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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밀복검 18/12/10 22:55:10

독일 여행 간 사람들 치고 드레스덴 멋없단 사람 없더라고요. 지금도 그 정도니 드레스덴 폭격 이전엔 어느 정도였을지.. 다음은 드레스덴에 살았던 독일의 작가 에리히 캐스트너의 '내가 어렸을 때에' 中

진실로, 드레스덴은 굉장한 도시였다. 날 믿어도 좋다. 아니, 내 말을 믿어야만 한다! 여러분 중 누구도, 심지어 아버지가 갑부라고 해도, 내 말이 맞는지 보려고 열차를 타고 드레스덴으로 갈 수 없다. 드레스덴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므로. 약간의 잔해를 제외하고는 지상에서 사라져버렸다. 2차대전은 단 하룻밤 사이에 단 한 번의 손놀림으로 도시를 지워버렸다. 수백 년의 세월이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을 빚어냈지만, 몇 시간은 그 도시를 땅 위에서 날려버리기 족했다... 2년 후, 나는 그 하염없이 펼쳐진 황무지 한가운데 섰는데,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먼지에 뒤덮힌 부서진 벽돌들 사이에 거리 표지판이 있었다. 나는 간신히 '프라하 거리'라는 글자를 읽어 냈다. 내가 프라하 거리에 서 있던 건가? 세계적으로 이름난 프라하 거리에? 가장 장엄했던 어릴 적 거리에? 아주 찬란한 쇼윈도들이 즐비했던 거리에? 크리스마스에 가장 아름다운 거리에? 나는 킬로미터 길이와 킬로미터 너비 사이 아무것도 없는 공허 속에 서 있었다. 벽돌의 황야 외에 아무 것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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