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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4/23 22:16:27
Name   과학상자
Subject   이화영의 '술판 회유' 법정 진술, 언론은 왜 침묵했나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측에서 제기한 검찰 '술판 회유' 의혹으로 양측의 공방이 뜨겁습니다. 포털 뉴스에서도 꽤 많이 노출되는 이슈인데도 불구하고 뉴게에 아무도 퍼오지 않는 게 좀 신기했더랍니다. 근데 또 제가 막상 올리려니 좀 거시기합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이 사건은 좀 거시기하거든요. 근데 홍차넷 뉴게인들만 그런 게 아니라 언론들도 그랬던 것 같아요.

이화영의 '술판 회유' 법정 진술, 언론은 왜 침묵했나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21790

이화영이 자신의 재판에서 술자리 회유를 폭로한 것은 지난 4월 4일입니다. 물론 총선 열기가 한창일 때라 이 때 보도가 됐더라도 묻히기 쉬운 시점이긴 했을 거에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언론들이 꽤나 관심을 두고 중계해오던 재판의 피고인이 법정에서 경악할 만한 진술을 했는데도, 클릭질로 먹고 사는 언론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외면한 건 좀 이상한 일이긴 합니다. 사실 이화영 측이 검찰의 회유나 조작 수사 등을 주장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그런 진술을 했었는데 그때마다 언론들은 주로 이화영 측에서 또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하고 검찰에 의해 바로 반박되었다는 식으로 보도해오곤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비교적 새로운 이야기, 검찰청사 안에서 공범들이 함께 모여 술을 마시고 연어, 회덮밥 등의 외부 음식을 반입해 먹었다는 내용의 신선한(?) 폭로가 있었음에도 언론들은 다같이 듣지 못한 냥, 피고인 측에서 최후변론 준비를 못해서 검사의 구형이 다음 재판으로 넘어갔다는 사실만 건조하게 보도했습니다.

홍차넷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주제이기도 해서 보충해서 설명하자면 이화영 측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검찰이 이재명을 이 사건에 대북송금으로 엮기 위해서 쌍방울의 김성태 전 회장 등이 벌인 주가조작 사건을 무마해주는 댓가로 김성태 등의 허위 자백을 받아내고, 이재명과의 연결고리로서 필요한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도 허위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회유 공작을 벌였다는 것입니다. 이화영의 아들과 부인도 조사를 하겠다며 압박하는 한편, 구속된 쌍방울의 임원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면서 검찰에 협조하면 선처받는다는 식으로 회유한다는, 진부하다면 진부한 스토리이긴 합니다.

물증이 부족하지만 공범의 진술증거를 확보하면 범죄입증을 완성할 수 있는 상황에서 범죄자에게 진술을 얻어내고자 한다면, 수사기관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범죄자의 자백을 이끌어내는 것은 논리적으로 완벽해서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취조가 아니라, 자백했을 때의 이익과 자백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이라고 하더군요. 국내에서 플리바게닝이 인정되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검찰은 기소편의주의로 적당히 봐줄 권한이 있으니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 회유 방식에 어디까지 허용되느냐에 대해서는 잘 다뤄지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이 사건에서 연어회, 회덮밥, 술파티라는 자극적인 단어가 등장하여 이화영측이 어그로를 끄는데에는 결국 성공했지만, 본질과는 거리가 멉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화영의 진술, 나아가 김성태 등 쌍방울 전직 임원 등의 진술에 임의성이 있느냐는 것이죠. 진실을 이야기하도록 독려받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미리 그려놓은 그림에 맞는 진술이 나올 때까지 조사가 계속된다면, 마침내 나온 그 진술을 믿어도 되는 것일까요? 공범들이 각기 따로 진술을 했는데 그 진술이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 한 방에 모여 세미나를 하듯이 진술을 맞춰 갔다면, 그 진술을 믿어도 되는 것일까요? 이화영 측의 주장의 핵심은 검찰청사 내에서 김성태 등의 짜맞추기 진술 세미나가 있었다는 것이고 이화영까지 포섭하기 위해 술과 외부음식까지 동원되었다는 것입니다. 구속 상태의 피고인이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하게 되면, 검찰에 협조하는 게 살 길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니까요.

이제 이것을 단지 중형을 피할 수 없는 범죄자의 근거없는 주장으로 일축할 수도 있지만, 이재명 당대표가 100% 확실하다고 공언하는 바람에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재명은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그런 언급을 되도록 조심하는 것이 보통의 정치 문법이지만, 이재명의 캐릭터는 그런 거 없다, 주어진 모든 수단을 써서 싸울 것이다...이니까요(...)

아무튼 이제 이화영 측의 주장에 대해서 검찰은 매번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반박하고, 다시 이화영 측에서 재반박하면 또 재재반박이 언론을 통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화영 측에서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주장하면, 검찰은 ‘그때는 아닌데? 역시 거짓말쟁이’ 라면서 반박하고, 이화영 측에서 ‘그게 아니라 이런 거라니까’ 하면 검찰이 ‘또 말 바꾼다. 그것도 거짓말’ 이런 식의 공방이에요.

하지만 유념해야 할 점은 현 국면에서 대부분의 언론은 검찰의 말을 받아쓰기 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화영은 선고도 없이 1년 7개월이라는 유례없이 긴 기간 동안 구속된 상태입니다. 구치소에 수감중이니 본인의 말을 변호사를 통해 전달할 수 밖에 없는 상태로, 그것도 휴대폰도 없이  1년 가까이 지난 일을 오로지 본인의 기억에 의존하여 진술하여야 합니다. 이화영이 말한 것은 변호사가 얻을 수 있는 정보와 더해져 시점을 추론하고, 제한적인 채널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됩니다. 그러면 검찰은 그 주장에서 약한 고리를 찾아내어 반박하는 식인데, 그 와중에 이화영 측의 주장을 왜곡해서 전달하고 있다고 이화영 측은 주장합니다.

그런데 검찰의 반박을 듣다보면 뭔가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요. ‘5시 경에 먹었다고 하더니 그때는 이미 구치소 도착했던데?’ 이런 식의 반박이 이화영 측의 주장을 파훼하는데 유효한 것일까요? 이화영 측의 주장을 일축하기 위해선, 지엽적인 정보의 불일치를 지적할 것이 아니라, 이화영, 김성태 등의 동선이 겹치지 않았다는 것을 간단히 보여주면 됩니다. 불완전한 기억으로 시점을 혼동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화영, 김성태 등의 동선이 겹치지 않아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술을 맞추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입증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화영 측은 구치소 교도관의 출정일지 공개를 요구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검찰이 출정일지를 공개했다고 하지 뭐에요? 그러면 과연, 이화영 측의 주장은 파훼되었을까요?

이화영측 "오후 5시 이후 술마셔"…출정일지엔 이미 구치소 복귀
https://www.yna.co.kr/view/AKR20240418143451061


검찰이 출정일지를 모두 공개하겠다며 이화영의 주장을 반박했다는 기사입니다. 근데 출정일지... 보이십니까? 일반 독자들은 볼 필요 없다는 걸까요. 그래도 기자들은 출정일지를 꼼꼼이 체크했겠죠? 아무튼 출정일지를 공개했다고 하니, 검사들은 떳떳한가 보다.....그러면 이화영 측의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려고 했었는데요.

이화영 측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검찰이 공개한 출정일지를 게재했는데, 출정일지를 보니 오히려 의심이 덜컥 짙어지더란 말이죠.







검찰의 반박을 보면 주로 이화영이 몇시에 검찰청에 와서 언제 구치소로 돌아갔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화영 김성태 방용철 등의 동선이 겹치는가] 입니다.

///문제의 '7월 3일' 이 전 부지사가 검사실로 올라가기 두 시간 전쯤엔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이 먼저 검사실에 들어갔고, 이들은 이 전 부지사가 검사실을 떠날 때 모두 구치감으로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7월 3일 출정일지를 봅시다. 검찰이 너무 많은 부분에 먹칠을 해놔서 확실하진 않지만, 연합뉴스의 위 대목을 참고하여 보면 이화영 위의 방XX(특가법위반 뇌물)는 방용철 부회장으로 보이고, 아래의 김XX(특가법위반 횡령)은 김성태 회장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조사시간을 보면 이화영이 있었던 16:00-17:05는 방XX, 김XX가 있던 머물던 시간대에 완벽하게 포함됩니다. 검사실을 보니 13XX 또는 15XX인데.... 13XX는 겹치네요? 이화영은 1313호가 맞을 텐데 방XX나 김XX는 1313호가 아니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먹칠을 해놔서 이화영의 주장은 파훼되지 못했습니다.

6월 28일과 7월 5일의 출정일지도 유사하게 겹치는 시간대가 있는데, 언론들은 정말 이게 궁금하지 않은 걸까요? 검찰이 공개한 3일간의 출정일지에 모두 세 사람의 동선이 겹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날마다 검찰은 대질신문이라도 벌였던 걸까요? 그랬다면 그 기록이 존재해야 할 겁니다.

이화영 측은 검찰의 무리한 회유를 주장하며 김성태 방용철 이화영의 수원구치소 출정기록을 제출하도록 재판부를 통해 사실조회를 신청하였고 구치소는 2월 19일에 송달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원구치소는 그 자료를 법원에 회신하지 않고 수원지검에 제출한 모양입니다. 재판부는 아직 그 자료를 보지 못했습니다. 피고인 이화영은 검사로부터 징역15년을 구형받은 채 6월 7일에 있을 법원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따라가던 주제인데 아무도 가져오지 않아 직접 올려봅니다. 이화영 측의 주장들은 너무 충격적인 것들이라 좀처럼 믿기 어렵지요. 출정일지가 전부 공개된다고 해도 공작에 가까운 회유가 있었다는 건 또 다른 얘기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언론들이 너무 무기력하게 중계만 하고 있는 게 답답하기도 하고, 거시기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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