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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12/21 15:56:52
Name   멜로
Subject   한국의 주류 안의 남자가 된다는 것
페북에 불현듯이 끄적였었는데 지인들 반응이 괜찮아서 여기다가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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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친구들과 이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때 거두절미하고 "이뻐?" 라는 형식적인 질문에 꽤나 기분이 상했었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된다는 씹선비는 아니고 그저 외모 그 너머의 가능성을 깡그리 접어두는것 같아서. 그리고 그 세계관에서 적잖은 메마름을 느껴서. 어떤 사람이야? 라는 질문에는 화색이 돌며 있는말 없는말 다해가며 평소의 행동이라던가 배려심이라던가 두루뭉실한 평가기준으로 소설을 써나갈 수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탓인지 인간관계의 갈증을 이런곳에서 해소했다. 거기에 소주 한잔은 물론이고.

그런데 본격적으로 내가 "이뻐?" 가 아닌 "키 커?" 또는 "잘생겼어?" 같은 정량적 평가기준의 가늠좌중 한 줄이 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그리고 그것에 아파하고 슬퍼해봐야 위로해줄 사람이 나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마음이 독해진다. 어떻게 독해지냐면 나도 그 적잖이 메마른 세계관의 충실한 일원이 되는거다. "이뻐?"에서 이어지는 사진검사 그리고 적당한 외모평가를 하면 신기하게도 내 마음은 단단해진다. 누군가 외모적으로 나를 할퀴어도 되갚아줄 나만의 가늠좌가 생겼기 때문일까?

그래서 근래에는 나도 아주 솔직하게 "이뻐?"라는 짧디짧은 질문을 해보기 시작했다. 마음은 악에 받쳐서 말이다. 메마른 세계관의 그깟 조연이 아닌 주연배우가 되어주겠노라 다짐하면서.

씩씩해졌다. 자신의 결점에 감정적으로 얽매이지 않는 씩씩한 남자가 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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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엿한 한국인이지만 10대의 절반이상을 해외에서 보내서 그런지 이후에 느껴지는 한국사회가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제3자의 시각에서 요즘의 세태는 그냥 서로가 서로를 너무 지나치게 할퀴어댄 까닭이라 느낍니다. 그런 한국 사회에서 인격형성을 해온 사람들에게는 이런 문화가 당연한거고 당연하기 때문에 상대 성별에 대해서 원한만 품을 수 밖에 없는데 모든 문제의 본질은 한국 사회가 자기 소외라는 개념이 정착되지 못했고 게다가 유교문화적으로도 자기 소외를 강요하는 문화가 강하기 때문인지라 풀기가 난해한 듯 합니다.

20대 이후로 포항에서 책이랑 모니터만 보다가 한국 사회에서 주류로 들어가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하면서 느껴진 감정을 토로해봤습니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악착같이 열심히 살아간다는 생각도 들면서도 악착같이 열심히 살아가는 감정의 원동력이 서로가 서로에 상처를 준 것들을 어떻게든 치유해보려는 한풀이인것 같아서 숨막히기도 하는게 제 요즘 심정입니다.

고등학생 때 테니스를 배우면서 독일 코치한테 '나 언제쯤이면 서브하고 게임 플레이 제대로 할 수 있냐' 라고 물으니 웃으시면서
'왜 너희 한국인들은 항상 목표를 언제쯤 달성하는지 물어보느냐, 그냥 지금 나랑 서브같은거 없이 게임하자' 고 해서 그 날 게임하면서 서브도 엉성하게 넣어보고 물론 개털렸지만 그날만큼은 테니스를 참 즐겁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서브에 대한 필요를 느껴서 따로 연습도 하게 됐구요.

한국에서는 모든게 정석이 있다고 믿는것 같아요. 수영같은것도 독일에서 어릴적에 배웠을 때 거의 반년동안 어린이 풀장에서 그냥 물놀이만 했습니다 -_-. 1년 되니까 호흡을 깨우치고 호흡을 깨우치니 평영도 금방 되고 자유형반 들어갔는데 말그대로 '자유형'을 하더라구요. 폼도 없고 그냥 이렇게 생겨먹은게 자유형이니 이렇게 해봐라라는 식으로.. 근데 한국은 시작한지 1년이면 접영까지 못때면 시간낭비한걸로 치잖아요. 수영만 그런게 아니라 테니스든 탁구든 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연애도요.

요즘 제 새대가 개인주의 세대라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전혀 개인주의가 아닙니다. 이기주의에 가까워요. 결국 서로 감시하면서 누가 더 잘났나, 나를 잘나지 못하게 하는건 과감하게 잘라내고 소중한 내 삶을 위해서 자기관리하고 노력한다...가 저희 세대 주류를 정의하는 시대정신입니다. 사실 개인주의는 사회의 공적 척도가 아닌 자신만의 척도를 세우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내적 가치를 이루는 것에 무게를 두는 기독교적 정신에 기초하는데 한국 사회는 이런 부분은 이루어지지 않고 개인주의에서 자기애만 딱 떼어온 느낌이 들어요.

말이 길어지긴 했는데 요즘 대두되는 남녀갈등이든 세대갈등이든 서로 그만좀 할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살다보니까 마음도 몇번 북북 긁히고 여기저기 흠집이 나고 아파한 기억들이 쌓여가며 한국 사람으로서의 삶에 공감력이 형성되면서 고등학교 때 소설로만 알았던 '한'의 개념을 조금씩 깨우치는 중이긴 한데 적어도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가 갈 수 있는 무례한 말들은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차가운 경쟁에서 밀려나서 우울해하는 사람들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이런 사람들을 패배자로 치부해서 손가락질하며 비난하는게 정당화되는 문화도 지겹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개인으로서의 소중함을 존중해주고 감싸주면 더 따뜻한 마음으로 서늘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을 아껴야 본인도 아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지금부터라도 배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토비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01-01 14:33)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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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에서 정량적인 기준으로 평가받는 데 지쳤습니다..
  • 그래서 이쁜가요?
  • 이기주의 ㄹㅇ
  • 참 공감이 되는 글입니다
  • 멋진 분의 멋진 글입니다.
  • 어릴때부터 친구그룹, 학벌시장, 취업시장, 연애시장에서 소모적이고 비루한 세계관을 학습해야하고 패배자에게는 늘 그럴만하니 패배하는 거라는 말을 하는.. 그러면서 모두 착하고 좋은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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