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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6/08 12:34:25
Name   호라타래
Subject   다문화와 교육 -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1. 다문화란 뭔가요?

'다문화'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신문을 검색하면 다문화 가족, 다문화 정책, 다문화 자녀 등등의 용어들이 눈에 들어와요. 언론에서 일컫는 '다문화'는 한국인 남성 배우자와 외국인 여성 배우자로 이루어진 이주배경 가정, 그리고 그들의 자녀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논의는 2000년대 이후 부각되었다고 해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이주해오면서 한국사회의 인구학적 변화가 야기되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다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요.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단/장기로 체류하는, 혹은 귀화하여 한국 사회로 한 걸음 더 진입하는 외국인의 증가는 어느 날 짠하고 등장한 것으로 읽기는 곤란해요. 국경 관리, 그 중에서도 외국인의 유입은 국가가 강력하게 통제하는 영역이거든요. 

국가는 누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결정해요. '외국인 저숙련 노동자들은 귀화 신청하지 못하도록 체류 기간을 제한해야겠다'. 이를 저숙련노동자들에 대한 단기순환정책이라 불러요. 나름의 계산에 따라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이지요. 미등록 장기체류 외국인(흔히 불법체류자라 부르기도 하지요)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언제나 마음처럼 되지는 않지만요.

반대로 국제결혼이주자들에게는 호의적인 편이예요. 인구 감소에 대한 정부, 언론의 걱정을 연결해서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을 떠올리셔도 되고요. 초창기 국제결혼중개는 그 참혹한 실상 때문에 여성 인신매매(trafficking)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어요. 물론 한국으로의 이주를 목표로 위장결혼을 하는 사례도 분명 있었고요. 지금은 농촌 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국제결혼을 통해 형성된 가정의 수가 많아졌고, 국제결혼 경로가 변화하여 초창기 부각되던 문제는 완화되었어요. 

한국에서 장기체류/귀화하는 외국인의 수가 늘어나고, 이주배경자녀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겨요. 오랫동안 한국 사회와 국가는 자신들을 '단일 민족'이라 칭했거든요. 단군신화를 뿌리로 하는 5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단일민족. 이 관점도 자세히 뜯어보면 어폐가 있지만, 언어가 다르고 생김새도 달라보이는 사람들이 일단은 '한국 사람'이 되는 거거든요. 국적을 지니지 않더라도, 생활영역을 공유하는 외국인들의 수도 많아지고요. 

'다문화'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배경에서 발전했어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문화'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국제결혼가정과 그 자녀들만이 '다문화'로 인식되는 것도 마찬가지의 배경을 지녀요. 역설적으로 '다문화'에 대한 한국 정부와 사회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다문화'에 대한 반감이 생겨나기도 해요. 다문화 사회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관계없이 평등하게 더불어 가는 사회'(이민경, 2011)라는 가치지향적인 관점을 지녀요. 하지만 정작 '다문화'는 이주배경가정과 그 자녀들은 분리하고 낙인찍는 용어로 쓰이게 되었지요. 이주배경인구 내부의 다양성이 무시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다문화'라는 용어를 특정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지 않을 것을 제안해요.

그렇다면 아예 다문화(multi-culture)라는 용어를 생각해봐요. 문자 그대로 보자면 여러가지(multi) 문화(culture)지요. 문화(culture)는 너무나도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인데, 일단은 고등학교 사회문화 시간에도 배우는 '인간 집단의 생활양식의 총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 볼게요. 생활양식이 도대체 무엇인가도 어려운 이야기지만, 인간 집단이 지니는 생활 양식도 매우 다양하잖아요. 위에서 언급했던 외국인 혹은 이주배경인구들이 정주민이었던 한국인들과 다른 생활양식을 지닌다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부각되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표출되는 젠더 이슈를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젠더로서의 남성과 여성은 다른 문화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금수저/흙수저라는 구분에서 드러나는, 경제적으로 대별되는 집단 간 문화 차이는 어떨까요?

다인종, 다민족 사회가 아닌 '다문화 사회'라는 말은 훨씬 넒은 의미가 담겨있어요. 한국에서 '다문화' 논의가 부각된 맥락이 이민을 중심으로 하기에 아직까지는 젠더나, 장애 이슈는 '다문화'와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치부되기는 해요. 하지만 미국에서 다문화 논의는 흑인 민권 운동과 여성 운동을 따라서 형성되었고, 이후에 새로운 이민자1), 장애에 대한 논의도 이어져요. 한국의 '다문화'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볼 때 후발적인 현상이고, 해외의 논의들을 받아들이지만 한국의 독특한 맥락과 꼭 일치하지는 않지요. 그렇다고 해서 '다문화'를 꼭 이주로만 한정해서 바라볼 필요는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에서 이주 현상이 매우 강력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고, 대부분의 국가가 다루어야 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다문화 논의와 이주의 관계는 특히 밀접하다 할 수 있겠네요.

2. 다문화교육이란 뭔가요? 한국의 다문화 교육은 어떤가요?

뱅크스(Banks, 2001)라는 학자에 따르면 다문화 교육은 평등을 위한 교육이에요(An idea, an educational reform movement, and a process whose major goal is to change the structure of educational institutions so that male and female students, exceptional students, and students who are members of diverse racial, ethnic, language, and cultural groups will have an equal chance to achieve academically in school)(Banks & Banks, 2001).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실질적으로 동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어내기 위한 사상, 교육 개혁 운동, 과정이지요. 

실제 서구에서 사용하는 다문화 교육의 개념이나 용어 등은 조금씩 달라요. 그렇지만 어떠한 정책적 기조를 내세우든지 간에 실천적인 측면에서는 비슷하게 수렴하는 경우가 많아요(이민경, 2008). 프랑스는 공화국이 이룩해 온 정치적 합의를 벗어나는 개별 집단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해요. 캐나다는 (지금은 공식적으로 다문화주의를 철회했지만) 개별 집단의 특수성을 폭넓게 인정하지요. 하지만 각자 전면에 내세우는 기조 뿐만 아니라, 보완적인 정책들도 병행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원칙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자면, 다문화교육에서 담아내야 하는 요소는 다음의 다섯 가지에요(Banks, 2008)

1) 편견 줄이기(Prejudice Reduction): 다양한 민족, 인종, 문화적 그룹 사이의 편견을 줄이는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
2) 지식 구성 과정 이해(The Knowledge Construction Process): 학생들이 지식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이해하게 하여 문화적 틀을 이해하게 하는 것
3) 내용 통합(Content Integration): 교사가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사용하여 문화적 다양성을 통합적으로 제시하는 것
4) 공평한 교수법(An Equity Pedagogy): 아이들의 배움에 적합한 다양한 교수법을 사용하여 이질적인 배경을 가진 아이들의 균등한 학업성취를 돕는 교수법을 개발하는 것
5) 학생 역량 강화를 위한 학교 문화와 사회 구조(An Empowering School Culture and Social Structure): 다양한 민족, 인종, 문화적 그룹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파워를 균등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균등하고 정의로운 학교문화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

주목해야 할 것은 다문화교육의 대상은 이주민,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 뿐만 아니라, 흔히 '일반'이라고 생각하는 다수자들까지 포함한다는 것이에요. 소수자에 대한 교육적 지원과 배려로는 한계가 있어요. 다수와 소수의 경계는 언제나 동일하지 않지만, '다수자'들이 지닌 인식의 문제를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지요.

다문화교육은 '사회', '영어'와 같은 개별 분과라기 보다는 교육과정이나, 교수법에 반영되는 지침과 철학에 가까워요. 뒤집어 말하자면 각 학교, 지역 사회, 개별 사회가 처해있는 구체적인 맥락에 따라 실천적인 내용이 달라져야 해요. 

한국의 다문화교육을 살펴봅시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의 다문화 교육은 주로 이주배경인구의 자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요. 이 중 대다수는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 출신 어머니를 둔 '국제결혼자녀'였어요. 현재 이러한 배경을 지닌 인구는 대다수가 초등학교 미만이에요. 물론 국제결혼이주의 역사도 20년이 넘었기에 일부는 대학에 진입했어요. 어머니가 한국으로 재혼을 하고, 그 전혼(前婚) 자녀가 따라온 경우(중도입국자녀라 칭합니다) 중~고등학생 나이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다수의 이주배경학생들이 초등학교 이하의 국제결혼자녀이기에 정책도, 연구도 여기에 집중되어 있었지요.

이러한 편향성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겪고 있는 어려움의 크기로 보았을 때, '국제결혼자녀'들보다는 '이주노동자 자녀'나 '중도입국자녀'들이 정책적 관여의 필요성이 더 크기 때문이에요. 특히 언어능력으로만 보자면 '국제결혼자녀'들의 대다수는 한국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어요. 애초부터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데다가, 결혼이주자 어머니들 중 많은 수가 차별의 가능성을 의식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한국어를 강조하기도 했거든요. 

한국 교육문화와 구조를 함께 고려하지 않은 채 '다문화 교육'을 독자적인 영역으로 간주한다는 비판도 있어요. 한국교육의 경쟁적이고, 위계적인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는 초등학교 시기에 연구가 집중되었기 때문이라 볼 수도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비판에 상당히 동의하는 편이에요. 결국은 같은 한국 사회와 교육의 자장 아래 놓여있으니까요. 앞서 짚었듯이 다문화 교육은 '이주배경인구의 자녀'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라 보아서는 안 되고요. 중학교 이상 자녀들에 대한 연구들이 이어진다면 한국 교육의 구조들과 보다 선명하게 접합하는 문제들을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시혜적이고 온정적이라는 비판도 존재해요. 이러한 비판은 한국 정부의 다문화 정책 전반에 적용되는 비판이지요. 여성 결혼이민자들에게 지원이 집중되는데, '김장 담그기' 행사와 같은 이벤트성의 행사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자녀들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로 '놀이공원 체험'과 같은 이벤트적 성격이 많았지요. 최근에는 중장기적인 효과를 노리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있고, 그 효과성을 측정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뱅크스가 제시한 형태의 다문화교육이 온전히 실행된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입시라는 과업을 중심으로 초, 중, 고 교육이 작동되는 양상도 고려해야 하고, 개별 지역사회와 학교의 맥락까지 고려하여 이러한 철학을 녹여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기도 해요. 기존에 몇몇 학교에서 실시되던 세계시민교육이나, 문화다양성 교육이 다문화교육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나열한 교육들도 한국 학교에서는 일반적이라 보기 힘들지요.

3.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다문화교육은 어떤가요?

개별 사회가 처한 맥락에 주목해야 해요. 처음에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담론이 부상한 맥락을 개략적으로 풀었고, 동시의 미국의 역사도 살짝 언급했어요. 한국은 들어오는 이민(immigration)이 매우 제한되었던 사회이고, 미국은 애초부터 이민자들이 건설한 국가예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여러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라는 이야기는 있지만, 그 역사적 배경은 제국주의와 식민지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동남아시아의 말레이 반도 남부(싱가포르까지 이어지는)를 제국주의 시대 때 지배했던 국가는 영국이라 해요. 많은 식민지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영국은 식민지를 원활하게 통치하기 위해 분할통치(divide and rule) 원칙을 이용합니다. 말레이반도에서 살던 정주민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외부에서 이민으로 데려온 중국, 인도인들을 각기 다르게 대우하여 분열을 조장했지요. 영국의 뒤를 이어 이 지역을 지배한 일본도 마찬가지였고요.

2차대전 종결 이후 영국이 다시 말레이 남부에 영향력을 끼치고자 하자 사람들은 반발합니다. 분할통치의 유산으로 서로 간 간극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 정주민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왔던 이주배경인구들도 함께 독립을 기획하지요. 그 결과 독립에 성공한 말라야 연방에서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는 모두 공동체의 일부로 편입됩니다.

하지만 식민 시기에 분할 통치를 통해 뿌려진 갈등의 씨앗은 쉽게 사라질 수가 없었어요. 다수인 말레이계가 정치적인 권력을 장악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권력은 상대적으로 소수인 중국계가 장악하고 있었어요. 인도계는 직접적인 갈등에서 벗어나는 전문직에 다수 자리잡고 있었고요. 말레이계는 자신들이 장악한 정치적인 권력을 통해 '말레이시아인'을 어떻게 형성할지를 고민해요. 그리고 말레이계를 중심에 놓지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각자의 종교적 자유는 보장하지만 국교는 이슬람교로 지정하고, 모든 사람들은 종교를 지녀야 한다는 식이지요(양승윤, 2008). 

결국 중국계가 다수였던 싱가포르는 연방이 추진하는 말레이 인종 우선 정책에 반대하여 독립을 택해요(싱가포르가 말라야 연방으로부터의 독립을 원치 않았다는 의견도 있던데, 이 점은 잘 모르겠어요. 레퍼런스를 확인하면 추가하도록 할게요). 당시 말레이반도 남부의 경제적인 축은 현재 말레이시아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와, 남부의 무역도시 싱가포르였거든요. 하지만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와는 다른 방식을 따릅니다. 독립 당시 싱가포르를 구성하고 있던 인종의 비율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각자의 문화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요. 이를 CMIO(Chinese, Malay, Indian, Others) 시스템이라 부르지요(Noor & Leong, 2013).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을 학자 고(Goh, 2008)은 식민지적 다원주의에서 후기식민적 다문화주의로(From Colonial Pluralism to Postcolonial Multiculturalism)라고 표현해요. 식민지 통치자들이 다원주의적 모델(pluralist model)에 따라 간섭한 지역 사회, 그리고 조직해 둔 사회적 경제가 독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서로 다른 다문화 사회 모델을 채택했다는 것이지요. 식민지 통치자들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종(race) 개념에 대한 당대의 신화까지도 연결해야 하지만 일단 이 글에서는 넘어갈게요 ㅇ_ㅇ;

말레이시아는 이후에도 말레이계의 우위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요. 특히 1969년 5월 13일에 발생한 종족 폭동(racial riot)은 큰 계기였어요. 여전한 중국계의 경제적 우위 때문에, 말레이계는 정치적 주도권을 상실하리라는 두려움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것이 폭발했지요. 그 결과 말레이시아 정부는 부미푸트라(bumiputera; 땅의 자손)라 불리는 말레이계에 대한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을 더욱 강화합니다. 1971년 발표한 신경제정책(NEP)는 부미푸트라들의 경제적인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요. 말레이계와 토착 원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공직 자동임용, 대학 입학 할당제와 무료 외국유학, 정부대출과 저축을 포함한 금융지원, 외국계 기업에서의 우대 채용 등등이 그 골자예요(염철현, 2014). 

교육은 그 핵심 내용이였어요. 경제 분야를 장악한 중국계는 교육에 대한 열의가 컸는데, 중국계가 계속해서 엘리트를 재생산한다면 미래에도 중국계의 우위가 계속되리라는 논리가 컸어요. 때문에 고등교육, 엘리트 교육 분야에서 정부는 말레이계에 대한 우대를 유지해요. 말하자면 부미푸트라가 아닌 중국, 인도계는 차별을 받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많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은 해외 유학을 택하게 됩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다문화인가? 싶은 생각도 들텐데, 말레이시아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은 국민통합이예요. 다른 말로 하자면 '말레이시아의 주요 과제는 국민 형성(Nation building)'이었고요(황인원·김형종·김지훈, 2012). 그 결과 경쟁관계에 따른 이질감은 상존하지만, 주요 세 종족2)집단이 서로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의 문화적 전통을 존중해야 한다는 폭넓은 공감대는 존재한다고 하네요(양승윤, 2008) 이슬람 교도인 말레이계가 이슬람 종교교육을 받는 동안, 이슬람 교도가 아닌 외래 종족들은 도덕과목을 받아요. 말레이의 이슬람들은 다종족 문화에 기반하기에 여타의 이슬람 국가가 지니는 보수적 성향이 상대적으로 적어 정체성 교육과 세계화 교육을 동시에 강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고요. 국어는 말레이어지만, 영어를 공용어로 활용하는 것도 만다린(Mandarin), 타밀(Tamil)어를 유지하는 서로 다른 집단들이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했어요. 그 외에 집단 간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학교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비전 학교(Vison School; Sekola Wawasan)의 설립, 과학과 수학 영어 수업을 들 수도 있지요(이윤정, 2014).

싱가포르로 넘어가보지요.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보다 각 집단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친 까닭은 독립 자체가 말레이시아의 차별에 대한 반대이기도 했지만, 주변 국가들의 주요 구성원이 말레이계이기에 차별이 자행될 경우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주변 국가들과의 갈등을 감당하기란 여의치 않아서기도 했어요(최무현, 2009). 싱가포르가 내세운 방침은 철저한 실력주의(meritocracy)였지요. 모두가 영어를 익히는 이중언어 정책을 공식적으로 내세우고, 언어 능력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모든 학생들의 학업 경로를 조율하는 방식이였어요. 싱가포르의 경제적 구조는 인적 자본이 중심이기 때문에, 엘리트 교육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지요. 이러한 관점에서 싱가포르는 국민 형성보다 국가 형성(state-building)이 더욱 절실했다(황인원·김형종·김지훈, 2012)고 할 수 있습니다. 배려, 다양성, 유연성과 같은 다문화교육의 요소들조차도, 거시적으로 볼 때는 국가 발전과 사회 통합이라는 상위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으로 보았다는 것이지요.

표면적으로 잘 조율되어 보이는 싱가포르의 '다문화주의' 내에도 갈등 요소는 존재합니다. 분화된 학업 경로에 따라 교육의 내용은 크게 달라져요. 다문화 교육은 지식에 대한 교육이라기 보다는 태도와 행동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교육인데, 싱가포르에서는 시민의 역할을 세 가지로 분리하고3) 오직 엘리트들만 민주적 계몽이나 정치적 관여를 촉진하는 시민교육을 받지요(Ho, 2012). 이는 싱가포르가 기술관료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시민사회 영역은 억압해 온 것과 무관하지 않아요. 싱가포르 교사들에 대한 인터뷰를 보면(Alviar-Martin & Ho, 2011) 싱가포르 교사들 사이에서 국가가 내세우는 방침과 이상, 그리고 실제 현실 상에서 드러나는 차별에 대한 혼란이 느껴져요. 국가가 내세우는 CMIO의 집단 구분은 결국 인위적인 구분이라 모든 학생들을 나눌 수가 없고, 언어 능력을 중시하는 시험 위주의 '능력주의'가 저소득 계층을 소외시키며, 정치적 안정성을 위해 대안적인 시각을 꺼리는 싱가포르의 방침이 다문화교육에 적합한지를 질문할 수도 있지요. 싱가포르의 이중언어능력에 대한 환상은 한국에도 꽤나 폭넓게 존재해요. 하지만 그 결과를 함부로 판단하기란 힘들어요.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영어 능력에 차이가 생겨나고, 이 영어 능력 차이가 다시 사회경제적 차이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거든요(Kim, 2012). 특히 말레이계와 중국계의 경제적 격차가 두드러져요(Noor & Leong, 2013).

4. 나가며: 앞으로는?

간략하게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상황을 짚었지만 서술하지 않은 내용도 많아요. '국민'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지만,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경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 더더욱 큰 -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태도의 문제는 중요하지요. 또한 눈치채셨겠지만 학문적인 논의에서의 다문화교육과, 실제 각 사회에서 시행하는 다문화교육 사이의 간극은 상당해요. 하지만 각국 다문화교육의 우열을 비교한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에요. 서로 다른 맥락에서 비롯된 결과를 어떻게 우열의 문제로 쉽게 판단할 수 있겠어요.

다만 '맥락'에 주목하자면 향후에 어떠한 문제가 부각될지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을 듯해요. 말레이시아의 경우 이전의 에스닉 집단 간 차이보다는 집단 내 차이가 부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경제정책의 적극적 우대조치의 과실을 향유하는 것은 부미푸트라 중 상위 몇 %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 상류층들의 도덕적 타락을 비판하는 움직임도 있고요(Noor & Leong, 2013). 2017년 이후 말레이시아는 그간 세속화(secularization)를 강조하던 정치세력(UMNO)와, 탈세속화를 강조하는 정치세력(PAS)의 정치적인 협력이 일어났어요(김형종·홍석준, 2018). '정치적 이슬람'의 부각이 향후 말레이시아의 다문화 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생각해볼 만한 문제지요.

싱가포르는 포스트 리콴유 시대를 맞이했어요. 첫 여성대통령이 탄생했지만, 이는 사회 평등과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관점이라기 보다는 집권당(인민행동당, PAP)의 정치적 정당성 재창출을 위한 설계라는 시각이 크지요. 그 과정이 '다인종주의'와 '능력주의'를 내세웠던 PAP의 태도와 모순된다는 비판도 존재하고요. 하지만 말레이계이자, 여성이라는 이중 약자인 할리마 야콥 대통령의 당선을 싱가포르가 보다 차별 없는 사회로 나아간다는 신호로 읽을 수도 있어요. 2016년에 단행된 교육 정책 변화는 어린 청소년들의 다양한 적성과 재능을 평가할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갔다고도 하지요(강윤희·최안아, 2018) 그 실제적인 내용들을 확인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일 거예요.


1) 미국은 1965년도까지 인종/국적에 따른 이주민 쿼터가 있었거든요. 쿼터제가 폐지된 후 들어온 사람들을 '새로운 이민자'라 부릅니다. 아시아계의 증가도 이 이후지요.
2) 생물학적 요소가 강조되는 종족보다는, 문화/사회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에스닉(ethnic) 집단이 더 적절해하다 느껴요. 여기서는 인용한 논문들의 표현을 그대로 씁니다.
3) 1] elite cosmopolitan leaders 2] globally-oriented but locally-rooted mid-level executives and workers and 3] local ‘heartlander’ followers.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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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차넷의 보배인데스
  • 선추후독
  • 논문 잘 읽고 합니다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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