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9/06/30 15:52:36수정됨
Name   The xian
Subject   정전 66년 만의 만남, 2019년의 대한민국은 빚을 졌다
오늘 정전 66년 만에 비무장지대에서 미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함께 만났습니다. 만나기 전 들려왔던 뉴스에 따르면 1년 2개월 전 남북정상회담에서 만난 자리에서 만날 수도 있고, 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DMZ를 살짝 넘어 북한 땅을 밟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 때를 연상시키는 모습들을 다시 생중계로 보게 되니까 감개무량합니다.

애초에 이 순간 성사된 만남은 길지 않은 만남일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회담'보다는 '만남'이나 '상봉'이란 표현을 쓴 것만 봐도 김정은 위원장이 나왔다 한들 얼굴만 살짝 비추는 수준이고 실제로는 몇 마디 나누지 않는 이벤트로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설령,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만나서 자유의 집에 들어가 짧든 길든 깊은 대화를 나눴다 해도 당장 대한민국의 안보 국면에 매우 엄청난 진전이 있지는 않을 거라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과거 7.4 남북공동성명, 이산가족 상봉, 6.15 남북공동선언 등을 비롯한 여러 긍정적인 신호들이 있었지만 대한민국과 북한,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는 항상 그래 왔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런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그만한 칭찬을 받을 일이라 생각합니다. 정전 66년 만에 비무장지대에서 미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가,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만난 것 만으로도 역사상 최초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만남이 있기 약 1년 2개월 전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한 언론사가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대해 [文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심이 없든 2018년의 우리는 빚을 졌다] 라는 기사를 써서 칭찬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https://news.v.daum.net/v/20180428170119240

'다만 2018년 4월 27일, 북측의 지도자가 처음으로 남측에 발을 디뎠던 때가 1953년 정전 협정 이후 한반도에 전쟁이 터질 가능성이 가장 낮았던 날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문 대통령의 개인기다. 2018년 한반도는 그에게 빚을 졌다.' 라는 기사 말미의 말처럼, 남북정상회담 이후 2018년의 한반도는 적어도 몇 년 전의 한반도보다는 훨씬 나은 상태가 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1년 2개월 뒤인 오늘, 한국전쟁 이후 66년 만에,
미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DMZ에서 만나는 역사상 최초의 만남이 성사되었습니다.

어쩌면 1년 2개월 전 남북정상회담을 다룬 위의 기사 제목처럼,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심이 없든 2019년의 우리 역시 빚을 졌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낯간지럽거나 오글거리는 말이라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껏 이런 광경을 만들어 준 미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은 제 인생에도, 대한민국의 역사에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 The xian -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07-14 11:43)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76 기타삶의 의미를 찾는 단계를 어떻게 벗어났냐면 8 골든햄스 24/03/14 927 18
    1375 기타소수 사막은 얼마나 넓을까? 4 Jargon 24/03/06 871 4
    1374 기타민자사업의 진행에 관해 6 서포트벡터 24/03/06 827 8
    1373 기타노무사 잡론 13 당근매니아 24/03/04 1528 16
    1372 기타2024 걸그룹 1/6 2 헬리제의우울 24/03/03 614 13
    1371 기타소회와 계획 9 김비버 24/03/03 855 20
    1370 기타터널을 나올 땐 터널을 잊어야 한다 20 골든햄스 24/02/27 1560 56
    1369 정치/사회업무개시명령의 효력 및 수사대응전략 8 김비버 24/02/21 1401 16
    1368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자율 축구'는 없다. 요르단 전으로 돌아보는 문제점들. 11 joel 24/02/19 955 8
    1367 역사 AI를 따라가다 보면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된다. 4 코리몬테아스 24/02/18 1054 11
    1366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빌드업 축구'는 없다. 우루과이전으로 돌아보는 벤투호의 빌드업. 13 joel 24/02/12 1327 30
    1365 기타자율주행차와 트롤리 딜레마 9 서포트벡터 24/02/06 1184 7
    1364 영화영화 A.I.(2001) 18 기아트윈스 24/02/06 1115 23
    1363 정치/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2550 12
    1362 기타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11 쉬군 24/02/01 2151 69
    1361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4, 完) 6 양라곱 24/01/31 2812 37
    1360 기타텃밭을 가꿉시다 20 바이엘(바이엘) 24/01/31 1001 10
    1359 일상/생각한국사회에서의 예의바름이란 18 커피를줄이자 24/01/27 6533 3
    1358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3) 17 양라곱 24/01/22 6160 22
    1357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2) 17 양라곱 24/01/17 5691 14
    1356 요리/음식수상한 가게들. 7 심해냉장고 24/01/17 1254 20
    1355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1) 9 양라곱 24/01/15 2672 21
    1354 기타저의 향수 방랑기 31 Mandarin 24/01/08 3295 2
    1353 의료/건강환자의 자기결정권(autonomy)은 어디까지 일까? 7 경계인 24/01/06 1276 21
    1352 역사정말 소동파가 만들었나? 동파육 이야기. 13 joel 24/01/01 1307 24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