까? 7 경계인 24/01/06 1280 21
1352 역사정말 소동파가 만들었나? 동파육 이야기. 13 joel 24/01/01 1309 24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