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10/30 18:00:55수정됨
Name   기쁨평안
Subject   고대 전투와 전쟁 이야기 - (6) 최종병기 활
이(夷)라는 것은 큰 활(大弓)이다. 이의 습속은 큰 활을 사용하여 남들을 상처입히니, 고로 육서가에서 그 글자를 가차(假借)하여 상해를 입힌다는 뜻으로 삼은 것이다. <정약용, 『여유당전서』 >

"동이족은 동쪽의 큰 활을 사용하는 민족이다." 라는 주장이 한동안 주류를 이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동이족이라는 것도 하나의 민족으로 분류하기 어려우며, 이(夷)라는 글자도 활에서 온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어서, 동이족과 활에 대한 이야기는 일부 민족주의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허구임이 들어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활을 잘 사용하던 민족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0. 원거리 공격의 절대자

고고학적으로 활이 등장한 시기는 신석기시대부터 입니다.


<노르웨이에서 발견된 5천4백년 전 돌화살촉과 활 유적>

인류가 거주하던 어느 지역, 어느 곳에서도 활과 화살은 등장합니다. 사실 화약 무기 이전에는 원거리에서 공격을 할 수 있는 무기라는 것이 손에 꼽을 정도 밖에 안됩니다.

돌팔매(슬링), 화살, 투창, 바람총 정도가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원거리 무기이고, 이들을 비교해봐도 살상력이나 휴대성이나 정확도를 따져보아도 활 만한 게 없죠. (발리스타나 투석기 같은 대형 공성무기 논외)



금속도구 없이 원시기술만으로 활을 만드는 장면입니다. 후반부에 보시면 나무기둥에 화살이 팍팍 꽂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정도면 새나 토끼는 기본, 운이 좋으면 사슴 정도까지는 사냥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죠.

1. 우리나라와 활

우리나라의 북쪽은 초원에서 생활을 하던 유목민족이 다수 포함되어있다보니 이들은 필수적으로 말을 타고 다니면서 활을 쏘는 생활에 익숙해져있었습니다. 고구려의 건국설화에서도 나오는 '주몽' 역시 활을 잘쏘는 인물로 묘사가 되어있죠.

만주, 요동 초원이 아니라 한반도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거의 대부분이 산악지대가 됩니다. 그래서 고대부터 우리나라의 전쟁은 대부분 산성에 의지해서 싸우는 공성전/수성전이 대부분이었고요. 그 상황에서는 활이 그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무기가 됩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우리나라의 활 실력은 유명했고요. 조선시대에는 유교에서 권하는 유일한 무술이다 보니 선비의 덕목으로써 활쏘기를 장려했습니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 뿐만 아니라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도 명궁으로 유명한 걸 보면, 정말 종특이라는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건국 군주 2명이 다 활을 잘 사용하다니요.

우리나라의 활은 복합궁을 사용했습니다. 나무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무에 물소의 뿔을 잘라 붙여만들었는데요. 크기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탄성이 매우 좋아 성능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물소가 자라지 않아, 중국에서 수입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청나라에서는 우리나라의 화살을 경계해서 물소 뿔의 수출을 제한 하는 등 늘 견제를 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 우리나라 화살 중 특이한 것은 "편전"이라고도 하는 "애기살"인데요. 일반 화살보다 훨씬 길이가 짧은 화살을 말합니다.
이걸 '통아'라는 대롱에 얹어서 활로 쏘게 되면, 같은 힘에 비해 중량이 적게 나가기 때문에 더 멀리, 더 빠르게 화살을 날려보낼 수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이성계가 이 편전을 기가막히게 쏘았다고 하는데요. 요동 정벌때 성 위에서 농성하던 적병 70명을 이 편전으로 모두 머리를 맞춰 죽였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나옵니다.

이 편전 쏘는 법은 워낙 군사기밀이어서 중국에서는 쏘는 법을 알려고 노력했으나 조선에서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하며 지켰다고 하는데,
문제는 너무 군사기밀로 유지하다보니 현대에는 그 사용법이 실전되었습니다.

그러나 국궁인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최근에는 사용법을 완전히 복구해냈다고 하네요. 지금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통아도 제작하고 보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에 재해석한 알루미늄 통아와 애기살>

2. 영국과 활

동아시아에서 활로 유명한 민족이 우리 민족이라면 유럽에서 활로 유명한 민족은 바로 영국입니다. 잉글리쉬 롱보우(장궁, English Long Bow)라고 해서 워낙 유명하죠.

그 당시 대부분의 나라들은 크로스보우(석궁)를 사용한데 반해, 영국은 꿋꿋이 장궁을 사용합니다.

사실, 크로스보우는 기계장치다 보니 제작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육성을 하기는 쉬운 편입니다.
반면 장궁은 제작하는데 비용은 적게 드는 대신 숙련시키기가 어렵죠.

이걸 영국은 국가차원의 레저 스포츠로 장려하면서 장궁병을 집중적으로 양성합니다.

이런 장궁병으로 가지고 백년전쟁의 전반부에 프랑스 기사들을 박살을 내버리죠.


<영국 장궁 사격 시험 영상>

3. 크로스보우(석궁)

복잡한 기계장치로 보이지만 이 석궁도 사실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 무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군이 쇠뇌만 사용하는 부대를 독립적으로 운용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나오죠.


<초기 석궁의 발전사>

석궁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우선 당기는 힘이 더 강합니다. 따라서 파괴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중세 유럽에서는 말타고 돌진해오는 기사들을 상대로 효과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조준력이 더 좋습니다. 활은 조준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사람이 시위를 당기고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조준시간이 길어질 수록 힘이 빠지기 마련입니다. 팔이 후들거리기 시작하면 조준이고 뭐고 제대로 날려보내기도 쉽지 않죠.
반면 석궁은 한번 장전을 해 놓으면 안정적인 자세로 조준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훈련이 쉽습니다.

이런 석궁도 장점만 있는 건 아닌데요. 단점으로는
사정거리가 짧습니다. 화잘 자체도 짧은 걸 쓸 뿐더러 기계장치를 이용하다보니 걸리적 거릴수 있어 화살깃이 없는 화살을 쓰는 경우도 있을 정도니까요.
또한, 장전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당연히 일반 활에 비해 연사력이 떨어집니다. 숙련된 궁사라면 짧은 거리를 가정할 때 5초 내외 마다 한발 씩 사격이 가능한데 석궁은 아무리 숙련되었다 하더라도 최소 20~30초는 걸리거든요.

그리고 기계장치가 들어가다보니 제작이 어렵고 제작단가가 높습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석궁수들을 자체적으로 육성하기 보다 용병들을 사용했습니다. 용병들도 선호를 했는데, 장애물 뒤에 숨어서 방아쇠질만 하면 되니까 상대적으로 죽거나 다칠 위험도 적었습니다.

음, 여기까지 적어보았는데요.

사실, 활은 워낙 유명하고 친숙한 무기라서 별로 나눌 이야기가 없네요.

그럼 우리 다음에 또 만나요~


* Toby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11-20 12:23)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4
  • 꿀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76 기타삶의 의미를 찾는 단계를 어떻게 벗어났냐면 8 골든햄스 24/03/14 920 18
1375 기타소수 사막은 얼마나 넓을까? 4 Jargon 24/03/06 867 4
1374 기타민자사업의 진행에 관해 6 서포트벡터 24/03/06 824 8
1373 기타노무사 잡론 13 당근매니아 24/03/04 1527 16
1372 기타2024 걸그룹 1/6 2 헬리제의우울 24/03/03 610 13
1371 기타소회와 계획 9 김비버 24/03/03 853 20
1370 기타터널을 나올 땐 터널을 잊어야 한다 20 골든햄스 24/02/27 1559 56
1369 정치/사회업무개시명령의 효력 및 수사대응전략 8 김비버 24/02/21 1401 16
1368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자율 축구'는 없다. 요르단 전으로 돌아보는 문제점들. 11 joel 24/02/19 955 8
1367 역사 AI를 따라가다 보면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된다. 4 코리몬테아스 24/02/18 1054 11
1366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빌드업 축구'는 없다. 우루과이전으로 돌아보는 벤투호의 빌드업. 13 joel 24/02/12 1326 30
1365 기타자율주행차와 트롤리 딜레마 9 서포트벡터 24/02/06 1184 7
1364 영화영화 A.I.(2001) 18 기아트윈스 24/02/06 1115 23
1363 정치/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2547 12
1362 기타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11 쉬군 24/02/01 2148 69
1361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4, 完) 6 양라곱 24/01/31 2811 37
1360 기타텃밭을 가꿉시다 20 바이엘(바이엘) 24/01/31 1000 10
1359 일상/생각한국사회에서의 예의바름이란 18 커피를줄이자 24/01/27 6533 3
1358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3) 17 양라곱 24/01/22 6160 22
1357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2) 17 양라곱 24/01/17 5686 14
1356 요리/음식수상한 가게들. 7 심해냉장고 24/01/17 1253 20
1355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1) 9 양라곱 24/01/15 2671 21
1354 기타저의 향수 방랑기 31 Mandarin 24/01/08 3293 2
1353 의료/건강환자의 자기결정권(autonomy)은 어디까지 일까? 7 경계인 24/01/06 1275 21
1352 역사정말 소동파가 만들었나? 동파육 이야기. 13 joel 24/01/01 1307 24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