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Date 18/01/23 17:45:06
Name   기쁨평안
Subject   장모님을 떠나보내며
(일부 기독교적인 표현들이 있습니다. 불편하신 분들은 뒤로가셔도 좋습니다.)

1월 17일에 장모님이 하나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아내와 대화도 나누면서 좋은 컨디션으로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들어가셨는데,
순식간에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넘어가시면서, 만 하루도 못되어 급하게 돌아가셨습니다.

창졸간에 일어난 일이라 우리 뿐만 아니라 처남내외 모두 황망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도 깊은 슬픔 속에 잠겨있는 아내에게 하늘의 위로가 있었습니다.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장례식장의 빈소 구조가 두 곳이 바로 붙어 있고 하나의 입구에서 갈라지게 되어있는데,
저희쪽 빈소 옆의 빈소에 저희의 어머니뻘 되는 상주분께서 아내에게 오셔서 누구보다도 뜨겁게 아내를 안아주고 기도해주신 일도 있었어요.
같이 흐느껴 울어주면서 15분간 같이 위로를 해주셔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인가?' 했었는데 생전 처음보는 분이었던 것이죠.

장모님이 위독한 순간에, 그리고 의사의 사망선고 이후 처리 절차 시간동안에 아내는 병원 지하 텅 빈 예배당 속에서
혼자 하나님께 많은 탄식과 원망을 쏟아내었었는데, 그 때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던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응답이 이분의 기도 속에 녹아나와
아내가 참 많이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모든 내용을 다 옮기기는 어렵지만 많은 분들의 위로와 기도가 있었지요.

입관예배때 마주하게 된 장모님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안하고 행복해보이셨습니다.
사실 우리 부부만 아는 표정인데, 우리 아이 그러니까 외손주를 안고 계실 때마다 보이던 그 표정이셨습니다.
그 사실을 서로 확인하며 다시 한번 위로가 되었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소망은 이 땅에서의 삶이 끝이 아니라 죽음 이후의 또다른 영원한 삶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곳에서, 더이상 아픔과 슬픔과 애통함이 없는 그 좋은 나라에서 다시 만날 것을 소망하며, 슬픔을 이겨내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십여년 전, 오랜 시간 투병하던 남편을 여의고,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두 자녀를 둔, 몸과 마음이 모두 쇠약했던 한 여인을
하나님께서는 붙잡아주시고, 하나씩 회복을 시켜주셨습니다.

그 다음해에 큰 딸이 (저와) 결혼을 하고, 다음 해에 아들이 결혼하고, 그 다음해에 첫 외손녀가, 그 다음해에는 둘째 외손녀가,
그 다음해에는 손자가 태어나면서 죽음과 어둠이 가득했던 가문에 생명과 회복이 채워졌습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는 순간 속에서도 하나님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장모님을 돌보셨고,
원수의 바로 눈 앞에서 주님은 장모님에게 잔치를 베푸셨습니다.

돌이켜보면 마지막 시간들이었던 기간 동안 하나님은 장모님께서 겪으신 삶의 주름진 굴곡들을 하나하나 친히 펴주시고,
모든 어려움들과 깨어진 관계들을 회복시켜주신 뒤, 긴 고통없이 하늘로 가셨지요.
비록 중간에 어렵고 힘든 과정은 있었지만, 결말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두시간짜리 영화를 보고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시는 것처럼.

그동안 고생하셨다고, 이제는 걱정 마시라고, 저희들 행복하게 잘 살겠다고, 장모님이 그토록 사랑하셨던 아이들 정말 잘 키우겠다고,
항상 기억하겠다고.... 좀 더 싹싹한 사위가 되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그렇게 마지막 고백들을 쏟아내고,
아이들에게 스피커폰으로 연결하여 마지막 목소리를 들려드리자 장모님의 감긴 눈에서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리더군요.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계 21:3~4)

* 질게에 올린 글과 타임라인에 올린 글에서 마음을 써주신 모든 분들께 이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2-05 08:48)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6
  • 하늘의 위로를 전합니다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명복을 빕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90 일상/생각자아비판 - 커뮤니티의 유혹 [7] epic837 18/02/09 837 18
589 게임최근에 한 어떤 게임의 후기 [18] 모선828 18/02/08 828 15
588 문화/예술사라진 세계, 우아한 유령(Vanished World, Graceful Ghost) [9] 하얀499 18/02/06 499 15
587 체육/스포츠2017-18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 단평 [11] + 구밀복검626 18/02/04 626 13
586 일상/생각조카들과 어느 삼촌 이야기. [9] tannenbaum926 18/02/02 926 29
585 여행힐링이고 싶었던 제주 여행기 上 [12] 소라게692 18/01/31 692 23
584 문화/예술프사 그려드립니다. [72] 1일3똥1778 18/01/28 1778 24
583 체육/스포츠테니스를 araboza [22] 무더니1213 18/01/25 1213 18
582 과학국뽕론 [44] 기아트윈스1485 18/01/25 1485 36
581 일상/생각장모님을 떠나보내며 [18] 기쁨평안999 18/01/23 999 26
580 일상/생각포맷과 탄띠 [10] quip810 18/01/21 810 13
579 체육/스포츠미식축구 입문 : 오펜시브 코디네이터처럼 생각하기 (스압, 용량 많음) [10] Danial Plainview725 18/01/19 725 16
578 일상/생각이불킥하게 만드는 이야기. [28] HanaBi1512 18/01/16 1512 20
577 음악자장가의 공포 [81] 문학소녀 1699 18/01/15 1699 61
576 경제원전으로 보는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 [24] 소맥술사1338 18/01/10 1338 18
575 역사작전과 작전 사이 (1) - 이대도강 [1] 호타루565 18/01/09 565 12
574 문학내 것이 아닌 것에 낄낄대며 울기. 메도루마 슌, 물방울 [4] quip574 18/01/08 574 8
573 체육/스포츠잉글랜드 축구는 왜 자꾸 뻥뻥 차댈까요. [35] 기아트윈스1709 18/01/07 1709 10
572 역사무굴제국의 기원 [26] 기아트윈스1221 18/01/06 1221 23
571 일상/생각고3담임이 느낀 올해 입시 [19] 당당1592 18/01/04 1592 25
570 IT/컴퓨터정보 기술의 발달이 지식 근로자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추억 [11] 기쁨평안1191 18/01/03 1191 23
569 의료/건강타 커뮤에서 상처받은 이들이 홍차넷 탐라를 찾는 이유 [29] 소맥술사1945 18/01/03 1945 16
568 IT/컴퓨터아마존이 만든 사고를 역이용한 버거킹의 혁신적인 광고 [7] Leeka2379 17/12/29 2379 18
567 일상/생각할머니가 돌아가셨다. [7] SCV1049 17/12/28 1049 27
566 의료/건강완벽한 보건의료제도는 없다 ('완벽한 보건의료제도를 찾아서'를 읽고) [18] Erzenico1143 17/12/26 1143 2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