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2/06/28 06:02:59
Name   소요
Subject   너말고 니오빠 - 누구랑 바람피는 것이 더 화나는가?
https://youtu.be/PdUiCJnRptk

Wiederman, M. W., & LaMar, L. (1998). “Not with him you don't!”: Gender and emotional reactions to sexual infidelity during courtship. Journal of Sex Research, 35(3), 288-297.

애인이 동성과 바람피는 것이 빡칠까 이성과 바람피는 것이 빡칠까?

Wiederman & LaMar (1998)은 질투-분노에 대해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했어요. 남녀 대학생 223명에게(남 103명, 여 120명) 3가지 질문을 묻고, 9점 척도로 평가하게 했지요. 질문은,

1) 최근 남자/여자친구가 다른 성별과 원나잇을 했다는 것이 의심된다. 얼마나 빡치는가?
2) 최근 남자/여자친구가 같은 성별과 원나잇을 했다는 것이 의심된다. 얼마나 빡치는가?
3) 둘 중 무엇이 더 빡치는가?

세 가지였고요.

결과적으로 이성과의 원나잇에 대해서는 남녀 간 차이 없이 7점 후반대로 화냈어요. 근데 이성 파트너의 동성과의 원나잇에 대해서는 여성이 8.63으로(표준편차 .93) 남성 7.26(표준편차 2.21)보다 일관되게 그리고 많이 화냈지요. 무엇이 더 빡치는지 직접적으로 물은 질문에도 여성은 동성과의 바람에, 남성은 이성과의 바람에 더 빡쳐했지요.

파일럿 성격을 지닌 위 조사는 한계가 있었어요. 첫째, 원나잇을 했다고 적었을 때 남성-남성 간의 원나잇과 여성-여성 간의 원나잇을 가지고 사람들이 떠올리는 생각이 다르다는 점이에요. 둘째, 남녀 대학생들을 가지고 조사했기에 성경험이 없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셋째, 더해서 성적 정향이나 종교적 성향(미국 맥락이기에)이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통제할 필요가 있었고요.

첫째 요인은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해요.
1) 남-남 성관계와, 여-여 성관계를 가지고 떠올리는 상상이 달라요. 남-남 관계는 성기 삽입을 전제로 상상을 전개하는 반면, 여-여 관계는 전통적인 '섹스'의 표상인 삽입과는 벗어난 형태로 인식하지요. 실제로 동성 성관계의 양상이 어떤지와는 별개로요.
2) 젠더에 따라 파트너의 동성 성경험의 의미를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요. 선행연구는 남성은 이성 파트너의 동성 성경험을 가볍게 혹은 에로틱한 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여성은 이성 파트너의 동성 성경험을 현재 관계의 지속/생존 가능성(viability)을 고민하게 만드는 새로운 정보로 간주한다고 보고해요. '이 인간이 알고보면 여자가 아니라 남자를 좋아하는 거 아냐? 나는 뭐지?' 같은 의문으로 해석하면 되겠지요.
3) 이는 부정(infidelity)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의 젠더 차이와도 연관되요. 여성이 감정적 친밀성 때문에 애정관계를 맺는 비율이 남성보다 더 크거든요.

이런 모든 맥락들은 98년 연구라는 걸 감안하고 읽으셔야 해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연구 설계를 좀 더 정교화해서 한 번 더 조사를 실시합니다. 우선 시나리오를 [파트너와는 진지한 관계] + [파트너가 동성과 오랄 섹스를 1회]로 구체화합니다. 이어 종교적 성향(3개 질문), 섹스-사랑-결혼 간의 연관에 대한 관념(8개 질문), 성에 대한 의견(5개 질문)을 조사하고, 동성 간의 성관계에 대해서 어떤 관념이 드는지도 6가지 질문을 제시합니다(성적 흥분, 상대의 남성성/여성성에 대한 의심, 도덕적 잘못, 참여의향-쓰리썸, 상대의 성적 정향에 대한 판단, 역겨움). 마지막으로 시나리오의 상황을 성적 호기심의 반영이라 생각하는지(2개 질문), 파트너가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속였다 생각하는지(2개 질문), 상대와의 성적 관계의 차원을 늘린다 생각하는지도(2개 질문) 물었고요. 엄청 복잡해졌지요?

이번에는 다른 대학의 329명에게 조사했습니다(남:152, 여: 177). 그리고 파일럿과 마찬가지로 남성은 여성 파트너가 이성과의 바람피운 것에, 여성은 남자 파트너가 동성과 바람 피운 것에 더 분노한다는 걸 확인했어요.

동성과의 바람과 이성과의 바람에 대한 분노 차이는,

- 섹스-사랑-결혼 간의 연관을 강하게 믿을수록 커지고(r = .24)
- 성적인 신호들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록 줄어들고(r = -.33)
- 종교성이 강할수록 커지고(r = .19)
- 동성 간의 성관계를 에로틱하게 받아들일 수록 줄어들었지요(r = -.62)

그리고 위의 4가지 변수는 젠더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여요.

하지만 4가지 변수를 모두 독립변수로 넣고 회귀식을 짜보면 동성 간의 성관계를 에로틱하게 인식하느냐(남자는 여-여 관계를, 여성은 남-남 관계를)만이 유의한 변수(partial r=-.21)였어요. 하지만 4개 변수로는 설명 안 되는 성별 효과도 남아있었고요(partial r = .20).

시나리오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까지 넣어봅시다. 남성은 여성 파트너가 동성과 원나잇한 걸 성적 호기심의 반영이라 생각하는 반면, 여성은 남성 파트너가 동성과 원나잇한 것을 기만이나 새로운 성적 속성으로 인식했습니다. 성적 호기심의 반영이라 생각하는 건 질투심/분노와 관계가 유의하지 않은 반면, 기만이나(partial r = .10) 새로운 성적 속성으로 인식하는 건(partial r = -.13) 유의했어요. 이 변수들을 통제해서 봐도 여전히 성별 효과는 남아 있었고요(partial r = .29).

여기서 끝낼 수도 있었겠지만, 이 선생님들은 멈추지 않았어요. 동성애혐오 성향과 젠더 역할에 대한 태도까지 넣어서 조사를 해보기로 합니다. 이 결과까지 풀면 논문 소개를 넘어서는 저작권 침해니 생략합니다. 하지만 세 연구 모두에 걸쳐 남성은 여성 파트너의 동성 간 원나잇에 덜 분노하고, 여성은 남성 파트너의 동성 간 원나잇에 더 분노했어요. 그리고 여성-여성 간의 원나잇은 젠더를 막론하고 가장 덜 빡치는 걸로 인식했고요.

남성과 여성이 이성 파트너의 동성 간의 원나잇에 대해 다르게 분노하는 건, 남성이 여성의 동성 간 성관계에 에로틱한 관념을 강하게 부여한다는 걸로 '일부'는 설명되지만 모든 걸 다 설명하지는 못해요. 저자들은 남성성과 이성애 사이의 관념적 연결이 강한 걸 하나의 가능성으로 짚어요. 향후 연구를 위해서는 오랄 섹스 외에 시나리오를 다변화 하거나, 젠더 역할에 대한 관념을 보다 세세하게 측정할 것을 요청하지요.

//

관련해서 아내와 이야기를 해보니 자기는 관계진솔성의 문제를 고민하게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바람과는 별개로, 이성애자 남성이라고 생각했던 남편/남자친구가 양성애자/동성애자라는 걸 알게 되는 그 자체가 관계진솔성을 구성하던 여러 축 중 하나를 흠집내는 느낌이라고요. 상대의 성적 정향에 대한 정보가 관계의 진실함을 평가하는 함수식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국에서 '유교걸'로 사회화 된 여성들 대부분에게는 대들보에 가까운 요소일 것 같다고 덧붙였고요. 또한 차라리 같은 여성이랑 바람을 피웠으면 경쟁이라는 선상에서 받아들이지만, 성별이 달라버리면 어찌할 수 없다는 허탈감도 느낄 것 같다고 하고요.

이런 저런 시나리오를 가지고 떠오르는 생각을 얘기해보니, 상대방이 사전에 이성애 일변도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 바람으로 인한 충격과 분노로 국한될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앞서 저자들이 말한대로, [현재 관계의 지속/생존 가능성(viability)을 고민하게 만드는 새로운 정보]의 강도라는 관점에서 포착 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 저자들의 제안에 더해, '파트너의 성적 지향성에 대해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시나리오를 통해 알게 된 정보가 일치하는가 다른가'를 변수로 포함해서 연구해볼 필요도 있어보여요.

남성-남성 간의 에로틱 경험과, 여성-여성 간의 에로틱 경험에 대한 사회의 일반적인 관념이 다르다는 건 동성애 히스테리아를 언급했던 예전 글 (https://redtea.kr/free/10366)에서 다루었었어요. 하지만 사회 일반의 관념에 더해 젠더에 따라 상대 성별의 동성애 경험과 자기 성별의 동성애 경험을 인식하는 방식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이 이 연구에서 추가로 드러나요.

세 번째 연구가 이 점을 더 세세하게 밝히고 있기는 한데, 하나만 짚자면 여성들의 동성애 경험을 남성이 여성보다 더 가볍게 취급한다는 걸 얘기해볼 수 있겠어요. 제 관점에 비추어보면 여성성과 이성애중심성 사이의 접합이, 남성성과 이성애 중심성 사이의 접합보다 강도가 약한 느낌이에요. 왜 그런지를 생각해보면 사회가 남성 간의 친밀감 표현 방식과, 여성 간의 친밀감 표현 방식을 다르게 간주하기 때문인 것 같고요.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들 간의 스킨십이나 밀도 높은 정서적 교류가 자연스러운 걸로 받아들여진다고 느끼거든요(물론 외교적 안정을 위해 친밀감을 과장되게 연기하는 의례적인 요소도 두드러지지만). 동성 간 상호작용의 양상이 애정관계의 양상과 닮아있다 느끼기 때문에, 여성이 여성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아요. 물론 앞선 이야기들은 당연히 미끄러운 비탈길의 오류를 내포하고 있지만요. 성찰되지 않은 즉각적인 인상은 이러합니다. 물론 연구는 여성들이 동성 간의 친밀한 관계, 애정/성적인 관계를 복잡하게 그러나 명확하게 구분한다는 걸 보여주지만요.

몇몇 여성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여성들이 생각하는 '남성' 또한 사회적으로 유통되는 관념에 고정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어요. 저에게 자리잡은 미끄러운 비탈길의 오류를 감안해보면, 여성들 또한 남성들의 섹슈얼리티(동성애/이성애 모두를 포괄하는) 양상에 대해(섹스, 사랑, 장기적 헌신 간의 연관을 강하게 묶든 따로따로 보든) 사회적으로 허용된 젠더 표현에서 미끄러져 형성된 오개념을 품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 중 어딘가를 바탕으로 '너말고 니오빠'가 더 빡치는 가설적 원인을 또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읍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2-07-12 07:56)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3
  • 익명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추천 뿐...
  • 생각해볼 만한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83 정치/사회의대 증원과 사회보험, 지대에 대하여...(펌) 43 cummings 24/04/04 6679 37
1382 기타우리는 아이를 욕망할 수 있을까 22 하마소 24/04/03 1297 19
1381 일상/생각육아의 어려움 8 풀잎 24/04/03 845 12
1380 정치/사회UN 세계행복보고서 2024가 말하는, 한국과 동북아에 대한 의외의 이야기 16 카르스 24/03/26 1736 8
1379 일상/생각인지행동치료와 느린 자살 8 골든햄스 24/03/24 1431 8
1378 일상/생각아들이 안경을 부러뜨렸다. 8 whenyouinRome... 24/03/23 1192 28
1377 꿀팁/강좌그거 조금 해주는거 어렵나? 10 바이엘 24/03/20 1507 13
1376 일상/생각삶의 의미를 찾는 단계를 어떻게 벗어났냐면 8 골든햄스 24/03/14 1360 19
1375 창작소수 사막은 얼마나 넓을까? 5 Jargon 24/03/06 1154 4
1374 기타민자사업의 진행에 관해 6 서포트벡터(서포트벡터) 24/03/06 1015 8
1373 정치/사회노무사 잡론 13 당근매니아 24/03/04 1806 16
1372 기타2024 걸그룹 1/6 2 헬리제의우울 24/03/03 790 13
1371 일상/생각소회와 계획 9 김비버 24/03/03 1012 20
1370 기타터널을 나올 땐 터널을 잊어야 한다 20 골든햄스 24/02/27 1726 56
1369 정치/사회업무개시명령의 효력 및 수사대응전략 8 김비버 24/02/21 1521 16
1368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자율 축구'는 없다. 요르단 전으로 돌아보는 문제점들. 11 joel 24/02/19 1074 8
1367 역사 AI를 따라가다 보면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된다. 4 코리몬테아스 24/02/18 1203 11
1366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빌드업 축구'는 없다. 우루과이전으로 돌아보는 벤투호의 빌드업. 13 joel 24/02/12 1461 30
1365 기타자율주행차와 트롤리 딜레마 9 서포트벡터(서포트벡터) 24/02/06 1317 7
1364 영화영화 A.I.(2001) 18 기아트윈스 24/02/06 1242 23
1363 정치/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2707 12
1362 기타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11 쉬군 24/02/01 2287 69
1361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4, 完) 6 양라곱 24/01/31 2966 37
1360 기타텃밭을 가꿉시다 20 바이엘 24/01/31 1108 10
1359 일상/생각한국사회에서의 예의바름이란 18 커피를줄이자 24/01/27 6661 3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