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제 케이스를 이야기 해볼게요.
- 저도 원래 그럭저럭 괜찮고 적성에 맞고 워라밸도 괜찮은 부서에 있었는데 부서 사정상 인력 감축 압력이 들어와서 선택의 여지 없이 내다 팔렸어요. 팔려간 곳은 일 잘하기도 유명하지만 빡세기로 유명한 부서 + 일은 잘 하지만 욕 잘하고 핵 까칠한 상사.. + 출근거리 두배..
- 그때가 대충 3년차쯤이었는데, 3년 채웠으니 어디든 이직 괜찮겠지 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생각보다 제가 원하는 수준의 포지션을 찾기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대학 하향지원도 아니고 회사 하향지원은 진짜 인생 내리막길 가는거라 좀더 신중하자 생각한게 3년이 더 흘렀네요
- 원래 직무랑 바뀐 직무가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또 포장하기 나름에 따라 아주 없는 것도 아니라서... 어쨌든 최초 직무 쪽이랑 어느 정도 발은 걸치고 스윙할 수 있는 기회를 보았습니다. 근데 정말 자리가 안나고 이제는 두 번째 직무 기간이 더 많아질 상황에 이쪽도 한계가 명확히 있는 곳이다 보니 적당히 평판질 하다 빠지던지 아예 타부서로 또 옮겨가던지 해야 할 상황이 되었어요
- 그런데 사내 3개 부서 트라이 했는데 실패.. 셋 다 사내 타부서 오퍼를 받아서 진행되던 일들이었는데 다 망함요. 언젠가 탐라에도 썼던거 같은데 그땐 진짜 누가 저 x 되라고 기도하는줄 알았네요
- 다 포기하고 다시 존버를 각오할 무렵, 링크드인에 헤드헌터 한명이 포지션 하나를 들고 왔는데 딱 찾던 자리더라고요.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를 했고 다행히 이직하게 되었네요. 예전에 함께 일하던 전직장 사수가 먼저 그 회사 다른 부서에 가 있어서 도움 받은것도 나름 컸던것 같고... 근데 사실 헤드헌터가 뭘 많이 해준건 없다능... 그래도 맘에 드는 자리 물고 와준게 어딘가 싶긴 합니다. 연봉협상때는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회사편을 들려고 해서 제가 직접 회사랑 담판을 지어서 처우는 좀 더 높게 받아냈어요.

- 음, 드리고 싶은 말은.. 생각보다 원하는 직장/직무로 옮겨가는게 쉽진 않습니다. 운이 좋으면 6개월도 안 걸릴 수도 있지만 저처럼 운이 잘 안따라주면 3-5년 까지도 존버해야 할 수도 있어요. 대신 자기가 가고 싶은 포지션을 확고하게 정하고 거기에 맞는 커리어나 역량을 옮겨간 부서에서도 어떻게든 엮어서 하나씩 쌓아올리면 그래도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샌 한 부서에서 오래 있던 사람보다 연관된 부서들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더 선호하는 추세라고 봐서요. 너무 낙담 마시고.. 준비하면서 평판관리 잘 하시고 커리어 좀 더 잘 쌓아올리면 좋은 결과 있을거에요. 저도 옮겨갔던 부서에서 진짜 죽을만큼 힘들었지만 돌이켜 보면 거기에서 얻은게 더 많더라고요.

예전에 존경하던 인사부장님이 하신 말씀이 있는데.. 좋은 상사에게서 보다 나쁜 상사에게서 배울 점이 더 많을 때도 있는 법이다, 라는 말씀이었는데.. 들을때는 그게 뭔소리야 싶었지만 겪고 나니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인지 알겠더라고요. 세상 일이 다 맞아 돌아가는게 얼마나 있을까요? 업무스타일 맞지 않는 상사와 맞춰 가든 맞추게 하든 아니면 적절한 합의점을 보든... 그렇게 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고 역량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