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2/02/03 03:15:55
Name   카르스
Link #1   https://imgur.com/a/vRLD4sU
Subject   한국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의 역설 - 행복해졌는데 자살, 자해가 증가?
[내용을 입증할 사진들은 LInk #1 들어가시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즘 한국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관련 통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정신과 상담을 받은 아동·청소년 절대수가 2016년에 22.1만명에서 2020년에 27.2만명으로 급증했고,
특히 10-19세는 15.1만명에서 19.7만명으로 30% 가까이 늘었습니다. 

아동·청소년 인구가 꾸준히 주는 현실을 생각하면 인구대비 증가율은 더 높겠지요.

단순히 요즘 세대가 정신과 상담에 대한 터부가 덜해서라고  볼 수 없는 게,
아동·청소년의 자살율, 자해율도 증가 추세입니다.
20세 미만 자살률은 2015년에 10만명당 2.3명에서 2019년에 3.2명까지 급격히 늘었고,
20세 미만 자해·자살 시도 건수는 2015년 2318명에서 2020년 4620명까지 거의 두 배가 되었습니다. 
인구대비로는 더 늘었죠. (박진우, 허민숙 2021)

흔한 오해와는 달리 한국의 청소년 자살율은 높은 편은 아닌데, 이러다가 진짜 높은 편이 되게 생겼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 효과라고 보기엔 그 전부터 증가추세가 나타났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국 청소년에 대한 고정관념(stereotype)대로 이야기할 것입니다.
한국 청소년들은 입시에 치어 살고, 삶에 여유가 없고, 불행하고 각박하니 정신건강이 나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국 아동·청소년의 행복도나 삶의 만족도는 적어도 선진국에선 꽤 낮게 나오는 편이니.


하지만 위 관점은 근래 한국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위기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놀랍게도, 한국 아동·청소년의 행복도나 삶의 만족도는 꾸준히 상향되었고,
우울함이나 외로움같은 나쁜 정신건강 지표들도 개선되어 왔거든요. (Marquez and Long 2021; Twenge et al. 2021; 김지원 외, 2021; 배한나·최재성 2018; 염유식·김경미 2018; 유민상 2020; 통계청 2020)

행복도나 삶의 만족도같은 주관적 지표는 설문문항, 조사 기관 등 방법론에 따라 연구마다 결과가 갈릴 수 있는데, 한두개도 아니고 수많은 연구결과가 "한국 아동·청소년은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행복해지고 있다"는 일관된 결론을 내니 거의 99%는 확실하다고 봐야 합니다.
심지어 객관적인 자살률, 자살/자해 시도율의 증가와는 달리
(학생들이 주관적으로 응답한) 자살 생각율, 자살 시도율은 꾸준한 감소추세였습니다. (박진우·허민숙 2021)

심지어 이런 긍정적인 추세는 세계적 트렌드와 반대 방향입니다.
주요 국가들 중 청소년의 삶 만족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아졌고, 학교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비율이 유일하게 낮아진 나라가 한국입니다! 다른 국가들은 모두 삶의 만족도와 외로움 상황이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지진 않았습니다. (Marquez and Long 2021; Twenge et al. 2021)
물론 그간 한국 청소년 행복도가 바닥이었으니 올라가는 게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한국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가 한국에 역전당한 일본, 영국같은 나라들을 보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한국 아동·청소년의 증가하는 자살/자해 문제의 원인엔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한국 아동 청소년에 대한 통념을 내려놔야 실마리가 보일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근래 한국 아동청소년의 행복도, 삶의 만족도 개선(심지어 세계적으로 이례적인!)을 설명할 수가 없거든요.

ex1) 입시교육에 지쳐서 그렇다 => 그래서 행복도/삶의 만족도가 개선되었나?
ex2) 미래에 대한 희망을 못 느껴서 그렇다 => 그래서 행복도/삶의 만족도가 개선되었나?
ex3) 온라인 세상에 몰두하여 정신건강이 나빠졌다 => 그래서 행복도/삶의 만족도가 개선되었나?
ex4) 젠더갈등에 과몰입하여 정신건강이 나빠졌다 => 그래서 행복도/삶의 만족도가 개선되었나?

최소한 한국 아동·청소년의 행복/삶의 만족도가 개선됐다는 사실과 공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현 20대 후반으로서 지금의 아동청소년과 마주칠 일이 없다보니 감이 아예 잡히질 않는데,
어린 자녀의 부모이거나 교육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분 중 혹시 짐작가는 거 없나요?



참고문헌

Marquez, J., & Long, E. (2021). A Global Decline in Adolescents’ Subjective Well-Being: a Comparative Study Exploring Patterns of Change in the         Life Satisfaction of 15-Year-Old Students in 46 Countries. Child Indicators Research, 14(3), 1251-1292. https://doi.org/10.1007/s12187-020-09788-8
Twenge, J. M., Haidt, J., Blake, A. B., McAllister, C., Lemon, H., & Le Roy, A. (2021). Worldwide increases in adolescent loneliness. Journal of adolesce     nce, 93, 257-269.
김지원, 박차늠, 구교준, & 이희철. (2021). 한국의 행복 불평등 분석 [An Analysis of Happiness Inequality in Korea]. 행정논총, 59(1), 115-141.                 http://kiss.kstudy.com/thesis/thesis-view.asp?g=kissmeta&m=exp&enc=81338E78E57C3B6B1A65ACCA45EDB6D2
박진우, 허민숙. (2021). 아동 청소년의 정신건강 현황, 지원제도 및 개선방안. 국회입법조사처. NARS 현황 분석, 200.
배한나, 최재성. (2018). Trends in Youth Happiness and Inequality of Happiness in South Korea, 한국인구학 2018 전기 학술대회.
염유식, 김경미. (2018).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연구조사결과보고서.
유민상. (2020). 한국 아동들의 행복 격차. 보건복지포럼, 283, 58. https://go.exlibris.link/D0mvf96Q
통계청. (2020). 2020 청소년 통계.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2-02-15 07:34)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8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69 정치/사회업무개시명령의 효력 및 수사대응전략 8 김비버 24/02/21 1399 16
    1363 정치/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2542 12
    1345 정치/사회한국 철도의 진정한 부흥기가 오는가 31 카르스 23/12/16 1921 7
    1343 정치/사회지방 소멸을 걱정하기에 앞서 지방이 필요한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42 Echo-Friendly 23/12/05 2637 18
    1325 정치/사회구척장신 호랑이 포수 장군의 일생 3 당근매니아 23/09/05 1691 16
    1319 정치/사회개평이 필요하다 19 기아트윈스 23/08/05 2697 65
    1315 정치/사회한국 가사노동 분담 문제의 특수성? - 독박가사/육아 레토릭을 넘어서 24 카르스 23/08/01 2251 15
    1312 정치/사회학생들 고소고발이 두려워서, 영국 교사들은 노조에 가입했다 3 카르스 23/07/21 2332 20
    1300 정치/사회편향된 여론조사를 알아보는 방법 10 매뉴물있뉴 23/05/18 2191 25
    1292 정치/사회미국의 판사가 낙태약을 금지시키다 - 위험사회의 징후들 4 코리몬테아스 23/04/11 2528 27
    1287 정치/사회미국 이민가도 지속되는 동아시아인의 저출산 패턴 30 카르스 23/03/28 4632 16
    1279 정치/사회한국인과 세계인들은 현세대와 다음 세대의 삶을 어떻게 보는가 7 카르스 23/02/15 2993 6
    1278 정치/사회인생을 망치는 가장 손쉬운 방법 22 아이솔 23/02/13 4617 18
    1274 정치/사회통계로 본 비수도권 청년 인구유출 추이 8 카르스 23/02/06 2864 9
    1273 정치/사회석학의 학술발표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왜곡되어 소비되는 방식 14 카르스 23/02/03 3229 33
    1267 정치/사회장애학 시리즈 (3) - 지리는 게 매력적인 모습은 아니잖아요?: '어른'이 되기 위해 억제를 배워간다는 것, 그리고 장애와 섹슈얼리티 8 소요 23/01/17 1930 12
    1249 정치/사회슬픔과 가치 하마소 22/11/02 2410 15
    1247 정치/사회이태원 압사사고를 바라보는 20가지 시선 7 카르스 22/10/30 4628 29
    1239 정치/사회한국 수도권-지방격차의 의외의 면모들 45 카르스 22/09/20 5024 22
    1233 정치/사회한국 인구구조의 아이러니 21 카르스 22/09/01 5330 57
    1229 정치/사회장애학 시리즈 (2) - 시각장애인 여성은 타인의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돌려주는가? 5 소요 22/08/07 2639 15
    1226 정치/사회<20대 남성 53% "키스는 성관계 동의한 것">이라는 기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 보고서 원문 자료를 바탕으로 46 소요 22/07/25 4347 39
    1222 정치/사회장애학 시리즈 (1) - 자폐를 지닌 사람은 자폐를 어떻게 이해하나? 16 소요 22/07/14 3519 26
    1218 정치/사회너말고 니오빠 - 누구랑 바람피는 것이 더 화나는가? 23 소요 22/06/28 4655 23
    1207 정치/사회장애인 탈시설화 논쟁 12 방사능홍차 22/05/29 4601 27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