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4/19 13:11:54
Name   sisyphus
Subject   오히려 우리는 지역주의를 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낙선할 수 없는 지역주의)
민주화 이후 선거에 한해서, 지역주의는 깨진 적이 없다. 따라서 지역주의로 회귀한 적도 없다.

국민 대부분은 선거를 보고 지역주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지역주의의 근거가 될 수 있는 투표와 관련된 기준은 무엇일까?

하나는 의석 비율이고, 다른 하나는 득표율이다.

먼저, 의석 비율은 바로 국회에 연결되기 때문에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다.

그러나, 이 비율이 얼마 이상 되어야 지역주의를 타파한 거냐고 묻는다면, 명확한 기준은 없다.

그래도 변화를 얘기할 때, 자주 통용되는 기준은 있다. 바로 티핑포인트(25%)다.

이 기준을 적용해보면, 지역주의를 잠깐이라도 타파한 적조차 없다.

(한 번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그게 방아쇠가 되길 바란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지역주의 타파의 목표를 정량적으로 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훗날 선거에서 어쩌다 한번 25%를 넘겼다고 해도 다음선거에서 25%를 넘기지 못한다면

이는 지역주의를 깼다고 보기 어렵다. 통계적으론 평균으로 회귀했다고 볼 것이다.

누군가를 평가할 때 한 번의 테스트로는 그를 평가하긴 어렵다.

(여담으로 현실적인 이유로 대부분의 시험은 한번만 치른다.)

이렇게 평균회귀까지 고려한다면, 한 세대라고 여겨지는 30년 동안, 25%를 상회하는 선거가 이어져야 비로소 지역색이 사라졌다고 할 만하다.

너무 높은 목표로 보인다고 하지만, 이 정도를 넘지 못한다면, 정치권력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지역주의를 정량적으로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반대로, 득표율을 보면 지역주의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 지역의 2위 득표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결과적으로 실제 국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당선자 한명 뿐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권력구도에 영향이 없는 2위의 득표율을 근거로 지역색이 흐려졌다고 하기엔 너무 긍정적인 합리화로 보인다.

아래는 득표율 보단 의석 비율에 더 무게를 두는 발언이다.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 : 지역주의 완화가 진척되지 못한 것이 무거운 과제로 남았습니다. 그 점이 저희로선 숙제가 될 것입니다. 20.04.16)


다행히, 위에서 제시한 ‘30년간 티핑포인트를 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

2위의 표가 권력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거제도를 택하는 것이다.

케네스 에로우의 불가능성 정리에 의하면, 완벽한 선거제도는 만들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를 더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 순 있다.

그러나 정계엔 이런 고민이 보이질 않는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지역 색을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791 정치공급이 부족하다면 수요를 줄이면 되는거 아닐까요 18 타키투스 20/07/17 4084 3
    10764 정치박원순 서울시장 실종 사건 관련 브리핑 정리 3 Leeka 20/07/09 4333 0
    10752 정치양출제입적 사고의 문제와 참담한 결과. 5 존보글 20/07/05 5026 13
    10714 댓글잠금 정치이번 사태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은 정말 최악이네요 56 Amsden 20/06/26 5372 7
    10709 정치어르신들 전 상서 - 인국공 사태에 부쳐 166 BibGourmand 20/06/23 9635 24
    10680 정치미국 제2의 독립기념일과 트럼프 - saying the quiet part out loud 6 다시갑시다 20/06/12 4902 15
    10667 정치문 대통령이 정의연-윤미향 사태에 대해 첫 입장을 밝혔습니다. 17 토끼모자를쓴펭귄 20/06/08 4378 2
    10614 정치국회의원들이 악법을 통과하면 제지할 수 없는게 19 루이보스차넷 20/05/22 3627 1
    10605 정치달이 차면 기운다. 12 쿠쿠z 20/05/21 3946 0
    10604 정치정치에 대한 딜레마 10 루이보스차넷 20/05/21 3633 0
    10601 정치n번방 방지법 16 루이보스차넷 20/05/20 5779 0
    10596 정치오늘자 김어준 생각(뉴스공장 오프닝) 33 공기반술이반 20/05/19 4799 0
    10586 정치먼지털기 3 녹차김밥 20/05/14 3329 13
    10577 정치정의연에게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이유. 23 마카오톡 20/05/11 4392 13
    10527 정치윤석열 검찰 vs 청와대 현재 대결 구도 39 토끼모자를쓴펭귄 20/04/24 4913 1
    10516 정치민주당의 자민당화에 대한 잡담(?) 21 rknight 20/04/20 4038 1
    10515 정치트럼프가 바이든을 이기게 될 이유와 맥주 테스트 13 ar15Lover 20/04/19 4175 3
    10514 정치오히려 우리는 지역주의를 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낙선할 수 없는 지역주의) 12 sisyphus 20/04/19 3509 0
    10512 정치100프로 연동형 받았다면... 17 8할 20/04/18 4230 1
    10506 정치21대 국회의원 선거 감상 (요약) 4 The xian 20/04/17 3251 3
    10503 정치짧은 생각. 25 다키스트서클 20/04/17 4011 2
    10500 정치이시각 일베둥절 39 공기반술이반 20/04/16 5170 0
    10499 정치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19 보리건빵 20/04/16 4113 1
    10497 정치정치혐오와 정치만능 사이에서 6 간로 20/04/15 3794 9
    10492 정치[불판]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개표 32 알겠슘돠 20/04/14 5243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