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Date 19/10/02 02:16:26
Name   o happy dagger
Subject   아이는 왜 유펜을 싫어하게 되었나.
오늘 오랜만에 아이 트윗을 보는데, 몇 개 공격적인 트윗이 있더군요. 그 트윗들과 관련해서는 여러해전 아이가 경험했던 일들이 영향이 많았는데, 미국 입시, 스펙 그리고 인종문제등이 얽혀있네요. 단순하면 단순하기는 한데, 조금 자세히 적으려고 하면 배경지식이 좀 많이 필요하기도 한 것들인데요. 가능하면 배경이 되는것도 설명을 하면서 지나갈까 합니다. 그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씩 끊어질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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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종이나 비슷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라는 아시안들의 경우 본인의 인종이나 민족성등을 포함한 아이덴티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시기가 중고등학교 시기입니다. 저희 애도 비슷한 경우였고요. 그런데 이게 조금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아이의 이후 삶에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된건 8-9학년때 였어요.

일단 9학년때 영어선생님은 약간 인종차별을 하는 선생님이었어요. 아이는 이전까지 영어과목에 대해서 누구보다 자신 있어 했는데, 9학년때 영어선생님은 도대체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굉장히 혼란스러워 하고 한 번은 저희 앞에서 울기까지 했었네요. 아이 학교가 아시안이 40% 정도 되는 학교여서 딱히 인종적인 문제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는데, 아이가 그래서 저희도 당황스러워서 이런 저런 경로로 다른 학생들 분위기를 알아봤고, 다른 아시안 부모들도 비슷한 부모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희의 경우에는 카운슬러와 교장에게 공손하지만 영어 선생님에게 문제가 있다는걸 꽤 긴 편지로 써서 보냈어요. 당시 꽤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아가서 교장에게 항의를 했었다는걸 알았기때문에 굳이 학교를 찾아갈 필요는 없다고 느꼈고요. (이 선생님은 다음해 다른 학교로 옮겨갑니다. 그 옮겨간 학교는 작년에 인종차별과 관련해서 논란이 일어났어요.)

그 와중에 아이가 결정적으로 화를 내게 된건 영어 선생님이 같은 반의 학생에게 Scholastic Arts and Writing Competition에 작품을 내보라고 권유를 한 것이었어요. 선생님이 권유한 그 학생은 유대인으로 고등학교때 저희 집에 와서 슬립오버를 한 유일한 아이로 저희 아이의 절친이었거든요. 당시 같은 학년에서 저희 애가 가장 글을 잘 쓴다고 대체로 인정을 받고 있었고 그 친구는 그리 잘 쓰는 편은 아니었고요. 아이는 작품을 출품하고 하는것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 때 자신도 작품을 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겨울방학 1주일동안 단편을 하나 써서 출품을 했고, 지역상을 받고 내셔널로 올라가서 내셔널에서 단편부분 금메달을 받았어요. 스콜라스틱은 상당히 큰 대회로 당시 이십오만점의 작품이 출품되었고, 내셔널 금메달은 700명 정도가 받았어요.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학년 구분하지 않고 심사를 하기 때문에 9학년이 내셔널 금메달 받는 숫자는 아주 적어요. 당시 글쓰기로 9학년 내셔널 금메달은 15명 정도가 받았거든요.

이 상을 받고나서 영어선생님이 아이에게 이 메일로 축하한다고 했다는데, 아이는 시니컬하게 왜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어째든 아이는 이 경험을 통해서 안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밖에서 인정받으면 된다는걸 배웠다고나 할까 그래요. 그러면서 교내 클럽관련해서도 비슷한 접근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이 학교는 7학년부터 12학년까지 운영이 되는 학교였어요. 7-8학년때 아이는 클럽으로 문학관련 클럽에 가입을 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당시 문학클럽은 대부분 백인 중심이었어요. 아시안의 스테레오 타입중에 하나가 소설은 판타지 소설 아니면 SF만 읽는다는 건데요. 저희 아이는 판타지나 SF는 싫어했고, 소위 문학작품으로 꼽히는 작품들을 주로 읽고 좋아했는데, 문학관련 클럽에서는 아시안이면 판타지나 SF클럽으로 가라는 식의 눈치를 줬고, 아이는 그것때문에 좀 힘들어 했거든요.

아이는 그 상을 받고나서 학교 밖에서 활동할 만한 것들을 찾았어요. 이 활동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번째는 Girls Write Now라는 뉴욕시에 위치한 프로그램이예요. 이 프로그램은 뉴욕에 살고 있는 취약계층의 여학생들에게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여성 작가나 저널리스트를 멘토를 붙여서 멘토-멘티로 글쓰기를 배우면서 또 커넥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예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웍샵도 하고 좀 유명한 여성 작가들 불러서 이야기도 듣고 하는 식으로 운영이 되고요. 그리고 참여 학생들에게 작품출품을 하도록 격려하고요. 아이는 이 프로그램과 멘토를 통해서 출판이나 편집 그리고 저널리즘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두번째는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에디팅쪽 일들이었어요. 주로 온라인상이기는 하지만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문예지가 꽤 있었고, 이 곳에 에디팅이나 reader로 지원을 해서 몇 곳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기도 하고 조금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곳도 있고 했어요. 대부분의 일은 출품작품이 들어오면 읽고 작품을 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기는 한데, 아이는 이 활동을 통해서 온라인 상으로 비슷한 취향을 가진 아이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요.

이렇게 온라인상으로 문예지에 참여를 하다가, 참여하게 된 온라인 문예지 중에 하나가 Adroit Journal이라는게 있었어요. 이 저널은 2010년  Peter LaBerge가 9학년때 만든 온라인 문예지예요. 지금은 페이퍼로도 나오는데 처음에 만들때는 온라인이었고요. 피터는 코넷티컷에 위치한 작은 사립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3년 유펜으로 진학을 해서 유펜의 켈리 라이터스 하우스와 연계를 해서 저널을 유펜에 많이 연계를 시키면서 상당히 성공적으로 성장을 시키고 있는 중이었고, 저희 애는 당시 이쪽 사람들과도 처음에는 친하게 지냈어요. 그러다가 저희 아이는 피터의 중요한 스펙중에 하나로 그가 유펜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도와준  National Young Arts에 출품했던 시가 표절임을 찾아냈어요.

위에 저희아이가 출품했다고 하는 Scholastic Art and Writing Competition의 경우에는 미술과 글쓰기로 권위가 있고, National Young Arts의 경우에는 Performing Art와 글쓰기로 권위가 있어요. 굳이 따지자면 National Young Arts쪽을 조금 더 낫다고 보는 편이고요. 그 이유중에는 이 상은 스콜라스틱보다 출품자들의 나이대가 높은 편이고, 수상자들은 1월에 플로리다에서 하는 웍샾에 참여할 수 있어요. 여기서 마스트 클래스등이 운영되고 글짓기의 경우에는 유명작가들이 와서 웍샵도 하고요. 그리고 100명 정도는 각 주에 2명씩 SAT나 ACT 만점자들중에서 지원해서 수상자가 결정되고, 20명 정도는 아트로 상을 받는 미국대통령상은 National Young Arts 마스트 클래스를 한 학생들중에서 지원해서 받아요. 그래서 이 상을 받으면 입시에 꽤 도움이 되는걸로 알려져 있어요.

LaBerge는 고등학교때 성적은 학교에서 최상위 성적은 아니었어요. 우연히 찾아낸 칼리지 컨피덴셜이라는 미국 입시관련 가장 큰 사이트에 올라온 그의 글을 보면, 그는 12학년 들어갈때쯤 본인의 성적으로 USNews의 대학 랭킹 30위권 정도에 위치한 대학에 갈 수 있을것으로 보고 있었고, National Young Arts의 수상에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수상후 유펜의 켈리 라이터스 하우스에 연락해서 스카웃 담당자와 이야기를 했고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올리기도 했어요. 그리고 위에 이야기를 했듯이 유펜에 합격을 했고요.

미국 입시는 복잡하다면 정말로 복잡한데요. 여러 특색들중에 리크루팅 시스템이 있어요. 보통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대학의 경우 코치의 입김이 엄청 강해서 뽑겠다고 하면 합격보장이예요. 근데 좀 특이한 경우로 유펜에서는 글쓰기를 잘하는 학생을 리크루팅 하는 시스템이 있어요. 이 리크루팅은 유펜내 켈리 라이터스 하우스라는 곳을 통해서 이뤄져요. 켈리 라이터스 하우스라는건 말 그대로 유펜 내에 있는 건물중에 하나인데, 유펜내 작가나 작가지망생들이 모여서 세미나를 하거나, 연사를 초청해서 이야기를 듣거나 하면서 교류를 하는 곳이예요. 이 곳에서 스카우팅을 하는 방식은 주로 스카우팅을 담당자에게 작품과 레주메를 보내면 담당자가 추천서를 써주는 방식으로 이뤄져요. 인터뷰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 추천서가 얼마나 강력하냐에 따라서 합격이 영향을 받아요. 예를들면 켈리 라이터스 하우스의 스카우터는 매년 가을 저희 아이가 다니고 있던 Girls Write Now를 방문하는데, 이 때 관심있는 학생들이 인터뷰를 해요. 인터뷰 후 스카우터는 괜찮은 학생을 위해서 추천서를 써주고요. 저희 아이 학교의 한학년 위 선배가 이 때 인터뷰를 했고, 나중에 유펜에 합격을 했었는데요. 나중에 알게 된거지만 당시 4년간 저희 아이 학교에서 유펜에 합격한 학생숫자가 30명 정도였는데, 인터뷰하고 합격한 그 선배의 GPA와 SAT 성적이 합격생들 중에서 가장 낮았어요.

LaBerge가 표절을 해서 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된 저희 아이는 주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National Young Arts측과 유펜쪽에 표절과 관련해서 제보를 했어요. 이 제보의 결과로 National Young Arts쪽에서는 LaBerge의 수상을 취소했어요. 당시 그가 올려둔 레주메에는 그 수상기록이 있었었는데, 수상 취소후에 그의 레주메에서 수상 기록은 빠졌어요. 근데 문제는 유펜측에서 생겼어요. 그러니까 유펜쪽에서는 LaBerge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뿐 아니라 아이가 보기에 적극적으로 감싸고 돈다는 느낌이 드는 반응을 받은거예요. 당시 저희 애가 보기에 입학취소든 아니면 비슷한 종류의 조치가 나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거죠. 미국 입시라는게 워낙에 복잡하고 입학허가가 나는게 한 두가지 요소로만 결정이 되는건 아니어서 이럴때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 하는게 무척 까다롭기는 해요. 게다가 당시 켈리 라이터스 하우스에서는 LaBerge가 만든 Adroit Journal을 유펜과 연계를 시켜서 키워나가는 중이었고요. 상당히 마케팅에 수완이 좋은 학생이었던거죠.

여기까지면 좀 나은데 아이가 11학년때 좀 다른 일이 생겼어요. 위에 이야기를 한 Girls Write Now에서 초청한 연사중에 News Week의 에디터가 있었어요. 이 연사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뉴스 위크에서 곧 교육에 대해서 컬럼을 하나 내려고 하는데 Girls Write Now의 학생들중 글을 쓸 학생을 추천받아서 그 학생이 쓴 글을 보고 괜찮으면 뉴스 위크에 실어주겠다고 했어요. 그 때 저희 아이가 추천을 받았고, 저희 아이가 쓰겠다고 해서 글을 써야 했어요.

아이가 제게 LaBerge와 관련된 내용을 쓰고 싶다고 하면서, 점점 더 치열해져가는 입시와 그것때문에 수상실적을 비롯한 스펙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그래서 이런 표절문제들이 생긴다는 내용으로 글을 쓰겠다고 하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나서 저는 첫번째 물어본게 실명을 쓸 생각이냐고 물어봤더니, 실명을 쓰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만약에 실명을 쓴다면 그 글을 분명히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므로 다른 소재를 골라보라고 했어요. 그리고 만약에 그 소재를 꼭 쓰고 싶다면 실명이 아니라 가명이나 누구인지 바로 알아보기 힘들게 하라고 했어요. 그래도 아이는 대학생이면 publicity에 있어서 문제가 없다며 꼭 실명으로 하겠다고 하더군요. 뭐 딱히 반대해도 아이 고집을 아는지라, 그럼 그렇게 하라고 했고요. 두달정도 지나서 아이에게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제가 이야기한 것과 같은 이유로 글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뭐 리젝션 편지를 그렇게 정성들여 쓴건 받아본적이 없다며 웃기는 했는데, 아이가 무척 실망한걸로 보였고요.

아이의 이런 경험들이 모여서 11학년때 학교친구들과 몇 명과 모여서 다문화를 주제로 하는 글을 주로 싣는 교내 문예지 만드는 클럽을 하나 만들었어요. 나름 밖에서의 경험이 쌓여서, 주변에 글 부탁하고 모아서 에디팅하고 잡지로 냈는데요. 처음 프린트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을 학부모회를 통해서 받으려고 했는데, 처음 만들어진 클럽이래서 지원이 안되었어요. 그래서 졸업한 선배들에게 연락을 해서 일부 졸업생들이 기부를 했고, 그 돈으로 첫 프린트를 찍어내고 그걸 팔아서 돈을 보전하는 식으로 돌아 갈 수 있도록 했어요. 그리고 12학년때는 만들어둔 성과물이 있어서 학부모회에서 주는 클럽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되어서 졸업후에도 계속적으로 프린트가 나올 수 있도록 했고요.

어째든 아이는 이 일련의 일들을 통해서 유펜을 엄청 싫어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12학년때 원서를 쓸 때 저희가 애 놀리려면 유펜에도 원서를 내 보라고 했어요. 그러면 애가 막 화를 내곤 그랬거든요. 사실 아직도 그 기분이 그대로 남아 있는걸로 보이기는 할 때가 종종 있기는 한데, 이번에 트윗에서 그런게 많이 느껴지네요. 몇 개의 트윗중 하나는 다음과 같아요.

"나는 사람들이 우리들은 소속되어 있다는걸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반면, 백인 남성에 대해서 너무나 빨리 가능성 (potential)을 가지고 있다고 해버리는것에 대해서 화가 난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10-1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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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것 같았는데, 몰입이 되어서 금방 읽었네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부녀 사이가 너무 좋아보여서 읽으면서도 기분이 좋습니다.
  • 해외 인종차별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 마지막 말이 너무나 강렬하게 뇌리에 박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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