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3/14 00:00:27
Name   E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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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새벽에…… 여전히 말 없는 그녀.


이 글은 중고거래하다가 만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첨부한 사진을 보니 곧 거래가 이루어지리라는 생각에 두근두근하신가요?

이 글은 꼭 새벽에 떠오르는, 밤잠을 못이루게 하는 잡생각을 풀어놓았습니다.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나고… 늦게 일어나면… 공부도 일도 못하고… 그러면 가정이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지고…

이 글은 새벽에 오는 옛 애인의 '자니?'처럼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무료로 읽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유료화되지 않을 것이며, 다른 사람보다 먼저 읽은 알파 테스터에게 어떠한 특전도 없습니다. >_o)b 글을 다 읽으면 지식경험치가 충분히 쌓여서 레벨이 오를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질까 기대하지 않아야 합니다. (단호)


//////


중고거래 경험이 없는 분께 좋은 물건을 고르는 몇 가지 요령을 알려드리자면,
1. 세부사진이 없으면 의심하며 사진을 더 보여달라고 하세요.
2. 전자제품은 가급적 직접 보고 작동이 원활히 되는지 확인하세요. 장 보러 가듯 뭘 할 건지 미리 생각해두는게 좋습니다. 애플기기 같은거는 로그아웃 확인필수!
3. 애착물건(?)은 A급일 확률이 높습니다. 가끔 버려야 할 걸 팔아먹으려는 나쁜 사람도 있겠지만 대체로 목숨만큼 아끼는 물건은 그만큼 상태도 좋습니다. 예를 들면 악기같은거요.

중고거래의 불문율이 있어요. 시세보다 싸게 올라온 물건은 가격을 깎으려하면 안 된다, 직거래는 구매자가 찾아가서 사야 한다 등등. 만약 갓 올라온 따끈따끈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면 당장 갈테니 거래하자고 연락해보세요. 이른바 '쿨 거래'는 특별할인이 됩니다.

저는 지난 사오년간 몇 번의 중고거래를 하였습니다. 일 년에 한두번즈음 됩니다. 어린 사기꾼들이 도사리는 마귀소굴이라는 둥 온갖 괴담이 넘치는, 중고딩나라라고 부르는 사이트는 이용한 바 없습니다.
음악관련 장치를 활발히 거래하는 M, 잘생긴 모델을 쓰는 H에서 물건을 사고팝니다. 팔 때는 싸게, 그것도 새거나 다름없는 것을 신품가격대비 70~50%로 올려요! 사용흔적이 남은 물건은 가격이 더 내려갑니다. 특별히 싸게 파는 대단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고, 필요없다고 생각이 든 물건을 빠르게 처분하기 위해서지요. 중고시장에다가 물건을 팔아치우는 업자라면 모를까 어쩌다가 한 번 내놓은 물건인데 싸게 판다고 제게 큰 손해가 발생하는건 아닙니다.

제가 샀던 물건을 잠시 쓰다가 다시 팔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현금이 생기면 공부하는데 요긴하게 활용했습니다. 백만원짜리 팔면 알바를 안 하고 한 학기 학교를 다닐 수 있으니까요.  유흥비는… 큼 흠 흥 칫 뿡

아무튼 저는 영화 킹스 맨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에 매너 좋은 구매and판매자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건 사려는 사람이 멀다고 해서 사오십분 거리의 종각까지 나가기도 여러번(그때 홍차넷이 있었으면 수다신청했을텐데!), 날이 더운 만큼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사주며 편히 물건을 확인하도록 돕기도 하였으며, 삼십만원에 올렸는데 오만원 깎아달라고 사정하길래 '어린 학생이 물건이 갖고 싶은데 돈이 부족하여 눈물을 뿌리는게 마치 거울을 보는듯 내 모습과 같구나!'하며 깎아줬더니 도인같은 긴 머리 아저씨가 온 적도 있지요. 아재ㅠㅠ 가난한 학생이 학비로 활용할 돈인데 너무 깎은거 아니오?ㅠㅠ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을 만났지만…
그때여쓰요! 내 마음을 앗아간 그 분! 으아 나는 이제 중고거래가 싫어져 버려쓰요!
그녀는 제게 쪽지를 보내어 00x00치수가 맞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치수 다 적어놨는데… 전화번호도 알려달라고 합니다. 내 번호 올리고 문자 달라고 광고글에 적어놨는데… 그녀가 전화를 걸길래 받으니까 끊어버립니다. 다시 전화올까 한참 기다리는데 연락이 없네요. 때마침 저녁시간이니 그분의 편안한 식사를 위해 여유를 두고 나중에 제가 전화를 걸어봅니다. 아래 대화는 워딩이 100% 동일하지 않지만 느낌은 가감없이 전하려 노력했습니다.

E- 물건 사신다고 해서 전(화드려요.)

- 맞아요! 전화를 앙 바드시드랑~ 00x00 사이즈 맞죠?

E- 예. 정확히 000x000x0000입(니다.)

- 아유, 작은 거를 찾았는데 없더라고요~ 00x00이죠? 그럼 좀 작네.

말을 끊을정도로 급하시군. 했던 말 또 하고. 작은 크기가 아닌데 작은 물건을 찾았다니 작아지고 싶은 느낌인데, 작아서 아쉽다고 하니 커져야겠다?!

- 튼튼한가요?

E- 네. 제가 밟고 올라가도 문제 없습니다.

왜 쪽지 주고받은 내용만 되풀이하지?! 이상한 느낌을 받았던 이때 그냥 전화를 끊어버려야 했는데, 지나고서 후회한들 한만 남지요.

- 그리고, 깎아주세요! 오천원!

E- 네? 반값에 올렸는데 더요?

- 그러지마시고, 사만사천원에 올리셨잖아요?

E- 사만원인데요.

- 아유, 그렇구나! 잘못봤네요! 그럼 삼만오천원!

E- 더 깎으시겠다고요? 허허, 사만오천원에 올릴걸 그랬나요?

- 그러지마시고, 다음에 또 이용할게요! 깎아주세요!

E- 중고거래하는데 다음은 없죠.

- 그러지마시고, 제가 맛있는거 드릴게요!

E- 아니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 맛있어요!

E- 아뇨, 그런거 가지고 오실 것 없고, 아무튼 바로 오신다고요? 언제쯤 도착하실까요?

- 지금~ 남편이랑 출발해요~ 그런데 늦을 수도 있을 거에요~ 박근혜 때문에~ 길도 막히고~

마포에 사는 그녀는 숨어있던 비선실세인가? 탄핵되고도 청와대에 짱박혀있는 자와 무슨 관계란 말인가?

- 의자도 있나요?

E- 하얀 의자가 있긴한데, 인조가죽이 찢어졌어요.

- 그럼 의자는 필요없고. 도착할때 연락드릴게요!

의자 달라고 사정하면 모를까, 안 줍니다. 주소를 알려줘도 계속 또 알려달라고 하는거보니 저에 대한 관심이 마구마구 솟아나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아무튼 광고글을 예약으로 바꾸고 얼른 집에 들어와 기다립니다. 하지만 나쁜 예감은 늘 들어맞죠?

  밤이 깊어 문자가 옵니다.
'오늘 말고 내일은 안 되나요?'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저는 오전도 오후도 안 되니까 밤에 오시라고 했지만 그녀는 다섯시에 오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스스로 한 말조차 지키지 않을 것임을 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루가 지나 약속한 시간이 되었지만 아무 연락이 없습니다. 포복이 아니라 부릉부릉 자동차를 운전해서 오니까 도착이 아니라 왕복하고도 남을 시간입니다만 연락조차 없습니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준비하고 있던 제 모습을 거울로 보니까 헛웃음이 나오는 순간, 전화가!

- 계좌번호좀 알려주세요!

E- 이거 가져가실때 돈을 주시면 되죠.

- 아휴, 제가 가야하는데, 팔지 마시라고 미리 입금해드리려고요. 내일은 안 될까요?

E- 어제는 오늘 오기로 하셨잖아요?

이미 이틀 밤을 버렸는데 내일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이런 사람에게는 기대하지도 않고.

- 아니~ 가려 했는데~ 아이랑 같이 가야 하는데~ 아이가 안 와서요. 너무 늦은 시간은 안 되잖아요?

E- 늦어도 되니까 픽스되면 연락주세요.

- 네~ 연락드릴게요~


//////


'봄이 좋냐?'를 켜놓고 다 망해라- 부분만 무한반복하고 싶습니다. 말끝마다 고맙다고 나불대지만 하나도 안 고마워하면서 왜그러는지 모르겠네요. 마음같아서는 동네로 불렀다가 잠수타고 싶습니다만, 저는 '업'이란게 정말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니까 참을게요.
마나가 바닥난 마법사가 이런 기분일거에요. 비전력이 부조카당…
맥주 큰 캔을 따서 벌컥벌컥 마십니다. 우와앙ㅋ 회복되고 있엉ㅋ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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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나면 춫천하랬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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