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Date 18/08/28 13:37:44
Name   烏鳳
Subject   의느님 홍차클러님들을 위한 TMI글 - 아나필락시스 사망사건과 민사소송
* 원래 의느님 친구가 페이스북에 공유한 글을 보고 제 페이스북에 게시하였던 글입니다.
그런데 탐라에 이 문제를 언급하신 홍차클러 분이 계시더라구요.
https://redtea.kr/?b=31&n=118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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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월도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어제 제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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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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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부X친구 닥터의 담벼락에 공유된 글을 읽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게 그 가정의학과 선생님 입장에서는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겠으나, 소송을 수행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정말 당연한 소송 전략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언플 같은 걸로 보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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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가급적 이해하시기 쉽게 적겠습니다. 다만, 계속된 고진선처로 시간이 여의치 않은 쌤들이 계시다면, 말미에 세 줄 요약만 참고하셔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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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동불법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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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행위의 법적인 개념은
(1) 고의 또는 과실(실수)에 의한
(2) 위법한 행위가 있었는데
(3) 이 위법한 행위 때문에(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미합니다.)
(4) 피해를 입은 자가 있을 때 에 불법행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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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불법행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2) 에서의 위법한 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여러 명일 때를 의미합니다. 혹은 여러 명 중에 누구의 행위로 피해가 발생했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도 논하여지는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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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소송에서 공동불법행위는 여러 쌤들의 연속된, 혹은 공동의 진료끝에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한 상해(부상)의 결과가 발생했을 때 이야기됩니다. 예를 들어, 의사 A가 마취를 했고, 의사 B, C가 집도를 했으며, 의사 D가 추후 처치 및 회복을 담당한 경우를 생각해보죠. 그런데 이 환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후유증이 남았습니다. 의료과실이 있던 것으로 보이는데, 누가 실수한 것인지는 애매한 경우를 상정해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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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럴 때 환자 쪽 변호사는 의사 A, B, C, D를 상대로 한 번에 소송을 냅니다.(물론 보통 이런 경우엔 A, B, C, D가 소속된 병원을 상대로 내는 게 일반적입니다. 다만, 이번 케이스는 둘 이상의 의원 의사들이 모두 엮여있으니 개별 의사/한의사 모두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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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입증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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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 중 누군가가 실수를 한 건 분명한데, 환자가 왜 의사 넷을 모두 엮어서 소송을 내느냐면, 법률상의 입증책임(또는 증명책임이라고도 합니다.)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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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때, 피해자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한 행위가 있었음을 법원에 증명할 책임을 집니다. 의료소송에서, 환자가 이 증명에 실패한다면, 소송은 환자 측의 패소로 끝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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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수술방에서 마취되어 있던 환자가 의사 누가 실수한 건지, 아니면 정말 실수가 있긴 했던 것인지를 알 수 있을리 없죠. 진료기록을 손에 넣더라도, 라틴어와 의학용어들이 난무하는 기록지를 쉽게 해독할 수도 없을테고요. 게다가 당연히 의사들 쪽 변호사는 이렇게 반박할 겁니다. 네 명의 의사 모두 적절한 처치를 하였으므로, 그 후유증은 의료과실이 아니다!!! 라고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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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원칙적으로 의료소송은 환자 측의 백전 백패가 될 겁니다. 때문에 대한민국 대법원은 의료소송을 비롯한 일부 소송에서 환자 측의 입증책임을 경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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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인즉, 환자의 피해사실에 관하여 의료행위(내지 의료과실)외의 다른 문제(체질 상의 문제가 있었단 걸 환자 자신이 잘 알고 있으면서 의사에게 알리지 않았다든가.. 이런 경우를 말합니다.) 가 없었다는 것만 증명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환자측에서, 환자에게 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것만 증명해 낸다면 기본적으로 의료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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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이제부터는 의사 A, B, C, D사이에서... 서로 살아남기 위한 배틀로얄이 시작됩니다. A선생이 그 때 술에 꼴아서 환자 상태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고 확 마취제를 끼얹었다든가, B선생이 수술하다 졸았다거나, C선생이 수전증이 있다거나, D선생이 그 때 여친이랑 데이트한다고 환자 버리고 퇴근했다거나.. 기타 등등. 내 실수가 아니라, 다른 사람 실수였다고 손가락질을 해야만 빠져나올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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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환자 입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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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A의사, B의사 모두로부터 진료를 받은 환자가 있는데, 사고가 터졌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가 평소 A의사와 친분이 좀 있어서.. A쌤이 실수했을리 없어! 하면서 B에게만 소송을 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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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라? 소송과정에서 살펴보니, 여기서 B의 실수는 없었던 것 같은 겁니다. 거기에 덧붙여, A쌤이 바쁘다는 이유로, 내지는 법정까지 가서 B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고 싶지는 않다는 이유로 환자 측에서 증언해주는 걸 거절해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B와의 소송에서 환자는 당연히 지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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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심정적으로.. 환자는 A가 실수한 것 같다.. 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다시 A에게 2차 소송을 냈습니다. 어라? 그런데 A도 실수가 없는 것 같은 겁니다. 이미 있었던 소송에서 마음이 상하신 B쌤도 환자 측에서 증언하는 것을 거절하겠지요? 환자 입장에선 난감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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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보통 이처럼 여러 의사에게서 진료 또는 처치를 받았는데.. 누가 실수한 건지 잘 모르겠는.. 그런 케이스라면, 환자는 소송을 한 번에 A, B 모두를 상대로 냅니다. 왜냐구요? #2 에서 설명한 의사들끼리의 생존경쟁 내지 이전투구를 기대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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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실수가 아닙니다. 쟤가 실수했어요." 하는 진흙탕 싸움을 기대하는 것이죠. 즉, 한 사람만 상대로 소송을 걸면, 다른 쪽이 증언을 회피해버릴 수 있는데, 둘 모두에게 소송을 걸면, 둘 모두 각자 살아남기 위해 다른 의사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꼬투리를 잡힌 쪽이 뒤집어 쓰게 되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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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적절하게 진료하신 의사쌤 입장에서는 '난 실수하지 않았는데 왜 법정까지 가야하나. 억울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환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손배책임을 쉽게 인정받기 위한 당연한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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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번 아나필락시스 사망사건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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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저야 신문에 났던 사고 기사만을 읽었을 뿐, 정확한 사건 기록이나 자료를 접해보지 못하였으므로, 한계가 있습니다. 한의사가 봉침 시술을 했고, 가정의학과 쌤이 응급진료를 한 것으로 알고 있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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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 전제에서라면 가정의학과 쌤의 의료과실이 있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쇼크로 인한 응급상황이 왔는데, 그 상황에서 그 쌤이 무언가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것 같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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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족 입장에서는 그게 아닐 수 있습니다. 쇼크가 왔을 때더라도, 가정의학과 쌤이 적절한 응급처치만 했어도 살 수 있었는데, 가정의학과 쌤이 뭔가 실수해서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가 사망한 것 아닌가.. 이렇게 의심해 볼 수도 있거든요. 직접적인 쇼크의 원인제공이야 한의사가 하였더라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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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유족 입장에서는 당연히 일단 둘 다 거는 겁니다. 위에 #3 에서 말씀드린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의사와 한의사 사이의 배틀로얄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만에 하나라도, 유족들이 한의사에게만 소송을 걸었다가.... 판결문에서 한의사 측의 의료과실은 인정되나, 그게 환자가 죽음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으므로 배상액을 제한한다... 이런 식의 판결을 받는 걸 원할 리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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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 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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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자는 누구 실수인지 모를 땐 관련 진료의 모두에게 소송을 건다.
(2) 소송과정에서 환자 측의 입증책임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
(3) 또, 관련 진료의 전원이 아니라 한 쪽에게만 소송을 걸었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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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 탐라 기사를 보고 덧붙임.

유족 측 변호사의 주장에 따른다면,
가정의학과 쌤에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 가정의학과 쌤이 에피네플린을 챙기지 않았다...는 부분 같은데요.
글쎄요. 그 쌤이 에피네플린을 정말 챙겼는지,
챙기지 않았더라도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의심되는 상황임을 정확하게 한의사가 고지했었는지,
뭐 기타 등등...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알아야 책임 여부가 판명되지 싶습니다.

* Toby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9-11 13:47)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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